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오마카세 한국추리문학선 20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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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한국추리소설 살인오마카세 서평 책과나무 출간


황정은 작가님의 살인 오마카세를 보았습니다.


갈등이 심화되고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며 누군가는 용의선상에 올랐다가 제외되고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또다시 용의선상에 오르고 일련의 과정 끝에 추리소설 특유의 충격적인 반전과 함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구조의 정직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애거사 크리스티를 좋아하고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의 트릭이 있으며 이를 추리를 통해 해결하는 본격추리를 지향한다고 하셨는데 그러한 노력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묻어나 읽는 동안 추리소설 장르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한 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설 살인 오마카세는 10층 규모의 대형 건물 무송빌딩의 건물주 최무송이 의문의 사고로 사망하고 그의 아들 최현성이 미국에서 돌아오며 시작됩니다.


최무송은 건물의 임대인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그들의 편의를 봐주었지만 그의 아들 최현성에게는 지나치게 낮은 임대료를 내는 그들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집게 됩니다. 그래서 일식집에서는 공짜 오마카세를 얻어먹고 공짜 커피를 마시고 젊은 여의사가 진료하는 내과와 귀여운 약사가 근무하는 약국에서 추행을 즐깁니다. 모두가 새롭게 건물주가 된 최현성을 싫어하지만 건물주라는 간판에 홀려 그를 꼬시고 싶어하는 여자들도 존재합니다.



그러던 중 최현성이 독에 의해 사망하게 되면서 경찰은 건물의 임대인들 중 특별히 낮은 임대료 계약으로 인해 최현성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매장 4곳의 주인과 최현성을 꼬시기 위해 삼각관계로 다투던 두명의 여자를 용의선상에 두고 수사를 진행합니다.



경찰의 수사는 제가 흔히 즐기던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탐정의 수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단서를 통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이 아닌 알리바이를 검증하고 CCTV를 확인하고 국과수와 공조해 한걸음씩 사건의 진실에 다가갑니다. 덕분에 더 한국적이고 익숙하게 다가오는 추리소설로 느껴집니다.



소설 살인 오마카세는 책으로 읽었지만 언젠가는 미디어믹스되어 8부작 정도 되는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읽는 동안 머리속에서 장면장면이 상상되었는데요.



하나의 사건을 두고 다양한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얽히고 설키며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이 드러날 때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촘촘하고 꼼꼼했던 소설 살인 오마카세를 추리소설의 팬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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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탑의 살인
김영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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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추리소설추천 김영민작가의 수상탑의 살인 서평 아프로스미디어 출간


김영민 작가님의 수상탑의 살인을 읽었습니다.

앤솔러지 위주의 단편소설로만 접해오던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 큰 기대감을 안고 읽게 되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말 오랜만에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뒤통수가 띵한 제대로 된 본격추리소설이었습니다.


저는 추리소설 중에서도 본격 추리소설을 제일 좋아하는데 정말 간만의 제대로 된 본격추리소설이라 국내에서도 이 정도의 트릭이 끝내주는 작품이 나올 수 있구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본격미스터리소설의 시그니쳐와도 같은 자세한 도면도에 등장인물 리스트까지, 나 본격 추리 소설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소설 수상탑의 살인은 지구 온난화로 인류에게 미래가 없을 수도 있는 어쩌면 디스토피아인 세계관에서 제3세계의 소녀 똣니가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사망하며 시작됩니다. 사실 똣니의 등장부터 이 소설이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요. 무려 이 소녀, 폭우로 허술하게 지어진 학교가 무너지려는 상황에서 다른 반 친구들이 가족을 걱정하는 와중에 선생님께 추가 질문을 던져 결국 본인만 무너지는 교실에서 살아남게 됩니다.


"내가...... 내가 괜히 질문을 하는 바람에 모두가 죽어버렸어......"

똣니가 울먹거리며 중얼거렸다. p12


그리고 이 소녀 역시 홀로 살아남아 산을 내려가다 산사태에 휩쓸려 사망하게 되며 본격적인 소설이 시작됩니다.


수상탑의 살인의 배경은 바다 한 가운데 위치한 기이한 건축물 수상탑입니다. 표지의 일러스트 그대로 막대한 부력으로 기반이 되는 대지와 5층 높이의 수상탑을 띄운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들법한 기괴한 건축물인데요. 유리탑의 살인이나 십각관처럼 본격 미스터리에는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무대로 느껴졌습니다. 작가님이 하나하나 건축물에 대한 설정을 부여하고 그 건축물을 이용해 적합한 트릭을 설계한 뒤 디테일하게 제공되는 설계도와 글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범인을 맞추는 대결을 하는 재미야 말로 본격미스터리를 보는 진짜 이유니까요.


