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미술 역사에서 가장 기상천외한사건이 일어났다. <풍선과 소녀>가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낙찰되자마자 기계음이 울리면서액자 안에 내장된 기계가 작동해 작품이파쇄된 것이다. 현장에 있던 관람객들은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소더비가 작품을급히 다른 곳으로 옮길 때쯤작품은 절반 정도만 잘린 상태로 멈춰 있었다.
절반이 파쇄된 이 작품은 이후 원작자인뱅크시로부터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제목을 얻었다. 이 사건이 뱅크시의 계획으로밝혀지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작품가는오히려 상승했다. 그 이후 뱅크시는2021년 이 작품에 ‘풍선 없는 소녀‘라고다시 제목을 붙였다.
미술 비평가와 관객들은 저마다다양한 방식으로 이 사건을 해석했다.
예술 작품에 매겨지는 가격에 대한 비판으로해석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예술의 정의와가치 평가 과정에 대한 기존 인식을 타파하려 한선동적인 장난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선동적인 장난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이 작품은 뱅크시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손꼽히게 되었고, 다시 경매에 나왔을 때,
18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면서뱅크시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안내 해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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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언제나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를 되뇌어야 배신당하지않는다. 타인의 ‘다른 생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은 항상 자기 생각만을 강요한다. 그리고 나중에 꼭 그런다. "정말 믿었던 이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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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술 중

반목을 끊어내는 유일한 방법이 호의를 주고받는 일이라는 건어린아이라도 알법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게 됩니다. 아니, 잊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만해보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쉬운 사람, 막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두렵기 때문일 겁니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말입니다. 저 역시 두렵습니다. 그러나 그두려움을 핑계삼아 누군가에게 호의를 선사하는 일을 주저하는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또한 아마도 살아가는 내내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습니다만, 세상이 나를 알아보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크기만큼, 그보다 더 지극한 마음을 들여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저 자신과 우리의 밝은 면을 발견해 나가고 싶습니다. - P171

INTJ의 대답

몇몇 분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제 옆에앉아 있던 한 작가가 말했습니다.
"애써 꿈을 가지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어요."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사람들의 표정은 온화해졌습니다.
그러다 제가 말을 해야 할 차례가 왔습니다. 저는 숨을 깊이 쉰후 이렇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요.
"이어령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죠. 꿈은 빨리 이루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하는 거라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꿈에서 깨면 죽는다고요." - P175

그 말을 뱉자마자 아차 싶었습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INFP였던 그 작가님의 공감과 위로의 따스한 이야기에 냉철한 INTJ인 제가 찬물을 끼얹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어색한 공기로 가득차서 숨이 막힐 것 같은 몇 분이 흘렀습니다. 어영부영하는 사이 마이크는 다른 분에게로 넘어갔습니다. 행사를 마치고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 지하철 안에서 그때 미처 뱉지 못하고삼킨 말을 오랫동안 떠올렸습니다.
꿈을 깨면 죽는다고 해서, 그 꿈이 꼭 대단한 것일 필요는 없겠지요. 단지, 우리 삶에서 지켜야 할,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없는 단 하나의 단어만은 마음속에 품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 P176

어른이 해야 할 일 중

다만 이렇게 말씀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유년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고 반짝이는 열망을 어른과 이 세상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야말로 어른들이 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요.
상상과 창조는 언제나 보편의 경계 밖에서 이루어진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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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사랑하는 일살아가다 보면, 그림을 그리다 보면,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일을 해내는것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하는.
무릇 사랑보다는 미움이 손쉬운 법이고, 그것은 비단 그림을그리는 일에도 해당되곤 합니다.
이른 아침 작업실 문을 열고 어제 그려 놓은 그림을 마주할때, 전시회를 앞둔 그림들을 펼쳐 놓았을 때면, 저는 종종 그림이, 그 그림을 그려낸 나 자신이 미워서 도무지 견디기 힘들다는생각을 합니다. - P64

그렇기에 제게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인간을 사랑하는 연습을하는 일입니다.
그 무수한 연습의 나날들 속에서, 언젠가 어느 날엔가 예고도없이 캔버스 위로 떠오른 사랑의 형상을 발견했던 기쁨은 오늘의 연습을 위한 용기가 됩니다.
그래서 사랑이란 더없이 연습이 필요한 일입니다.
매 순간. 매 숨처럼. 언제나. - P65

