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술 중

반목을 끊어내는 유일한 방법이 호의를 주고받는 일이라는 건어린아이라도 알법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게 됩니다. 아니, 잊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만해보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쉬운 사람, 막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두렵기 때문일 겁니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말입니다. 저 역시 두렵습니다. 그러나 그두려움을 핑계삼아 누군가에게 호의를 선사하는 일을 주저하는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또한 아마도 살아가는 내내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습니다만, 세상이 나를 알아보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크기만큼, 그보다 더 지극한 마음을 들여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저 자신과 우리의 밝은 면을 발견해 나가고 싶습니다. - P171

INTJ의 대답

몇몇 분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제 옆에앉아 있던 한 작가가 말했습니다.
"애써 꿈을 가지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어요."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사람들의 표정은 온화해졌습니다.
그러다 제가 말을 해야 할 차례가 왔습니다. 저는 숨을 깊이 쉰후 이렇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요.
"이어령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죠. 꿈은 빨리 이루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하는 거라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꿈에서 깨면 죽는다고요." - P175

그 말을 뱉자마자 아차 싶었습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INFP였던 그 작가님의 공감과 위로의 따스한 이야기에 냉철한 INTJ인 제가 찬물을 끼얹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어색한 공기로 가득차서 숨이 막힐 것 같은 몇 분이 흘렀습니다. 어영부영하는 사이 마이크는 다른 분에게로 넘어갔습니다. 행사를 마치고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 지하철 안에서 그때 미처 뱉지 못하고삼킨 말을 오랫동안 떠올렸습니다.
꿈을 깨면 죽는다고 해서, 그 꿈이 꼭 대단한 것일 필요는 없겠지요. 단지, 우리 삶에서 지켜야 할,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없는 단 하나의 단어만은 마음속에 품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 P176

어른이 해야 할 일 중

다만 이렇게 말씀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유년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고 반짝이는 열망을 어른과 이 세상의 보편적인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야말로 어른들이 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요.
상상과 창조는 언제나 보편의 경계 밖에서 이루어진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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