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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1
카밀라 레크베리.헨리크 펙세우스 지음, 임소연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11월
평점 :

2003년 얼음공주로 성공적인 데뷔 이후 2019년 심리술사 헨리크 펙세우스와 공동집필한 소설 3부작중 첫번째 작품인 박스를 읽었습니다.
이후 컬트와 미라지까지 어느날갑자기 출판사를 통해 올해 12월에 출간된다고 하는데 소설을 읽고나니 세권분량의 미스터리스릴러소설로는 넘치게 방대한 양의 소설을 보고도 아직 여운을 벗어나지 못해 얼른 3부작의 남은 작품들이 출간되기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났다. 투바는 이 냄새가 어디서 나는 냄새일까 생각했다.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곧 칼날이 그녀의 뇌를 뚫고 들어왔다. p18 BOX1
소설은 스웨덴 경찰이 마술도구 박스 속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 투바의 시체를 발견하며 시작합니다. 소설 박스는 굉장히 잔인하고 섬뜩하면서 현실감 넘치는 살해장면으로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몰입감을 더하며 전개됩니다.
마술도구를 이용한 잔혹한 살해라는 범죄의 모티브를 계기로 형사 미나는 멘탈리스트이자 잘나가는 마술사인 빈센트에게 해당 수사의 외부고문직을 제안하며 소설은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를 서서히 끌어올리기 시작합니다.
소설속에서 빈센트는 사소한 표정이나 행동 혹은 정황들로 주변인물들의 내면을 읽고 심지어는 조종까지 할 수 있는 심리학의 대가로 표현됩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쏘시오패스적인 성향과 숫자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작가는 글로 풀어 표현하는 방식이 굉장히 세련되고 유려합니다. 심리술사 헨리크 펙세우스와의 공저가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미나 역시 빈센트와 종류는 다르지만 정상은 아닙니다. 그녀는 지나치게 결벽증을 가지고 있어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려하며 특히 온갖 박테리아로 범벅이 되어 있을 것 같은 동물은 딱 질색입니다.
특이하면서도 매력적인 이 두 사람은 수사를 하며 자주 만나게 되면서 서로를 누구보다 이해하며 끌리게 됩니다.
소설은 멘탈리스트라는 요소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해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을 하나하나 파고 듭니다. 얼핏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곁가지같은 이야기들 역시 추리소설이란 장르에서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기 때문에 몰입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이 소설이 왜 세권 분량으로 출간되어야 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이 모든 요소들은 멘탈리스트로서의 빈센트를 돋보이게 하고 매력적인 케릭터를 구축하는데 보탬이 됩니다.
소설의 주요 요소가 마술인 만큼 사건의 진행과 수사에 있어 마술과 관련된 지식들은 필수로 등장합니다. 마술의 역사와 다양한 마술의 종류 그리고 기원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됩니다.
마술은 죽음의 통제이며 이를 극복하는 부활입니다. 하지만 범인은 마술에서 부활을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있습니다.
마술이 더이상 환상이 아니게 된다면
특히 소설을 읽으며 작가인 카밀라 레크베리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는데요.
이 작가는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솜씨도 물론 훌륭하지만 다양한 극단적인 성향의 등장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조연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합니다.
74년생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요소들을 사용하는데 빈센트의 첫째 아들은 패스오브엑자일을 플레이하고 있으며 셋째 아들 아스톤은 아스팔트 나인을 모바일로 플레이 중입니다. 미나는 캔디크래시를 즐기고 있구요.
케릭터들의 시야를 통해 표현되는 극단적인 사상에 대한 표현도 이 방대한 양의 소설을 술술 읽히게 하는 주요한 요소입니다.
미나의 동료 형사인 크리스테르는 코로나를 '야생 동물을 파는 중국의 빌어먹을 재래시장에서 생겨난 치명적인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며 동성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나 '게이 퍼레이드에서 어린애들 보는 앞에서 딜도를 흔들어 대지 않고, 조용히 자기 성적 취향을 즐긴다면 그가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게이의 손을 보면 부적절한 상상력이 떠올라 악수를 하는 것은 꺼려하죠.
빈센트는 모두의 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는 유능한 멘탈리스트로 무대 위에선 800명의 관객을 상대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가지고 놀 수 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인간 지뢰밭 같은 아내와는 대화를 잘 하지 못합니다. p12 BOX2
이 외에도 스웨인 내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은 소설 속에서 꽤나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소설 박스는 이러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 끌고가며 가장 중요한 미스터리 소설의 본질인 살인사건에 대한 추리파트 역시 '재미있게'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마술의 방식으로 잔인하게 살해된 희생자들에게는 범인이 보내는 각각의 숨겨진 메세지가 남아 있으며 미나와 동료 형사들은 빈센트와 함께 사건의 단서를 모아 느리지만 조금씩 사건의 진상에 다가갑니다.
그리고 세번째 책의 남은 페이지가 거의 없어질 때 쯤 되면 모든 복선을 회수하며 멋지게 마무리합니다. 미스터리 소설이 줄 수 있는 반전의 재미를 마구 뿜어내면서요.
이 소설 박스를 읽고 작가의 다른 소설까지 읽고 싶어 지는 이유는 모든 사건이 끝나고 그 동안 덩치를 키워온 다른 곁가지 이야기들 역시 깔끔하게 마무리하기 때문이었는데요. 그 중에도 미나와 강아지 보세, 그리고 할리 보슈를 좋아하는 형사 크리스테르의 이야기는 이 소설이 같은 케릭터들을 활용해 시리즈로 출간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서늘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정통 북유럽 미스터리 스릴러 박스를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과 넷플릭스의 할런 코벤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 그리고 미스터리 소설에 입문을 원하시는, 사실상 책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