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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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카리 유바의 인간들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일본 미스터리는 많이 접해보아 익숙하지만 일본의 SF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접해본 작품이 적은데요. 이번 이스카리 유바의 인간들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는 일본의 미스터리 장르 뿐이 아닌 SF 장르까지 찾아볼 마음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전혀 다른 분위기라 말 그대로 따뜻함, 유쾌함, 씁쓸함 그리고 심오함까지 곁들여진 SF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특히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을 소개하자면 1984의 모욕적 페스티시 [즐거운 초감시 사회] 삼 분 동안 증오가 시작됩니다. 국민 여러분은 준비해주세요. p71 설정 자체는 굉장히 유쾌하지만 결말은 씁쓸한 블랙코미디. 중간 중간 설정 자체가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면서 동시에 감시당하는 사회, 현재의 젊은이들은 이 감시를 무척이나 즐기며 살아갑니다. 본래 목적은 사상교육용이었을 게임 '3분 증오'는 이제 그저 점수를 위한 오락거리에 불과합니다. 심지어는 감시자들을 대상으로 춤을 추며 구독자를 끌어모으는 감시스트리머도 존재하는 사회입니다. 감시를 하면서 감시를 당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정말 등골이 시릴 정도로 무시무시하네요. [겨울시대] 한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을 보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단편이었습니다. 일본이 크게 얼어붙고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 일본은 고층빌딩이 잠길 정도로 오랜시간 쌓여 생성된 얼음으로 덮혀있습니다. 그리고 두 소년이 전염병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마을에서 격리되어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봄나라를 찾아 떠납니다. 단편을 읽다보면 유독 머리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장면이 많은데 꽁꽁 언 얼음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일본의 부러진 고층건물이나 데굴데굴 굴러 도망가는 구슬토끼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SF소설은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상상력으로 그려가는 작품인만큼 묘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지 한번에 이해될만큼 인상적이네요. 앞으로, 언젠가는 이 단편을 기반으로 이스카리 유바가 그려가는 겨울 시대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이 아이들이 여러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결국 봄나라를 찾아가는 행복한 이야기를요. 물론 이 두편 외에도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매력적인 단편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우주 생명체와의 첫 조우에 관한 학계의 투표와 이 투표와는 정말 아무 상관 없는 두 사람이 진짜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은 따뜻한 단편 [인간들 이야기]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들어오는 외계인 손님에게 큰 소리로 이랏샤이~!라고 외치는 라멘주방장이 등장하는 [중유맛 우주 라멘] 사랑과 스토킹의 탈을 쓴 세상에 작용할 수 없는 투명인간의 자아 성찰기 [No reaction]까지요. 이스카리 유바의 첫 SF 단편소설집, 인간들 이야기는 각각 다른 상황에서 작가가 집필한 전혀 연관성 없는 여섯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래서 더 각각의 단편들이 한편의 이스카리 유바 셰프가 만드는 코스요리처럼 느껴졌는데요. 에피타이저처럼 즐길 수 있었던 중유맛 우주 라멘부터 묵직한 메세지에 재미까지 모두 잡은 즐거운 초감시 사회까지, 일본 스타일의 상상력이 톡톡 튀는 SF소설 입문작으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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