떠나는 일

"참 용감한 것 같아. 그렇게 낯선 곳으로 막 떠나는 거, 하나도안 무섭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어느 섬으로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던 제게 오래 알고 지내온 막역한 후배가 물었습니다. 20대 때 이런질문을 받았다면, 분명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래, 그런 거, 난전혀 두려워하지 않아"라며 의기양양해 했을 겁니다. 미지의 세계와 다가올 시간에 대한 불안으로 빼곡히 가득 차 있다는 걸 이미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요.
그러나 이제 30대 중반을 지나온 저는 "무서워 벌써 외로운기분인데..." 하고 대답했습니다. 이제는 어렴풋이, 그러나 때로 - P68

는 확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애초에 강하고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요. 오히려 부서지기 쉬운 스스로를 알기에,
나 자신을 낯선 세계로 내던져, 그곳이 선사하는 온통 날것의 기분, 감정, 경험을 온전히 혼자 마주하는 용기를, 그 용기를 얻는과정을 체득하기를 몹시 갈망하는 사람이라는 걸요. 그리고 그러한 갈망의 무게가 모든 두려움보다 더 무겁기에 결국 떠나기를결심한다는 것을요.
‘나이를 먹는 일‘이란 어쩌면, 그런 걸 조금씩, 아주 조금씩 깨닫고, 나 자신을 알음알음 알아가는 데서 위안을 얻는 일이 아닐까요. 우리가 떠나온 삶이라는 길고 고단한 여행길 위에서 또 한걸음 앞으로, 다시 다른 길로 떠날 수 있는 결심과 용기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일. 그리고 마침내 여정이 끝난 뒤 찾아온 짧고 달콤한 안온함 속에서 또다른 여행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일. - P69

군가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의 순간들을 돌아보면, 그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조언을 바랐다기보다는 도무지 확신할 수 없는 마음의 번민으로 인한 고통을 조금이나마 공감해주기를 바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혹은 무의식중에 이미 결정을 내려버린 선택과마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건 수많은 선택들이 주는 스트레스로부터 조금씩 의연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게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의연해지되 무뎌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 괜찮을 거야‘라는 막연하고 성의 없는 위로나 툭툭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선택의 번민 속에서 선뜻 제게귀를 열어주고, 손을 잡아준 이들과 함께 삶을 발견해 나가는 기쁨을 느끼고 싶습니다.
확신이라는 말이 좀처럼 어려운 이 세상 속에서 저는 그런 방식으로 믿어보고 싶습니다. 나 스스로를, 그리고 당신을 - P81

는 이야기입니다. 매번 전시회를 준비할 때면, 열정과 욕심과 열기, 호기심에 들떠 달려들다가도, 막상 전시회의 시작을 앞두고준비를 마친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자면 당장 예정된 전시를 취소하고 싶을 만큼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결코 대하기 쉽지 않은 감정입니다만, 저는 거기에서 위안을 찾습니다. 그 부끄러운감정은 결국 성장의 허물이자 소산이며, 저 스스로가 자신에 대하여 훌륭하진 않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멘토이자 스승이 되려노력했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그리하여 오늘도 저는 부끄러운 일기를 쓰려 합니다.
흐르는 시간에 침식되기보다는 계절처럼 깊어지는 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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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거나 가치관이 흔들릴 때 힘들다고 느낀다. 반대로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그 어떤 - P340

장애물에도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을 때 마음이 건강하다고 느낀다.
칼라르손은 수채화로 가족과 집을 그릴 때가 그랬던 듯하다.
재미로 해봐야지 하고 생각한 일은 생각보다 커져 감당하기가 버거워지고, 재미로 배워볼까 한 일 역시 생각보다 진지해져 버리는 나같은 사람에게, 칼 라르손은 재미있는 일이 커졌을 때 어떻게 행복하게 감탄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 P341

십 대와 이십 대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엇이든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하다. 좋은 것을 보면 함께 즐기고 싶고, 맛있는것을 보면 함께 먹고 싶었으니 말이다. 삼십 대가 되고, 사십 대가 되면서 내가 깨달은 사랑은 그런 단순한 과정과 행위가 아니다. 그림 속두 남녀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무수히 많은 오해와 차이 속에서도오도카니 함께 있어주는 것, 기다려주는 것, 서로 거리를 두더라도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이런 과정들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사랑하는 관계다. 베르그의 그림 안에서는 혼자와 함께인 관계가 양립 가능해서 평안하다. - P366

원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꽤 충만한 행복감을 느꼈다. 결국 삶은 이런사소한 행복들이 잦아질수록 밀도가 높아진다. 행복의 크기와 방식은정의 내릴 수 없지만 작은 만족감이 깃든 순간의 총체다. 이 그림을볼 때마다 세상의 속도에 익숙해져 평범한 것을 당연시하지 말자고다짐한다. - P404

공간을 꾸미는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사랑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안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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