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천국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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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작가 중 가장 독보적인 색채를 지닌 사람이 바로 정유정 작가라고 생각한다.
강렬했던 작품들. 7년의 밤, 종의 기원, 28을 읽으면서 완전히 팬이 되어버렸고 완전한 행복까지 그 행보를 좇게 되었다.
특히 7년의 밤을 읽었을 때는 사람들이 가득차 있는 교실 한가운데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책 내용에 몰입해 오싹한 한기와 두려움이 몰려올 만큼 완전히 집중시켜버리는 그 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정유정월드 신작 영원한 천국이 나왔을 때도 반가운 마음에 바로 찾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정유정 작가 하면 바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사실 싸이코패스다. 대표작들에서 다양한 형태로, 깊이 있게 다뤄졌기 때문에 사실 이런 스릴러가 아닌 에세이, 청소년 소설도 집필하였지만 나는 다시 한번 싸이코패스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든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정유정신작 영원한 천국은 완전한 행복에 이은 정유정월드 '욕망3부작'에 해당하지만 싸이코패스 이야기는 아니다.
이번에 정유정작가는 SF 스릴러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영원한 천국에는 차례에서부터 나오는 '롤라', '드림시어터'에 해당하는 가상현실 시스템이 등장한다.

📚롤라는 거대 네트워크이자 빅 데이터이며 통합 플랫폼이다. 게임과 커뮤니티와 영상 혹은 방송 채널이 무한대로 생성되고 소비되는 곳이다. 이곳엔 지상의 동화와 지하의 신화가 동시에 구현되는 가상 세계도 존재한다. -p19

이는 마치 영화 '인셉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영원한 천국의 '롤라', '드림시어터'는 인셉션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극장이라는 툴은 롤라가 제공한다. 반드시 죽음에 이르도록 설계된다는 점 역시 같다. 롤라가 만든 극장이 공용이라면, 업자가 만든 극장은 개인용인 셈이다. 개인 극장의 정식 명칭은 '드림시어터'다. -p.21

이야기는 두 주인공 해상과 경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경주가 해상에게 의뢰를 맡기게 되면서 해상이 경주를 만나러 오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 공간부터 매우 특이하다.
말하는 앵무새 공달과 잣나무가 등장하고 경주는 마치 공달이 자기 동생인양 의뢰를 한다고 했던 것이었다.

📚경주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해서요. 이해상씨는 드림시어터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고 시조새에게 간택되려면 눈에 띄어야 하니까." -p 21

책을 읽으면서 이 1장이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후에 등장하는 인물들, 배경들이 1장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었는지 점점 드러나는 그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후 해상이 경주를 위한 드림시어터를 만들기 위해 경주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주가 어떻게 삼애원에 가게되는지, 그리고 그 곳에서 어쩌다 제이를 만났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 속에서 해상의 삶도 드러나게 된다.

그리하여 경주와 해상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시작되어 교차되었다가 다시 떨어져나가고 또 경주의 진짜 의뢰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제 첫번째 요구는 삼애원 사건을 겪고 난 이후부터 30쪽을 추가해달라는 겁니다." "백지로요"
- p.388~389

경주, 해상의 삶이 롤라와 엮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굉장히 한국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데,
그러한 점에서 영원한 천국은 굉장히 현실감 있게 쓰여있으면서도 또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곧 우리도 발전된 기술을 통해 그러한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정유정작가가 만들어 낸 또다른 세계, 롤라. 그리고 영원한 천국. 역시나 치밀하게 짜여있었고 경주와 해상의 서사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작가는 욕망3부작 중 하나로 이 책이 '견디고 맞서고 끝내 이겨내고자 하는 인간의 마지막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 욕망과 추구의 기질에 '야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경주가 보여준 '야성'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 유전자에 태초의 야성이 숨쉬고 있고 그것이 우리 삶의 무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내려놓기 힘들 정도로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져 하루만에 독파해버린 영원한 천국.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이지만 소설의 장르적 재미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으로 SF, 스릴러 장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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