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고백 - 천재의 가장 사적인 편지들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지음, 지콜론북 편집부 옮김 / 지콜론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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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도 한 인간이었고 누군가의 동생이었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읽은 책이었다. 그가 보낸 편지들에게는 다정함과 장난기와 존경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편지에 담긴 글들을 보니 남자치고 엄청 수다스러운 면도 있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가끔은 농담도 던질 줄 아는 천재 음악가의 인간적인 면모가 편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모차르트라고 하면 그의 손은 음표를 어루만지고 있을 것만 같은데 수통의 편지를 쓴 것을 보면 그가 외로움을 견디고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방식이 편지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이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그의 음악적 생애 업적을 다루고 있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의 모차르트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손길을 거쳐 남겨진 편지는 과장되지도 미화되지도 않았기에 천재 음악가라는 타이틀 뒤의 ‘인간 모차르트’를 볼 수 있었다. 굳이 그의 위대한 업적을 드러내지 않아도 편지글만으로도 그의 음악성이 얼마나 정교하고 완벽했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편지는 쓰다 보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의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모차르트 역시 편지를 쓰며 자기 안의 또 다른 나를 글로 옮겨 놓고 있었다.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가족에 대한 안부과 신앙, 음악에 관한 자신의 생각 등등 여러모로 모차르트가 얼마나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는지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가족에게 얼마나 다정다감했었는지 편지 말미에는 애정이 듬뿍 담긴 말을 잊지 않았다.

‘어머니의 손에 천 번 입 맞추며, 죽을 때까지 당신의 아들로 남겠습니다.

14살의 모차르트는 효심이 깊고 사랑이 많은 아이였으며 경건함이 무엇인지 아는 소년이었다는 것을 이 한 문장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나의 14살과 딸아이들의 14살이 너무나 천진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싶다. 한편으로는 천재이기에 삶의 이치를 먼저 깨닫은 아이처럼 느껴져 그 무게가 가벼워 보이진 않았다. 아니면 그때의 10대는 지금의 30대쯤 되려나? 그가 살던 18세기는 지금의 10대와 전혀 다른 시간이었을 것만 같다. 요즘은 서른이 넘어도 부모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식들이 많다고 한다. 그에 비해 모차르트는 어린 나이부터 사회적 언어를 일찍 배웠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불분명한 시대 그는 아이로서 보호받기보다 재능으로 일찍이 어른이 되어 버렸던 것은 아닌지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편지를 읽다 보면 누나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분위기와 말투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는데 이 또한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또한 편지가 쓰이던 시점에 모차르트는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에 대해 덧붙여 설명해 주고 있기에 읽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쉬웠다. 고백에 가까운 그의 편지들 덕분에 오래전 이 세상에서 사라진 모차르트라는 한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 저는 시를 써서 마음을 엮어낼 수는 없습니다. 시인이 아니니까요. 빛과 어둠을 던져 감정을 그려낼 수도 없습니다. 저는 화가가 아니니까요. 몸짓으로 생각을 전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무용가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소리로는, 가능합니다. 저는 음악가니까요.’ p93

20대의 모차르트는 자신이 음악가라는 정체성에 대해 확신을 가졌던 인물이었다. 궁중에서 프리랜서처럼 일하면서 일정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에 대해 일찍이 또렷이 구분하면서 음악가로서의 자부심과 자존감을 잃지 않았다. 악보를 필사하는 비용 대한 언급이나, 후원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그는 음악가로서 살아남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 뭔가 모르는 뭉클함과 아린 마음이 교차하는 듯했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수많은 편지를 썼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사랑과 음악에 관해 조언을 얻고, 설득하며, 좌절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결국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홀로서게 된다.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모차르트 그 자신’으로 넘어가는 일련의 내적 고뇌와 성장을 함께 본 듯했다. 모차르트에게 아버지는 스승인 동시에 그가 반드시 넘어서야 할 마지막 음악 세계였다. 아버지 세계 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커버린 아들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방식으로 더는 살아갈 수 없었다.

