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인데 엄마랑 같이 산마 프로그램을 보면 나도 평소의세 배는 웃는다. 집에서 혼자 봤으면 절대 안 웃었을 대목에서도소리 높여 깔깔깔 웃어버린다. 요컨대 엄마가 웃으니까 덩달아 웃는 셈인데, 요즘 들어 이건 아무래도 굉장한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 P49

버스로 십오분쯤 걸리는 백화점 나들이는 엄마한테 제법 먼 외출이다. 그럴 때 엄마가 들고 가는 가방은 평소의 파우치 스타일이아니라 가죽(아마도) 가방이다. 콤팩트하지만 도라에몽 주머니처럼뭐든지 들어 있다.
지갑, 휴대전화, 손수건, 티슈, 작게 접은 나일론 에코백, 여기까지는 평소와 다름없지만 작게 접은 슈퍼 비닐봉지도 추가된다. ‘혹시 모르니까‘란다. 그 밖에 돋보기와 카드 지갑 카드라 해봤자 상점 스탬프카드뿐이지만 실로 종류가 다양하다. 거기다 수첩, 화장품 파우치, 빗, 도장, 손톱깎이, 물티슈까지. 참고로 물티슈는 대개찻집에서 나오는 일회용 물수건이다. 안 쓰고 챙겨뒀다 갖고 다닌다. ‘혹시 모르니까‘란다.
그것들이 전부 들어간 작은 가방은 한눈에도 빵빵하다. 들어보면 묵직하다. 많은 물건을 콤팩트하게 수납했다는 기쁨이 가방에서 전해져오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백화점 안에서 마주치는 아줌마들 가방은 대개 작고 빵빵하다. 그 속에 든 것들을 모조리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감상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런 것까지 갖고 다닌다고?! 하는물건이 속출하리란 예감이 든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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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누구나 제게 자연스러운 자리를 가지고있는 법이다. 그 자리의 높이를 결정해 주는 것은 자만심도 가치도 아니다. 그것은 유년 시절이다. 나의 자리는 지붕들이 내려다보이는 파리의 건물 7층에 있다.  - P66

80년의 핸디캡을 안고 인생을 출발한 셈이다. 그것은 한탄해야할 일이겠는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우리 사회에서는 때로는 뒤늦은 것이 오히려 앞지르는 일이 되는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간에, 할아버지가 던져준 뼈다귀를 나는 어찌나 열심히 갉아 먹었던지 그것을 햇빛에 비추어 보면 말갛게 비칠 정도였다. 할아버지는 내가 작가라는 이름의 그 중개자들에게 싫증 내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얻은 결과는 정반대였다. 나는 재능과 공덕을혼동했다. 나는 그들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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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의 싸움에서 흔히 어린애와 노인은 한패가 되는 법이다. 어린애가 신탁(神託)을 내리면 노인이 그것을 푼다. 자연은 말을 하고 경험은 통역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은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다.  - P34

그들에게는 생활필수품조차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그들의 사치품이 되고 싶은 것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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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훌륭한 아버지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이 일반 법칙이다. 남자들이 나쁜 탓이 아니라 부자 간의 관계란 원래 고약한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뭐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이를 소유하겠다니 그런 당치 않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 P22

나는 남의 우두머리가 아니고또 그렇게 될 생각도 없다. 명령하는 것과 복종하는 것은 똑같은 짓이다. 가장 권위 있는 지배자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아버지라는 거룩한 기생자의 이름으로 명령을 내리고,
자기가 겪은 추상적 폭력을 남에게 행사한다. 나는 일생 동안스스로 웃고 또 남을 웃기지 않고서는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내가 권력이라는 암에 걸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도 내게 복종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지는 못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복종해야 했단 말인가? 모두들 내게 덩치 - P24

큰 젊은 여인을 가리켜 보이면서 그녀가 내 어머니라고 했다.
나 자신에게는 차라리 누이 같았는데 말이다. 집 안에 감금되고 누구에게나 순종하는 이 여인은 내 시중을 들기 위한 사람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녀가 좋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너를 존경하지 않는데 어찌 나만이 존경할 수 있었으랴? 우리집에는 침실이 세 개 있었다. 그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이들의 침실이다. ‘아이들‘이란 다 같이 미성년이며 다 같이 얻어 먹고 사는 우리 모자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오직 나만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내‘ 방에 한 처녀의 침대를 갖다놓은셈이었다. 그 처녀는 혼자 자고 얌전히 일어났다. 내가 아직 자고 있는 동안 그녀는 욕실로 가서 잠깐 탕에 들어갔다가 단단히 차려입고 나온다. 내가 그녀의 몸에서 태어났다니 그럴 수가있을까? 그녀는 내게 자기의 불행을 이야기하고 나는 그녀를가엽게 여기면서 듣는다. 어른이 되면 그녀와 결혼해서 잘 돌보아주겠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에게 손을 내밀고 당신을 위해서내 값진 청춘을 바치리라고 약속까지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그녀에게 복종하려는 것이었을까? 나는 너그럽게 그녀의 소원을들어주려고 했을 뿐이다. 더구나 그녀는 내게 무슨 명령을 내린일이 없다. 다만 지나가는 말처럼 내게 어떤 미래를 그려 보이고내가 그러겠다고 하면 칭찬해 주는 것이었다. "우리 아기는 정말 귀엽고 착한 아기가 될 거야. 코에 약을 넣어도 얌전히 있겠지." 나는 함정에 걸려들듯 이런 달콤한 예언에 걸려들고 만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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