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신을 알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나 다름없었고 기껏해야 내용 없는 활력에 끌렸을 뿐이었다. 하지만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제는 어릿광대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무슨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짜 연기를 하는 것만은 이미 청산했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요리조리 꾸며 보면서 마침내 자기의 참모습을 알게 된 셈이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서 다시 태어났다. 글을 쓰기 전에는 거울 놀이밖에는 없었다. 한데 최초의 소설을 쓰자마자 나는 한 어린애가 거울의 궁전 안으로 들어선 것을 알았다. 나는 글을 씀으로써 존재했고 어른들의 세계에서 벗어났다. 나는 오직 글쓰기를 위해서만 존재했으며, ‘나‘라는 말은 ‘글을 쓰는 나‘를 의미할 따름이었다. 그런들 어떠랴, 나는 기쁨을 알았다. 공중의 노리개와 같던 어린애가 이제 자기 자신과 사적(私的)인 데이트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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