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로 십오분쯤 걸리는 백화점 나들이는 엄마한테 제법 먼 외출이다. 그럴 때 엄마가 들고 가는 가방은 평소의 파우치 스타일이아니라 가죽(아마도) 가방이다. 콤팩트하지만 도라에몽 주머니처럼뭐든지 들어 있다.
지갑, 휴대전화, 손수건, 티슈, 작게 접은 나일론 에코백, 여기까지는 평소와 다름없지만 작게 접은 슈퍼 비닐봉지도 추가된다. ‘혹시 모르니까‘란다. 그 밖에 돋보기와 카드 지갑 카드라 해봤자 상점 스탬프카드뿐이지만 실로 종류가 다양하다. 거기다 수첩, 화장품 파우치, 빗, 도장, 손톱깎이, 물티슈까지. 참고로 물티슈는 대개찻집에서 나오는 일회용 물수건이다. 안 쓰고 챙겨뒀다 갖고 다닌다. ‘혹시 모르니까‘란다.
그것들이 전부 들어간 작은 가방은 한눈에도 빵빵하다. 들어보면 묵직하다. 많은 물건을 콤팩트하게 수납했다는 기쁨이 가방에서 전해져오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백화점 안에서 마주치는 아줌마들 가방은 대개 작고 빵빵하다. 그 속에 든 것들을 모조리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감상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런 것까지 갖고 다닌다고?! 하는물건이 속출하리란 예감이 든다. - 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