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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0월
평점 :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를 읽었습니다.
저는 어리석은 자의 독을 처음으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에 입덕한 후 이후 출간되는 책들은 모두 챙겨보고 있답니다.
이번에 출간된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역시 다 읽고 나면 절로 '믿고 보는 우사미 마코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이 되기 위한 요소로는 다양한 것들이 있을텐데요.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에는 다른 미스터리소설과는 차별화 된 재미요소들이 있어 더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소재 자체가 참신했는데요. 판타지미스터리라는 신선한 장르에 걸맞게 미스터리소설과 너무 잘 어울리는 사이비 종교를 시작으로 독특한 마족, 이능력 그리고 중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어우러집니다.
주인공 와타루의 친구 아오토와 그의 가족들은 하나씩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간과는 다른 신비한 종족입니다. 사이비 종교 시설에서 지내던 초등학생 와타루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그런 와타루와 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전학생 아오토와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아오토의 가족들을 통해 와타루는 자신에게도 가족이 생긴듯한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와타루는 정체불명의 미국계 중국인 가오를 만나 가오의 신비한 매력에 빠져듭니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중략- 병의 증상은 특이했다. 환자는 우선 고열과 두통, 근육통을 호소하고 온몸에 습진이 퍼질 즈음부터는 근육이 위축되기 시작한다. -중략- 그리고 마지막에는 극심한 경련을 일으키다가 대다수 사망에 이르는 기이한 병이었다. 전염력도 몹시 강하다고 했다. p120
때맞춰 코로나를 연상시키지만 그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질병 타르바간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가오는 와타루에게 전염병을 이용해 상상도 못할 만큼 큰 돈을 벌자고 제안합니다.
이렇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야기의 요소들이 하나로 맞물리며 툭툭 던져졌던 복선들이 회수되면서 이야기는 미스터리소설이 줄 수 있는 장르적쾌감을 마구마구 뿜어냅니다.
단순히 소재의 독특함에서 그치지 않고 이런 소재들로 구성된 복선을 숨겨두었다가 회수하는 이야기의 짜임새가 훌륭했습니다.
그래도 처음 마셔 보는 크림소다는 맛이 좋았다. 손잡이가 달린 긴 숟가락으로 초록색 소다에 올라간 동그란 아이스크림을 떠먹었다. p25
괴롭힘과 폭력은 집요하게 이어졌고 그때마다 손에 쥔 호두의 표면도 점차 매끄러워져 갔다. p33
그리고 이 소설이 재미있게 읽히는 또다른 요소로 아름다운 문장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특유의 간결하고 미사여구 없이 정보전달을 위주로하는 스타일때문이었는데요. 그런 가독성 좋은 장점은 그대로 지킨 채 우사미 마코토 작가는 문장을 세심하고 예쁘게 쓰는 경지에 도달한 것 같았습니다.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지만 중간중간 드러나는 문장 자체가 아름답고 세밀해서 읽고 있으면 '미스터리를 이렇게 이쁘게 쓸 수 있구나'하는 감탄을 하게 됩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지 못했고 그저 이야기를 몰입해 읽고 따라가다 보니 대망의 마지막 다섯페이지까지 숨도 못쉬고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5페이지, 당신은 반드시 눈물을 흘릴 것이다.
자신만만한 띠지의 문구대로 결국 마지막 5페이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는데요. 그 눈물이 슬픔의 눈물인지, 감동의 눈물인지 둘도 아니면 기쁨이나 공포의 눈물인지는 아직 이 소설을 보지 않은 분들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싶네요.
판타지스러운 이능력에 현실적인 전염병 창궐을 버무린 후 암울한 사이비 종교와 집단 따돌림이 한 스푼 더해 만들어진 우사미 마코토의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까봐 서평을 여기서 줄이며, 이 소설은 꼭 스포일러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즐기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