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배려받으며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으로 버틸 수 있었겠습니까? - P49

그만큼 한 권의 책을 통째로 끌어안고 씨름하는 데에 뇌의 넓은 영역이 동원되는 모양입니다. 그 책 속에 완전히빠져서 잠을 자면서도 번역을 하고 퇴고를 할 정도이니 뇌가 꽉 차서 이전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번역 이외의 일상 기억도 사라지지만 번역한 책의 내용도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암기 과목 시험을 볼 때 시험지를 덮는 순간 공부한 내용이 머릿속에서 싹 사라지는 것처럼, 다음 책을 받고 번역하기 시작하면 이전 책의 기억도 금세 사라집니다. 다음 책의 기억이 이전 기억 위에 덮어쓰기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마치 제 머리가 컴퓨터의메모리가 된 것 같습니다. 용량이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말입니다. - P65

소설가 플로베르는 ‘재능이란 오랜 인내‘라고 말했다. 결국 첫술에 배부른 일 없고, 처음부터 쉬운 일은 이 세상에단 하나도 없다. 자신을 갈아 넣는 노력을 하지 않고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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