바다에 떠있는 5층까지 탑이라는 소설의 배경은 그간 읽어왔던 수많은 미스터리 소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독특하고 몰입력있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냥 그대로 있어도 밀실인데 전파가 차단되어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으며 유일한 이동수단인 보트마저 폭파되며 수상탑은 말 그대로 밀실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살인이 연달아 발생하며 의심을 싫어하는 대학원생 탐정 한규현의 시점으로 본격적인 추리가 진행됩니다.



대학원생이 교수와 같은 공간을 쓴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아 보여서요. 대학원생에게는 이만한 고문이 또 없습니다. p55


"학생, 됐으니까 범인이 누군지부터 말하면 안 되겠어요?" p254


특히 소설은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무거운 주제의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자리잡은 블랙유머 덕분에 지루할 새 없이 페이지를 넘겨갈 수 있었는데요. 특히 대학원생을 소재로 한 대화는 저도 무척 공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소설을 보면 꼭 있는 추리쇼에 태클을 거는 부분도 무척 재미있었구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앞서 말한 유머러스한 대화도, 1인칭 시점으로 탐정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매력적인 전개도, 추리소설의 근본 그 자체와도 같은 알리바이를 점검하며 용의자를 하나씩 제외시켜가는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상탑의 살인에서 사용되었던 '트릭' 그 자체였는데요.


결국 추리소설을 읽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거대한 트릭의 반전만이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은데 그 트릭이 특히나 놀라운 경우에는 마치 작가님이 그 트릭을 먼저 떠올리고 트릭에 어울리는 배경과 등장인물 그리고 이야기를 창조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시라이도모유키의 엘리펀트 헤드의 트릭이 이런 생각을 들게 했는데 오늘 읽은 수상탑의 살인 역시 그에 못지않는 충격적인 트릭으로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수상탑과 계속해서 언급되던 지구 온난화까지 어느 하나 맥거핀으로 소모되지 않고 모두 꼼꼼하게 활용한 영리하면서도 놀라운 소설이었던 수상탑의 살인.


국내에도 이렇게 제대로 된 '트릭'이 메인이 되는 본격미스터리 소설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해당 장르의 팬으로서 너무 행복하며 왠지 마음에 들지 않던 표지조차 소설을 모두 읽은 후에 보니 이 또한 복선처럼 느껴져 재차 감탄하게 만든 국적을 불문하고 제대로 된 본격 추리소설 수상탑의 살인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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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
브뤼노 라투르.니콜라 트뤼옹 지음, 이세진 옮김, 배세진 감수 / 복복서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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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 브뤼노 라투르 니콜라 트뤼옹 지음 복복서가 출간



오늘은 평소에 읽던 미스터리나 추리, 스릴러, 호러, 무협, 판타지 소설이 아닌 철학도서 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를 읽었습니다.

원제는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뜻의 Habiter La Terre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지구에서 계속 생존하며 살아가기 위한 방안으로 '생태화'를 제시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마지막 대화를 읽기 전 무척 심오하고 어려운 내용이 될 것이라 긴장하며 사전 공부를 좀 해보았는데요.

저자는 프랑스의 과학기술학 연구자로 Actor-Network Theory를 창시한 3대장 중에서도 대표겪인 학자입니다.

과학기술학을 연구한 학자이며 인류학자, 사회이론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스스로 비근대주의자로 칭하는 철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철학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견 내가 과학, 법학, 픽션 같은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두고 약간 괴상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지요. 서점에서도 내 책은 어느 서가에 비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중략- 당신 덕분에 나의 전반적인 논지를 설명할 기회가 생겼네요. 사람들이 내 주의력이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는 인상을 갖지 않고 그 책들에 덤빌 수 있도록 말입니다. -중략-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가닥을 따라갔지요.

p40 인터뷰를 시작하며


2010년 이후 정치 생태학과 양심적인 생태적 계급의 출현에 관한 내용을 출간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출간된 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는 브뤼노 라투르가 타계한 2022년의 바로 전해인 2021년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니콜라 트뤼옹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출간된 마지막 대담집으로 얼핏 따로 노는 듯 보이는 라투르의 다양한 사상을 그 스스로 차근차근 대담형식으로 들려주기 때문에 부끄럽게도 저처럼 아직 라투르의 철학과 사상을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도 입문서로 좋다는 출판사의 소개에 용기를 얻고 도전해보게 되었습니다.


