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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식 - 우리가 지나온 미래
해원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9월
평점 :

해원 작가의 SF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아카식 - 우리가 지나온 미래가 텍스티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제가 소설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장르가 딱 네개 있는데요, 그 SF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네 장르중 무려 3개에 걸쳐있는 소설인만큼 바로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연상호감독님의 샤라웃까지!
소설은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한살터울의 언니 홍은희와 함께 살아가는 홍선영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천지간에 단 둘 뿐이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자매였지만 언니 은희가 KTX사고로 실종되고 선영은 무언가 개운치 않은 열차사고를 알아가다 전 세계의 운명이 걸린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아카식의 작가 해원님이 카카오웹툰의 스토리와 영화 드라마 각본가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소설의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처럼 이야기 진행의 템포가 매우 빠르게 흘러가 한 장면 한 장면이 소설을 끊어 읽을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특히 단순한 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연출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웹툰이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중간중간 검은 페이지에 줄에 맞춰지지 않은 대사들과 그라데이션으로 표시되어 과거와 현재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연출한 장면들이 특히 인상깊었거든요.

다시 소설 아카식의 이야기로 돌아가 언니 은희가 탑승한 열차는 말 그대로 사라져버립니다.
그래서 탑승객 현황에 탑승한 사람은 잔뜩 있지만 생존자와 부상자 그리고 사망자가 모두 0명인 기묘한 사고보고서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까... 케테르 재단인지 뭔지가 그 여자를 고용해서... 근데 거긴 대체 뭐 하는 곳인데요?"
"<미션 임파서블> 봤습니까? 거기 나오는 악당들하고 비슷합니다." p61
그리고 이 사건의 중심에는 선영의 언니 은희가 있는데요. 선영은 그 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은희의 모습의 거의 대부분이 거짓이라는 사실에 언니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사라진 언니를 찾아나섭니다. 그리고 마치 미션임파서블에 나오는 악당들과 같은 포지션의 케테르제단이 등장해 선영을 위협하고 톰 크루즈에 해당하는 데미안이 선영을 지켜줍니다.
이제 케테르 제단의 해결사 올빼미와 선영을 지키는 데미안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아카식이라는 단어는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고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단어인데요. 다른 말로 허공록이라고도 불리는 아카식 레코드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기억이 담겨 있는 정보의 기록함을 말합니다.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하면 미래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인데요, 이번 소설 아카식에서는 미래를 알게 되는 것을 넘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통로로 표현됩니다.
이제 시공간을 넘어 과거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어 하는 악당들을 막기 위해 선영은 언니 은희를 찾고 데미안 장과 다양한 초능력을 지닌 아이들과 함께 케테르 재단의 수괴 제레미 아이즈너를 막아야 합니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암울하고 어둡고 답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선영이 당면한 현실은 갑갑하고 숨이 막힙니다. 하지만 묘하게 밝고 즐겁고 명량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는 선영이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암울하게만은 받아들이지않고 어떤 방법으로든 부딛혀 이겨낼 수 있는, 극복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텐데요.
언니는 웹소설이라면 환장을 했다. 회귀, 빙의, 환생을 일삼으며, 주로 북부 대공이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판타지로맨스물 p115
"튜너로 태어날 확률도 희박한데, 당신은 안테나에요. 30억분의 1이라는 가능성을 뚫고 태어난 겁니다."
내가 무슨 시진핑이냐?!
그 엄청난 가능성을 뚫은 결과 시진핑은 권력과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나는 죽어라 고생만 하고 있다. 불공평한 세상 p181
"왜 말 안 했어?"
"뭘?"
"아파트!"
언니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것도 많았다.
아파트부터 튀어나오는 걸 보니, 한국인이 맞긴 맞나 보다. p211
거기에 어느 상황에서든 분위기를 전환해주는 해원작가님만의 스타일의 딥다크한 블랙 유머가 곳곳에 심어져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시공간을 넘나드는 SF장르의 재미에서 사라진 언니의 정체를 파헤치는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 그리고 케테르 재단의 올빼미와 그림자로부터 쫓고 쫓기는 스릴러 장르의 재미까지. 3박자가 훌륭하게 맞아 떨어져 소설을 보는 시간을 말그대로 순삭시킨 재미있는 SF미스터리스릴러소설 아카식을 말 그대로 재미있고 즐거운 독서시간을 원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