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사실인즉 이렇다.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몇몇 늙은이나마구 갈겨 쓰는 겉멋 들린 문학청년들을 제외하면 글짓기의명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말의 본질로 보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입으로 이야기할 때 나오는 제 나라 말도 글로 쓸 때는 외국어가 되는 것이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들은 모두가 그렇다고 나는 감히 말한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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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신을 알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나 다름없었고 기껏해야 내용 없는 활력에 끌렸을 뿐이었다. 하지만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제는 어릿광대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무슨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짜 연기를 하는 것만은 이미 청산했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요리조리 꾸며 보면서 마침내 자기의 참모습을 알게 된 셈이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서 다시 태어났다. 글을 쓰기 전에는 거울 놀이밖에는 없었다. 한데 최초의 소설을 쓰자마자 나는 한 어린애가 거울의 궁전 안으로 들어선 것을 알았다. 나는 글을 씀으로써 존재했고 어른들의 세계에서 벗어났다. 나는 오직 글쓰기를 위해서만 존재했으며, ‘나‘라는 말은 ‘글을 쓰는 나‘를 의미할 따름이었다. 그런들 어떠랴, 나는 기쁨을 알았다. 공중의 노리개와 같던 어린애가 이제 자기 자신과 사적(私的)인 데이트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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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총애를 받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는 따돌림을 당한 나는 이를테면 팔다 남은 물건이었다. 내 나이 일곱살에 기댈 곳이라고는 나 자신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 자신은아직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바야흐로 시작된 세기가 제시름을 비추고 있는 황량한 거울의 궁전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마련하겠다는 커다란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태어났다. 그러나 내가 그때까지 안 것이라고는 응접실의 개나 가질 만한 그런 허영심뿐이었다. 오만할 수밖에 없게 몰린 나는 ‘오만한 자‘
가 되고 말았다. 아무도 나의 존재를 진심에서 바라지 않았기때문에 나는 이 세상에서 불가결한 존재라는 건방진 생각을스스로 품게 되었다. 그보다 더 교만한 생각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생각이 또 어디 있겠는가? 사실인즉 내게는 다른 선택의여지가 없었다. 몰래 무임승차를 한 내가 기차 좌석에서 잠이들었다. 그러자 차장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차표를 보여 주시오!" 나는 차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운임을 내려고 해도 돈이 없었다. 나는 우선 내 잘못을 인정했다. 신분증명서는 집에 놓고 왔으며, 어떻게 개찰원의 눈을 속였는지는 이미 생각이 안 나지만 불법으로 차에 올라탄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나는 차장의 권위에 대해서 시비를 걸기는커녕 그 직무를 존중한다고 소리 높이 외치고, 그의 어떠한 처분에도 따르겠다고 미리 선언했다.
이 자기 비하의 극점에서 내가 빠져나갈 길이라곤 오직 상황을 뒤집어 엎는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중대하고도 비밀스러운 이유 때문에 디종으로 가야만 하는데, 그 이유란 프랑스와 아마도 전 인류의 운명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새로운 관점에서 본다면, 열차의 모든 승객 중에서 나만큼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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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때에도 그랬다. 그래도 모든 것을 빌릴 수 있었으니까 나는그것이 괴롭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여전히 추상적인 존재였다.
이 세상의 재물은 그 소유자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반대로 내게는 그것이 내가 어떤 사람이 아닌가를 가리켜 보였다. 나의 존재는 단단하지도 한결같지도 않았다. 나는아버지가 한 일을 장차 계승할 자도 아니었고, 강철 생산에 필요한 자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나는 혼이 없는 존재였다. - P97

때때로 나는 지나가는 시간의 애무를 느낀다. 또 어떤 때는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지만시간이 지나가지 않는 것을 느낀다.
1분 1분이 부르르 떨며 밀어닥쳐서 나를 집어삼키고는 여간해서 죽지 않는다. 썩었으면서도 아직 살아 있는 그 시간들을 쓸어 없애면, 좀 더 신선하지만 역시 똑같이 허망한 시간이 대신들어앉는다. 이 혐오감이 이른바 행복이라는 것이다. 어머니는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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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 때는 위신과 긍지를 갖추고 있는 법이고 일하는 행복을 누려야 할 터이다. 그런데도 하루 여덟 시간을 일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그녀가 어째서 자기의 삶을 마치 불치의 병처럼 한탄하는 것일까? 내가그녀의 넋두리를 할아버지에게 고하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 P91

세상의 질서가 견딜 수 없는 무질서를 그 속에 숨기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 P92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어떤 꾸준한 고집이 내 속에 뿌리•박혔으리라. 아버지의 기분이 내 원리 원칙이 되고, 그의 무지가 내 지식이 되며, 그의 원한이 나의 오만으로, 그의 괴벽이나의 율법으로 변해서, 그는 내 속에 자리 잡고 있었으리라.
그 존경스러운 입주자는 나로 하여금 나 자신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게 해 주었으리라. 그리고 그 자존심을 토대로 삼아 내삶의 권리를 일으켜 세웠으리라. 나를 만든 아버지가 내 장래를 결정해 놓았으리라. 나는 공과 대학생이 될 팔자를 타고나서 평생이 보장되었으리라. 그러나 장바티스트 사르트르는 비록 내 운명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비밀을 가지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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