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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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 미스미의 소설 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은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삶과 죽음, 상실과 치유를 주제로 한 깊고 고요한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미카게는 자살 명소로 불리는 낡은 아파트 단지에서 언니와 함께 살아가며, ‘삶’보다 ‘죽음’과 더 가까운 존재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 부모의 상실과 신체적 약함으로 고독과 죽음을 늘 곁에 두고 살아온 그녀는 죽음의 실체를 마주하는 것만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죽음의 공포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 간의 연대와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저기...... 단지 경비원이 뭐에요?"

"살아남은 자의 생존 확인! 아이들의 안부 확인! 여기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없는지를 체크!"

p48

미카게의 내면적 변화는 단지 경비원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면서 시작된다. ‘단지 경비원’이라고 자칭하는 노인 젠지로와의 만남은 미카게에게 삶을 향한 새로운 시각을 선물한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던 경비원 일은 차츰 미카게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그녀는 단순히 생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경비원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이웃들의 삶과 죽음을 마주하며, 미카게는 자신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만큼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또한, 미카게와 함께 성장하는 또 다른 인물들은 그녀의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재일한국인인 무짱과 말을 더듬는 구라하시, 이 두 친구는 미카게와 유사한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서 고립되고, 그로 인해 미카게와 서로를 보듬는 관계를 맺는다. 이들의 우정은 미카게가 죽음과 거리를 두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친구들의 따뜻한 존재는 미카게에게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용기를 제공하며, 그녀는 삶을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더 깊은 우정과 연대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 소설의 핵심은 미카게가 친구들, 그리고 젠지로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시체’를 통해 죽음을 넘어서려는 미카게의 바람은 결국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치유와 희망으로 전환된다. 구보 미스미는 미카게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삶이란 죽음을 넘어서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지 않는다면, 그 끝자락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서 예상과는 다른 깊이를 보여준다. 죽음을 향한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결국 ‘살아 있음’을 다시 한 번 고백하게 된다. 소설은 미카게가 겪는 변화를 통해, 독자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우리는 서로를 보듬고, 연대하며,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는 상실과 좌절을 넘어,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어떻게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일깨워준다.

따뜻한 힐링소설로 나오키상 수상작가 구보미스미의 당신의 시체가 보고 싶은 날에는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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