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입은 늑대 5 - 팬티 대신 바지를 입다! 팬티 입은 늑대 5
윌프리드 루파노 지음, 마야나 이토이즈 그림, 김보희 옮김, 폴 코에 도움글 / 키위북스(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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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입은 늑대 5

팬티 대신 바지를 입다!

윌프리드 루파노 글 / 마야나 이토이즈 그림 / 김보희 역 | 키위북스 2023

 

인기리에 꾸준히 속편이 출간되고 있는 <팬티 입은 늑대> 5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팬티 입은 늑대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겠지요? 감각적인 그림 스타일에 재미난 소재, 예측할 수 없는 신선한 전개, 거기에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재치까지! 재밌게 읽으면서 나와 세상의 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제목인 <팬티 대신 바지를 입다!>를 보며 늑대가 바지를 입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데요, 휴가를 갔다 온 사이 숲속 마을 동물들 사이에서 늑대의 빨간 줄무늬 팬티가 대 유행을 합니다. 원래 늑대의 팬티인데 말이지요. 늑대는 자기 팬티를 다들 따라 입는 게 너무나 싫었어요. 속상한 마음에 자신의 팬티를 버리고 우연히 만난 허수아비의 바지를 입게 됩니다. 늑대는 이제 바지 입은 늑대로 살아가게 될까요?

 

 

어릴 적엔 유행이라는 것이 단순히 청소년기라는 세대의 특성이자 개성의 표현인 줄로만 알았어요. 친구들이 바짓단을 접어 입으면 나도 따라 접어 입고, 셔츠 앞만 넣어 입으면 따라 넣었죠. 그러다가 TV 연예인들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이 친구들보다 유행에 좀 더 앞선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 미디어 속 셀럽들을 흉내 내었어요. 어른이 되고 보니 유행을 따라하는 것은 청소년뿐 아니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모든 세대의 공통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지금은 심지어 10대 이하의 초등학생들까지 개성 표현의 방법으로 비슷한 문화를 따라하는 것을 보게 돼요. 어찌보면 나만의 개성을 표현한다는 것 역시 개성을 표현하려는 문화이자 유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마다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와 함께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은 욕구가 맞물려 결국 사람들의 취향, 스타일 면에서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된다는 거예요. 거기에 타인 속에서 나를 적절하게 드러내고픈 욕구가 상업적인 상술에 얽매여 소비적 유행이라는 흐름 속에 들어가고 말아요.

 

 

이 책은 다른 사람의 스타일이나 취향, 기호를 무작정 따라하는 유행에 대해 날카롭게 꼬집으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습니다. 늑대가 자신의 팬티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 유행을 따르거나 뒤처지는(?) 것은 결코 추앙받거나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요. 우리 각자의 개성뿐 아니라 나의 존재, 나의 가치는 어떤 스타일, 어떤 유행을 쫓느냐가 아니라 어떤 것을 소중히 여기며 나다움을 간직하고 사느냐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지요. 남들의 시선에 매이지 말고 나의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그래서 더 개성 있고 고유한 삶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내가 되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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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거미줄
김수정 지음, 김형준 그림 / 월천상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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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거미줄 

김수정 (지은이), 김형준 (그림), 월천상회 2023


책 표지에 인상을 쓰고 있는 거미가 보여요. 무엇 때문에 표정이 안 좋을까요? 그건 바로 자신의 거미줄 때문이에요. 다락방에 사는 루시는 완벽한 집을 짓는 것이 너무나 중요해요. 비뚤어진 거미줄은 참지 못하죠. 심지어 먹이를 잡는 것보다 반듯한 집을 짓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자신만의 규칙에 따라 완벽하게 지어야 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완벽한 거미줄로 집을 지은 거미가 나타나요. 샘이 나고 초조해진 루시는 짜고 있던 거미줄을 걷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집을 지어요. 과연 루시의 집은 원하는 대로 완벽해질 수 있을까요?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유난히 지우개를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잘 그린 것 같은데 지우고 다시, 또 지우고 다시, 그렇게 하다 보면 나중엔 지우개 자국 때문에 오히려 처음보다 더 못한 그림이 될 때가 있지요. 스스로 잘 못 한다고 생각해서 그러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지우고 또 지우기도 해요. 계속 고치고 수정하는 것은 더 나은 쪽으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지만 너무 과하면 본인이 세운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기도 하지요. 과도한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자신을 그 완벽함이라는 굴레에 가두게 되기도 하고요.


완벽함이란 게 끝이 있을까요? 어느 곳에나 나보다, 또 그 누구보다 나은 무언가가 있고, 심지어 완벽하다는 것의 기준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그럼 완벽함을 절대적인 가치로 추구하는 건 무엇을 향해 가는 걸까요? 


작가는 자신이 만든 기준과 틀에 갇혀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거미 루시에 빗대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완벽함보다 더 중요한 것을 루시가 찾아가는 것처럼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삶의 태도,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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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왜 그럴까? 너머학교 톡톡 지식그림책 9
카를라 해프너 지음, 미케 샤이어 그림, 신동경 옮김 / 너머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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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왜 그럴까?

