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니다. 한때 읽고 사랑했으나 차마 버릴 수 없었던 모든 책이바로 첫사랑 같은 책들이라고.
살다보면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도 변해 있고 상대방도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잠깐의 만남이라도 느낄 수 있습니다. 분명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책도 그렇지요. 오래전에 사랑했던 책도다시 읽어보면 기억하고 있던 것과 많이 달라서 당황할 때가있습니다. 그런 책이 한두 권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예전에기억하고 있던 것과 거의 같은 책이 드물 정도입니다. 첫사랑이든 옛사랑이든, 우리가 오래전에 겪었던 그 모든 감정적 격동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얼마간은 자기 편한 대로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서재의 책들, 한때 사랑했으나 이제는 한구석에 그냥 방치해둔 책들이 은근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은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니 이런 느낌 잘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책을 사랑하는 것이지 특정한 어떤 책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에 대한 사랑은 변합니다.
때로는 이런 작가를 사랑했으나 곧 다른 작가에게 빠져듭니다.
프랑스소설을 막 읽다가 일본소설에 탐닉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예 소설은 안 읽고 역사서만 읽기도 합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영화 대사도 있지만 변해야 사랑입니다. 책을 - P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