다 큰 자식은 부모 곁에서 완벽히 독립하고 난 뒤에서야 성장한다. 우리는 세대를 막론하고 이 과정을 통과하고 있다.

@gbb_mom 단단한맘 @takjibook 탁지북님께서 모집하신 서평단에 선정되어 @g_colonbook 지콜론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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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 우리 삶에 사랑과 연결 그리고 관계가 필요한 뇌과학적 이유
벤 라인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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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해 우리의 뇌는 사회적으로 되도록 배선된 것이다.’p47

인간의 뇌는 혼자 살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찾고, 말을 할 상대를 찾는 것은 본능이다. 우리가 사회적 연결을 원하는 이유를 저자는 뇌과학적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뇌는 사회적 연결을 생존 신호로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이미 분열된 세상에 살고 있으며, 그럴수록 그 연결의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관계의 연결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연결은 우리의 뇌가 가장 강하게 보상하는 행동 중 하나에 속한다.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공감을 나누며 시간을 보낼 때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된다. 이러한 작용이 바로 우리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화한다.

퇴사 후 첫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던 시간이 있었다. 온종일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혼자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말할 상대도 없이 남편이 퇴근해서 오기까지 답답하고 미칠 것만 같았다. 고립된 느낌은 견딜 수 없는 불안감으로 이어졌었다. 우울증인가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우울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 나의 내가 혼자 육아하는 상태를 고립으로 인식을 했으며 이것을 위험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감정이 이상해서도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 상태가 뇌의 불안 회로를 자극했던 것이다.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였을 때 이러한 증상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동료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며 오가는 공감의 언어는 뇌에 안전신호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뇌과학적으로 접근하니 그때의 나가 조금은 위로가 된다.

이제는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40대부터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을 했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내가 서 있는 연령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앞으로 점점 더 혼자 있을 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고립으로 인해 생겨나는 질병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유대관계를 잘 다져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나이가 든 부모님을 홀로 있게 하는 시간을 줄여 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더해본다.

마지막으로 내가 다소 충격적으로 느낀 것은 진통제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수준을 낮춘다는 연구였다. 다행히 약효가 떨어지면 회복하긴 하지만, 자주 편두통을 앓고 있는 나로서 진통제를 피할 수 없기에 더더욱 눈길이 갔나보다. 우리는 진통제 이 외에도 수많은 약물들과 화학적 물질에 노출되어 있고 이것은 우리 자신도 모르사이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우리는 COVID 19라는 판데믹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자살,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는 그 모든 것들이 사회적 교류가 단절된 고립의 결과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 대한 인식의 부족을 꼬집어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부족한 인식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구절에 가슴이 먹먹했다. 이 책의 저자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이것이었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건 없다. 당신이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삶을 누려라.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그들이 미소짓데 하라. 무엇을 하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당신이 뇌는 당신이 그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에필로그 중

더 퀘스트 출판사 @thequest_book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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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공식 워크북)
제임스 클리어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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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처음 읽었을 때, 나도 저자처럼 촘촘하면서도 체계적인 좋은 습관을 내 삶으로 가져오고 싶었다. 그러나 저자가 의도 하는 것이 무엇인지 큰 그림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시작할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저 책 속의 인상적인 문장들을 발판 삼아 내 나름의 습관을 만들어 갔던 것 같다.

<쓰면서 완성하는 아주 작은 습관> 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무엇보다 반가웠던 나였다. 드디어 이론으로 알고 있던 것을 직접 실천으로 옮겨볼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은 독자라면 내 마음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좋은 책이기에 내 삶에 한번은 꼭 적용해 보고 싶었던 그 마음을...

