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 열여섯 마리 고양이와 다섯 인간의 유쾌한 동거
이용한 글.사진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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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고 아름다운 메시지. 그에 어울리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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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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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정리. 쉬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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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사무라이 8 - 완결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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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요와 시대물의 예술적인 만남. 선의 미학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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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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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인 사학자 한홍구의 신작. 부제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저자 서문'에 집필 동기가 밝혀져 있다. 2011년 모처에서 한국사 학자 몇 명이 모여, 다음 해인 2012년이 유신이 선포된지 40년이며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고 또 그 선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유력한 후보로 나서는 때에, 한국사 학자들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가 있었다 한다. 학자들은 그 시대를 체험하한 세대들을 위해 특히 유신 시대를 개괄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는 데 중지를 모았고, 모임의 막내인 한홍구그 일을 맡게 되었다. 한홍구는 오랫동안 여러 일을 같이 해 왔던 <한겨레>의 에디터 고경태를 찾아가 취지를 명하였고 고경태는 <한겨레> 토요판에 새 코너를 개설해 주었다. 1년 반 가량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한홍구의 신과 오늘'의 시작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과 함께 대선 분위기가 겹쳐 해당 코너는 큰 화제를 모았다. 나 또한 한 편 한 편 즐겨찾기에 추가해 가며 애독했던 기억이 난다. 이 코너는 2013년 5월 31일, <직설>을 함께 펴냈던 소설가 서해성과 개그우먼 곽현화와 함께 나눈 대담인 41편 '마지막 이야기꽃'으로 끝을 맺었다. 코너의 특성 상 분명히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나와 주리라 기대하였는데 연재 종료 반 년 후가 지난 2014년 1월, 이렇게 <유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책 제목 그대로, '유신시대'를 기록하였다. 총 5부로 나뉘는 본문은 '유신 전야'인 1971년에서 시작하여 '유신의 심장'을 쏜 김재규의 사형일인 1980년 5월 24일에서 끝난다. 여기에 선거 기간 중 '5.16과 유신의 시비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했던 박근혜 당시 후보의 발언을 듣고 쓴 '박근혜 후보에게 드리는 공개장'과,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다음날 썼던 글인 '신유신의 밤', 이 두 편의 글이 부록으로 덧붙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의 이름들은 시사/역사 부문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들었거나 혹은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 시를 몇 차례 읽기만 했어도 크게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만이 갖는 특장점은 독자를 거듭 이끄는 그 끈질기고 가열찬 손길에 있다.

 

4부 '유신의 사회사'에서 국방/행정/교육 등에 걸쳐 사회 전반을 살펴본 것을 제하면, 책의 대부분은 유신 시대에 일어난 정치적 사건, 그리고 그 사건과 청와대/중정/국회와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유신세력과 저항 세력의 이력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과 이력이란 인과를 통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시간 순으로 차근차근 정리하기만 하면 그 나름으로 훌륭한 집필 전략이 된다. 71년에는 이런이런 사건이 있었다, 다음 해인 72년에는 이런이런 사건이 있었다, 하고.

 

그러나 한홍구는 몹시 끈질기다. 하나의 사건을 설명하고 나서는 그대로 넘어가지 않고 앞에서 설명했던 다른 건들을 연결하여 다시 언급한다. 예를 들어 1974년에 있었던, '언론'에 관련된 한 사건을 소개했다 치자. 관련 물이 나올테고 사의 경과가 나올테고 결과와 영향이 나올 것이다. 그렇구나. 74년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 때의 '언론'에 대해 잘 알겠다, 하고 다음 장을 넘기려는 독자의 팔목을, 한홍구는 한 차례 더 그러쥔다. 아직 안 끝났어. 그리 앞에서 이미 설명하였던, 해당 시기 국내의 정치 상황, 국외의 외교적 상황 등을 다시 꺼내어 거론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읽다 보면 '앞에서 했던 얘기를 왜 또 하지?', '언론 얘기 잘 끝났는데 왜 갑자기 정치 얘기지?', 혹은 '응, 다시 한 번 설명해 주니 외우기도 좋고 편하네' 정도의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야말로 '현실'을 재구하는 의미 있는 방식이다. 그때 뿐 아니라 지금도, 아니 언제라도, 인간은 '언론', '사회', '국방'의 카테고리로 나뉜 삶을 살지 않는다. 카테고리의 총합인 '74년'을 살고 있을 뿐이다. 그 해에는 언론의 사건도 있고 사회의 사건도 있고 외교의 사건도 있다. 그 하나하나가 섞여 개개인의 삶, 그러니까 죽간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들의 삶 뿐 아니라 박정희의 삶, 이후락의 삶, 차지철의 삶 등에 중층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홍구의 끈덕진 손길의 동력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오는 듯 하다. 역사란 몇 가지 사건의 단선적 연결이 아니다. 당대의 모든 사건이 인간과 교섭하여 토해 내는 총체적 결과물이다. 알아다오. 부디 알아다오.