카를라 해프너 글/미케 샤이어 그림/신동경 역 너머학교 2023


너머학교에서 출판한 <유전자는 왜 그럴까?>.

첫 장을 펼쳤을 때는 많은 글밥에 놀랐지만^^; 읽는 동안 내용에 쏙 빠져들었어요.

중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시험 대비로 외우느라 급급했던 유전에 관한 내용이 이렇게 알기 쉽고 보기 쉽게 그림책으로 나왔다니!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 이해되는 걸 보면서 교과서도 이런 그림책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완두콩 재배를 통해 유전자를 발견한 유전학의 아버지 멘델에서부터 염색체를 발견한 독일의 발터 플레밍, 초파리 염색체 지도를 그린 토마스 모건... 수많은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DNA 연구와 유전자 변형,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유전공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전공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깊이 다룰 뿐 아니라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거나, 궁금해하고 관심 갖는 분야까지 확장하여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친절한 설명뿐 아니라 알아보기 쉽게 정리된 그림과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친근한 어린이들의 재미난 대화와 행동이 어려운 내용을 지루해지지 않게 도와줍니다.


코로나를 통해 유전공학 기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진 현 시대에, 유전공학이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윤리적, 지구 생태계적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고민하며 지혜롭게 연구되어야 함을 또한 보여줍니다.


이 책을 보며 인간이, 그리고 생명이 얼마나 복잡하고 섬세하며 정밀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을 들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읽는 아이들을 보며,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신비의 영역이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을 통해 끊임없이 연구되고 감동하며, 세상에 이롭게 쓰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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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장선우 지음, 장서윤 그림 / 달그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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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장선우 글, 장서윤 그림, 달그림 2023

‘나’를 찾아 헤매는
지금, 당신의 이야기


김포와 인천의 경계, 서울과 광명의 경계, 20대와 30대의 경계.
이 책의 작가는 수많은 경계선에 서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언어로는 명시되어 있지만 실체를 명확히 말하기엔 어려운 세상 속 수많은 모호함에 관해 이야기한다.
새벽과 아침, 저녁과 밤, 좋음과 싫음...


세상의 많은 것은 분명하게 나뉘지 않는다.
이 책은 불분명함 속에서 경계에 머물며 고민하는 젊은이의 고민과 삶이
절제된 언어와 상징적인 그림들로 덤덤하게 그려지고 있다.


‘젊은이’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나는 ‘젊은이’인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때로 세상이 정의하는 것과 개인의 정의가 다르고
각 개인이 정의하는 것이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모호함 없이, 경계 없이 명확히 구별 짓는 것이 좋은 걸까? 혹은 그것이 가능한 걸까? 아마도 그렇지 않으리란 것을 작가와 독자는 모두 알고 있다.
경계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방황하며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개인의 삶 모두가 소중하다. 그 속에서 각자 삶의 의미와 깨달음을 찾아내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오히려 그 불분명함과 모호한 경계선이 사람들로 하여금 끝없이 고민하게 하고, 새로움을 창조하게 해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던 시기,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시집을 만난 것이 떠올랐다. 제목만 듣고서도 서러웠다. 29와 30은 딱 하룻밤 차이였는데, 왜 그렇게 30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던지.

하지만 30대도 40대도 보내는 지금은, 사람들이 정해놓은 숫자와 개념, 관념에서 벗어나 삶의 진정한 의미를 갈구하며 매일을 찬란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삶 그 자체가 잔치라는 것도.

경계선, ‘나’를 찾아 헤매는 지금, 나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삶이 참 아름답다. 그림책 한 권이 참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계속 곱씹으며 곁에 두고 싶은 그림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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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말은 날개달린 그림책방 52
가지꽃 지음 / 여유당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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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말은

가지꽃 그림책, 여유당 2023


사랑스러운 필명, 가지꽃 작가님의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책 <그러니까 내 말은>!

구름 위를 걷듯 꽃 위에 있는 소녀와 토끼가 너무 예쁘네요.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일지 가늠이 안 돼요. 꼭 책을 열어보고 싶게 만드는 호기심 가득한 제목입니다.


책을 펼치면 커다란 꽃 속에 들어간 아이가 말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꽃을 입어.


꽃을 입는다니 무슨 얘기일까요?


그러니까 내 말은...

한때 꽃이었던 옷 말이야.”


아하, 그 꽃!

아이의 말처럼 정말 내가 입고 있는 옷은 한때 꽃이었어요!


아이가 책에서 말하는 유리컵, 종이, 바람, 물, 전깃불...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이지만

본래의 실체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많은 손과 과정을 거쳐서 변형되거나 가공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작가는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어떻게 우리 곁에 와 있는지

때때로 생각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지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수고와 노력으로, 오랜 시간에 걸친 손길과 연단으로 

세상이 주는 선물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책을 보며 느끼게 됩니다.


세상은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의 것이며

세상에 만들어진 모든 것은 그 쓰임에 알맞게 바뀌어 나에게 오고 있음을,

그렇게 세상의 모든 생명과 물질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그림책, <그러니까 내 말은>을 만나게 되어 참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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