‘쓰면서 완성하는’ 이라는 제목에는 이 책을 출간하게 된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읽는 책이라기보다 직접 쓰면서 실행하는 책이다. 글로 읽었을 때 쉽게 실천하기 힘들었던 그 막막함을 어떻게든 해소해 주고 싶다는 듯 저자는 이해하기 쉽도록 ‘틀’을 제공해 주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단 하나, ‘시작’이었다. 펜을 들고 빈 여백을 내 생각과 의지로 채워 가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먼저 읽어 보았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습관을 위한 이론서라면 이 책은 실천서다. 본 책을 읽지 않은 독자라도 이 책은 무리 없이 따라가 갈 수 있고 실천 가능하다. 핵심 내용을 워크북 형태로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두 책과 함께 할 것을 추천한다. 뼈대가 되는 문장을 먼저 만난 뒤에 저자의 사고를 깊이 이해한 상태에서 이 책을 쓰게 되다면 좋은 습관을 장착하고자 하는 의지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저자가 던진 질문에 답을 적어가는 것이었다. 읽었을 때는 금방이라도 여백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글로 쓰려니 주저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 어려운 질문이 아닌데 답을 채우기 위해선 생각이 필요했다. 역시 써야만 자기 생각을 선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아, 이래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밖에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갔다. 그리고 이 책은 매년 반복해서 적고 실천하면 더 좋은 책이라는 것을 직접 쓰고 정리하며 느꼈다.

이 책은 그저 습관만을 위한 질문과 틀이 아니었다. 이것은 ‘내적인 나’와 ‘외적인 나’를 체계적이고 조화롭게 변화시키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의중을 읽고, 무엇을 하길 원하고, 어떤 결과에 이르고 싶은지 인식하는 과정이 없이는 습관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 또한 없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우리가 하다가 도중에 멈추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라기 보다 뚜렷한 ‘자기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자신이 무엇에 취약하고 어떤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적다 보면 알게 된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이 닿고자 하는 그 지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적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자신도 모르는 나를 데리고 습관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틀렸던 것이다.

이 책의 여백을 다 채우고 나면 하나의 도면을 펼쳐보듯 보지 못했던 내 생각을 만나게 된다. 시각화가 별거 아니다. 매일 고민하고 생각한 것들을 실제로 적으며 무의식에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상상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벌어지는 시각화만큼 확실한 게 어디 있으랴.

내가 가고자 하는 그 길에 어떤 습관을 동행시키느냐가 남은 인생을 결정한다. 새해를 함께 출발할 책이 또 한 권 생겨서 기쁘다. 그리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책이란 것도 안다. 조금씩 변해가는 나를 기록하는 책이 될 것 같다.

@bizbooks_kr 비즈니스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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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당신에게 - 외로움과 우정, 사이의 철학
엄성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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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도 ‘외롭다’고 느낀다. 이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는, 미리 셋팅된 ‘기본값’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그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관계를 선택하는 것인데 오히려 그 관계로 더욱 외로워지거나 고통을 겪게 되는데 있다. 저자는 인간이기에 느끼는 실존적 외로움이 아닌 ‘관계적 외로움’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나 역시 한때 ‘외로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막연히 혼자여서 외롭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은 스스로의 선택이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두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의가 아닌 외로움은 고통으로, 선택된 혼자는 오히려 즐거움과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말하자면 ‘혼자 있어 봄’이라는 경험을 통해 외로움은 혼자여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건 ‘태도’의 문제였다. 혼자여도 충분히 편안할 수 있고, 외려 충만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되었다. ‘외로움’과 ‘고독’은 또 다른 의미구나.

저자가 옮겨놓은 철학자 ‘폴 틸리히’의 문장을 통해 그간에 내가 느낀 감정들의 ‘해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이 대목에서부터 도파민이 폭발하면서 본격적인 독서 질주는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맛에 책을 읽는 거지!’라면서.

“우리의 언어는 인간의 홀로 있음이 갖는 두 측면을 현명하게 포착해왔다. 홀로 있음의 괴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홀로 있음의 영광을 표현하기 위해 ‘고독’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p34

“외로운 사람은 ‘남’과 함께 있지 못해 홀로 이고 고독한 사람은 ‘나’와 함께 있기 위해 홀로인 것이다.”