234p의 부담되지 않는 분량이었지만 읽는 동안 어느 한페이지도 가볍게 그냥지나칠 수 없었던 밀도 있는 도서였던 만큼, 한 번 읽고 이 책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제게 불가능했습니다. 아마도 책장에 오랜기간 함께 하며 조금씩 읽고 다시 읽고 또 읽어야 시대의 거장이자 위대한 학자였던 그의 사상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대담을 소개드리자면.


저자가 말하는 그의 하나의 가닥이 근대화된 지구에서 앞으로 계속 살아가기 위한 생태화라면 생태화에 대한 이해 이전에 근대화가 무엇인지부터 알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이 브루노 라투르의 입문서로 적절한 이유를 근대화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는 부분에서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근대화는 도약과 이륙으로 상징되는 땅과의 분리가 아니라 착륙해 집합해 무리를 이루어야 한다구요.


우리는 지속되지 않기에 지속되는 것들의 세계에 있으며 이 모든 존재 및 진리 양식은 다른 양식들에 의해 지탱되는 특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존재로서의 존재에 대항하는 타자로서의 존재를 말하는 철학적 사유를 전해줍니다.


아직 이해가 많이 부족함을 느끼지만 언젠가 이 책을 다시 읽다가 조금의 깨달음이 찾아오면 그 때는 브루노 라투르의 다른 저서들도 펼쳐봐야겠다 다짐해봅니다.


지구와 환경, 그리고 사회와 인류, 공존과 존재, 철학과 과학 등 다양한 심오한 주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으로 기피하게 되는 모든 독자들에게 '가장 유명하고 가장 이해받지 못한 철학자' 라투르의 사상에 접하기 좋은 입문서로 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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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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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 작가의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일곱번째 신작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를 읽었습니다.


9년간 변호사로 일한 법률 전문가 출신의 작가는 관련 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범죄 스릴러 소설을 집필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시리즈가 바로 에이머스 데커가 활약하는 데커 시리즈입니다.


이번에 북로드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는 데커 시리즈의 일곱번째 신작으로 앞선 여섯 작품을 읽고 감상하게 된다면 까메오처럼 등장하는 앞선 작품들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시리즈의 팬들만이 느낄 수 있는 반가움이 함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개별작품으로도 완성도가 뛰어나며 작품내에서 전작들을 통해 쌓아올린 소설의 배경지식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이 작품을 첫 데커 시리즈의 시작으로 접해도 크게 무리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소설은 전직 풋볼 선수로 짧은 기간의 선수생활 중 사고로 뇌를 크게 다치며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게 됩니다. 과잉기억 증후군은 말 그대로 기억이 과잉되는 현상으로 한 번 본것을 잊지못하는 증상을 보이는데, 에이머스 데커는 이 완전기억능력과 죽음에 관한 공감각을 활용해 사립탐정에서부터 시작해 FBI의 고문으로 활약하며 그 수사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에서는 데커가 이런 과잉기억증후군이 조금씩 약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사건을 해결하며 종종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는 모습을 종종 보이게 됩니다. 그의 뇌는 아직 누구도 해명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고 계속해서 변화하며 그를 위태롭게 만듭니다.

문제는 그 뿐이 아닙니다. 그 때의 사고로 그는 쉽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거짓말도 입에 담기 힘들게 변했습니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과의 원활하지 못한 관계는 데커의 시그니처이자 페널티로 작용합니다.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에서는 데커는 새로운 파트너 화이트와 함께 판사와 그의 경호원이 한 집에서 살해당한 사건을 맡게 됩니다.


처참하게 칼에 찔려 죽은 판사의 눈에는 구멍뚫린 안대가 씌워져 있었고 '사실 추정의 원칙'을 의미하는 '레스 입사 로키토르'라는 글귀가 적힌 쪽지가 함께 있었습니다. 그의 경호원은 판사와는 다르게 총에 심장을 두 방 맞아 사망합니다.


데커는 뜨겁고 감정이 느껴지는 칼에 의한 살인과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기계적이고 무감정스러운 총에 의한 살인의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움직입니다.

