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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머신 위의 변호사 - K-법정 좀비 호러
류동훈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류동훈 작가님의 소설 러닝머신위의 변호사를 보았습니다.
K-법정좀비호러라는 굉장히 낮설지만 미스터리호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눈이 휘둥그레질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운 장르의 소설이었는데요.
이 소설을 이야기하기전에 먼저 작가님에 대해 언급을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네요.
무려 현직 경찰행정학과 형사법 교수이면서 사법고시 합격 후 국정원에서 근무했다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작가님이니만큼 누구보다 변호사 그리고 법정에 대해 현실적이면서 세밀하게 표현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가 소개 한줄, [밴드 '글루미로망스'의 보컬입니다.]까지.
이 부분은 소설의 뒷 부분에서 임팩트있게 활용되었어요.
소설은 호러소설의 소재로는 이미 많이 사용되어 우리에게 너무 친숙하고 익숙한 좀비사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설의 주인공인 연우의 신분이 '오늘' 판사를 그만둔 변호사라는 점에 포인트를 주고 연우가 좀비사태를 겪는 사건의 무대를 법원으로 설정해 디테일을 더합니다.
'그래, 법원에 가서 숨자.'
어쩔 수 없이 다시 법원이었다. 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법원이었다. p79
K-법정좀비호러 소설에서 사실 저는 어쩌면 좀비사태를 둘러싼 재판과 같은 조금은 고리타분한 소설을 상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직접 읽어본 소설은 말 그대로 장소로서의 법정에서 일어나는 좀비사태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우리같이 없이 사는 사람들한텐 불운이란 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악순환처럼 돌아." p146
덕분에 소설 속 많은 등장인물들이 검사, 변호사 그리고 노조원들과 기자, 부패한 정치인까지 좀비호러소설의 틀 안에서 다양한 사회적인 메세지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비건, 페미니즘 그리고 전세사기까지 등장합니다.
미스터리소설을 분류하는 방식으로 이 소설을 분류한다면 '사회파 좀비호러소설'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법정의 공기가 바뀌었다. 이제 법정의 권력자는 법조인이 아니었다. 오직 힘의 실력자였다. 법정은커녕 이미 법원 전체를 폭력이 지배하고 있었다. p186
어쩌면 좀비는 아픈 것일 지도 몰랐다.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이제 연우는 그들이 악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p210
좁다면 좁고 넓다면 넓은 법원안에서 재앙과도 같은 좀비사태를 맞이한 다양한 인간군상들은 오직 '생존'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고 배신하고 희생합니다.
이 과정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도 생생하고 잔혹한 좀비들의 습격에도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좀비가 아니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법정에서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지 않고 외부에서 방송을 통해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채팅은 순수악, 광기 그 자체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제일 소름돋고 무섭더라구요.
무엇보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사연이 현실적이고 공감대를 형성해서 연우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하나 퇴장할 때 마다 통쾌했고, 슬펐고 안타까웠는데요.
특히 소설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QR코드를 통해 연결되는 유투브의 OST는 소설의 분위기와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립니다.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이었다. p376
좀비호러소설이란 장르지만 읽고 나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결국 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던 소설, '러닝머신 위의 변호사'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