독자는 경험과 맞닿은 글을 만날 때, ‘야호’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가 선택한 ‘새벽’은 바로 ‘나와 함께’하기 위한 ‘홀로됨’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선택은 실제로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또한 고독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태도가 다른 사람과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이쯤에서 ‘나 자신은 외로움을 회피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사실에 대한 자각만으로도 관계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외로움이란 감정에 매몰되어 있지 않는다. 그 감정을 회피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인정하되, 어떻게 하면 안전한 나로 홀로서면서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읽는 동안 저자의 깊이 있는 사유와 함께 독자 역시 외로움, 관계, 우정,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우리 주변에는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 관계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는 사이라는 모호한 관계가 때로는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리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더 깊은 관계로 가는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관계는 ‘선한 마음의 주고 받기’라고 생각한다. 좋은 것을 주면 당연히 상대방은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혹여 늘 받기만 하거나,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 고마움을 잊고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상대방이 주는 만큼 나 역시 베풀었는지, 그것이 물건이었든, 마음의 표현이었든, 어떤 형태로든 받은 만큼 되돌려 주기 위해 노력했는지 말이다. 생각해보면 충분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렇게 놓고 보니 나는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공들인 오랜 시간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알아주는 이가 있으니 말이다. 한 해가 가기 전 ‘우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앞에 내 곁을 함께 하는 이들을 다시 점검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친구의 마음으로 다가섰지만, 내 마음과 달리 오지 않았던 관계에 대한 씁쓸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외로움’와 ‘우정’에 대한 저자만의 철학적 사유에 공명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참 행복했다.

‘누구에게나 친구는 아무에게도 친구가 아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21세기북스 출판사 @jiinpill21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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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라도 너의 편이다 - 가난한 이웃을 치료하는 의사가 배운 인생의 의미
최영아 지음 / 빛의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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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내가 온 길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그때 그 선택 하나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구나’하는 각성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지금의 나’로 이끈 첫 선택은 대게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러하기에 당시에는 그것이 그리 의미 있는 선택인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지나간다. 어느날 문득 지금의 내가 하는 일들이 운명의 큰 이끌림처럼 느껴질 때 비로소 그 첫 순간은 미화된다.

저자의 인생을 움직인 첫 발걸음은 의예과 2학년 여름방학, 청량리역 근처 무료급식소를 찾아가던 그날일 것이다. 가지 않으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의료취약계층의 현실은 그 첫걸음이 아니었다면 사는 내내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뉴스에서나 들을법한 나와는 무관한 소수의 이야기라 치부한 채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전문의가 된 후 깊은 고민 끝에 무료 진료 병원을 설립하며 그 선택을 삶으로 이어가고 있다. 선한 의도로 시작된 일은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기 마련이다.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의사의 모습이 아닐까? 병만 치료하기에 급급하기보다 인간으로 다가가 사람의 마음까지 살필 줄 아는 의사, 그 아픔 앞에 멈춰서 줄 의사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환자의 생명 앞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의사는 없다. 하지만 20년을 넘게 간호사로 의료 현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돈과 상관없이 환자에게 끝까지 인간적으로 다가서서 치료를 해주는 의사를 실제로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에서 숨바꼭질하듯 묵묵히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분도 반드시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저자처럼. 이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이 아직은 충분히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 설립과 환자 치료에 사심 없이 손발을 걷어붙이고 달려와 준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읽는 내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기 힘든 일의 절반은 보이지 않는 착한 손길이 해낸 공로가 크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이뤄온 일들 역시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준 이들 덕분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읽다 보니 내 삶을 지탱해 준 이들을 떠올리게 되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오늘이 있어 감사하다.

‘환자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반영하면 병이 보이지 않는다’ p113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남는 말 하나가 바로 위의 문장이다. 나 역시 의료인이기에 이 말의 깊은 뜻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사람을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 왜나하면 있는 그대로의 환자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예상치도 못한 환자들을 만날 수 밖에 없다. 병원은 나이도, 권력도, 직업도, 직급도 가리지 않는 공간이다. 병원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가장 나약한 모습으로 거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참 숙연해진다. 환자를 대하는 나의 태도, 의료인으로 살아온 나 자신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사람이 고통 앞에 서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우리는 사람과 연결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헤세드의 서재 @hyejin_bookangel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리더스 그라운드 출판사 @readers_ground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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