이번 작품 역시 한편의 완성도 높은 재미있는 미드를 보는 기분으로 592p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지루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데커 시리즈의 7번째 신간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가 아니라 미드 에이머스 데커의 일곱번째 시즌의 시청을 마친 기분이거든요.


"당신은 DC로 이전돼야 해요, 더그." 화이트가 말했다. "내가 듣기로, 이런 일은 데커한테는 매일 있는 일이에요."

"어떻게 안 잘리고 버티는 거죠, 데커?" 앤드루스가 물었다.

데커가 대답했다. "내가 잘리는 걸 조금도 겁내지 않는 걸 알거든요. 방탄복 같은 거죠."

앤드루스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난 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못 했을까요?" p288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재생되는 듯 생생한 표현과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이야기 속 재기넘치는 데커의 유머와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데커 시리즈의 여덟번째 신작을 기다리게 하는 무서운 매력을 가진 작품,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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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모래 지음 / 고블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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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작가의 오컬트 호러 소설 드리머를 읽었습니다.


소설에 대해 말하기 전에 모래 작가에 대해 먼저 소개를 드리자면 세상 이렇게 독특한 이력의 작가님은 처음 보았습니다. 인도에서 사년간 명상을 했다는 이력부터 국책 연구소 연구원과 요가 선생, 가게 점원과도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경험을 하고 기억, 영성, 젠더, 동물에 대해 질문, 혹은 농담에 대한 글을 쓰신다고 합니다. 심지어 전 작품들의 제목도 매우 독특합니다.

이번에는 영성을 오컬트 호러 소설 드리머를 집필하셨네요.

소설 드리머는 힌두교와 불교의 사상이 뒤섞인 오컬트요소 사이로 고등학생 시절부터 얽혀있던 네 사람의 인연이 기이한 능력을 주는 사이비 종교 가리교의 수첩을 두고 어떻게 뒤섞여가는지를 그립니다.


소설은 명우가 필립의 수첩을 발견해 힘의 편린을 맛보게 되며 시작합니다. 짧은 접촉으로 기이한 힘의 흔적을 접하게 된 명우는 필립의 수첩을 갖기 위해 기철을 이용하고 기철 역시 한 때 자신의 연인이었던 여정을 이용하게 되며 네사람의 운명은 비극처럼 얽혀갑니다.


필립의 수첩은 중국에서 번성하고 있던 사이비 종교 가리교의 교주 렁왕웨이가 지니고 있던 것으로 별 볼일 없던 범부에 불과했던 렁왕웨이를 대륙 최고의 종교 지도자로 만들어줄 정도로 신비스러운 힘이 깃든 영물이었는데요. 이를 가리교 신봉자였던 필립의 할머니가 교주가 죽은 뒤 챙겨 한국으로 돌아왔고 결국 필립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소설 드리머는 3부와 짧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수첩을 둘러싼 어린 네 사람의 갈등을 다루며 2부는 수첩의 행방에 따라 달라진 그들의 미래를 그립니다. 그리고 3부는... 직접 읽으며 즐겨보시길 추천드리구요.


여정은 그 바람 사이로 시간의 흐름이 보이는 것 같았다. 과거, 미래, 현재의 시간이 한꺼번에 여정에게로 흘러들어와 흘러나갔다. 시간의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시간은 제 비밀을 여정에게만 알려주었다. p149


수첩은 꿈을 현실로,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고 꿈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꿈의 주인에게 전능감을 선물합니다.

덕분에 소설을 읽는 저도 꿈과 현실의 경계를 쉽게 구분하지 못하고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연극이 절반이 넘게 지나갔는데, 도대체 고도라는 새끼는 언제 나타나나? 여정은 한숨을 쉬며 시계를 보다가 눈치를 챘다.

고도는 끝까지 안 오는구나. 안 오는데 속 터지게 기다리는게 전부구나.

-중략-

연긑이 끝나길 애타게 기다렸는데, 막상 끝나자 여정은 몹시 아쉬웠다. 괜히 이유도 없이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싸했다. 오지 않아. 오지 않는구나. 오지 않을 거구나. p77


그리고 막상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소설의 초반부에 등장한 고도 이야기를 나도 기다리고 있지 않았나 생각하게 됩니다.

작가의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몽환적이며 음습하고 신비가 가득한 오컬트 이야기를 써내려간 소설 드리머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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