 

한홍구는 저술과 강연을 통해 종종 '유신시대를 끝내지 못하'고 '민주화를 완성시키지 못한' 기성세대로서의 부채의식을 토로하곤 한다. 나는 앞서 이야기한 '끈덕진 손길'에서 그 부채의식에서 발로한 사죄의 실천을 발견한다. 이것은 몹시 주관적인 인상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런 사학자가 있어서 고맙다'라는 전작들의 독후감과 달리, 이 책의 독서를 통해 처음으로 '이런 스승이 있어서 고맙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본인의 직능 활동이나 영달, 경제적 성공 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인 나의 이해와 공감, 그리고 각성을 위해 이렇게까지 끈덕지게 노력하는 이를 스승으로 인정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70년대의 한국사를 '유신'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해 낸 것이기에, 본인이 취하고 있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책일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의 별점 평가란을 보면 대부분의 평점이 만점과 최하점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홍구의 시각에 찬성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주장에 논거를 더 하고 또 한 명의 스승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장의 객관성을 검증해 보기 위해서라도 독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책을 덮고, 오래 전에 훑어보았을 뿐인 긴급조치 1-9호의 전문을 다시 찾아 읽었다. 마지막으로 선포된 긴급조치 9호의 일부분을 발췌하여 적어둔다. 1975년 5월 13일부터 시행되었던 이 조치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판정난 것은 38년 후인 2013년 3월의 일이다.

 

 

- 긴급조치 9호

①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나.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 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다. 학교 당국의 지도, 감독 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예외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 관여 행위
라.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② 제1에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한다.

⑦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⑧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

⑪ 이 조치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주무부장관이 정한다.

⑫ 국방부 장관은 서울특별시장, 부산시장 또는 도지사로부터 치안질서유지를 위한 병력출동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이에 응하여 지원할 수 있다.

⑬ 이 조치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명령이나 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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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교회 잔혹사
옥성호 지음 / 박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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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갑각류 크리스쳔>의 독후감을 통해 소개한 바 있었던 옥성호 씨의 신작. 그간의 저서에서는 주로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 기독교의 병폐를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해 왔던 그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이전의 저서들도 그러하였지만, 이 소설은 특히 출간되기 전부터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제목과 내용, 저자의 이력을 감안해 볼 때 비판과 풍자의 소재로 삼고 있는 대상이 대형교회 일반이 아니라 특정교회를 가리키는 것으로 읽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대강의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2.

 

소설의 주인공은 대형교회인 '서초교회'의 부목사인 '장세기'이다. 이 장세기의 시점에서 서초교회에 일어나는 변화상들을 관찰한 기록이 큰 얼개이다.

 

주인공인 장세기는 쟁쟁한 유학파인 다른 목사들과 달리 교회의 청년부 간사로 시작해 국내의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여 간신히 목사가 된, 말하자면 '스펙이 딸리는' 목사였다. 다행히도 간사 때부터 몸을 담고 정성을 쏟았던 서초교회 청년부에서 그를 받아주었다. 장세기에게는 기적같은 일이었다.

 

평화롭던 그의 인생에 변화가 닥친 것은 서초교회의 개척자이며 모두에게 존경받는 사역자인 '정지만' 목사가 퇴를 준비하면서부터였다. 교회 내에는 새로 오게 될 목사로 아프리카에서 한인교회를 운영 중인 '김건축' 목사가 물망에 올랐다는 소문이 퍼졌다. 정지만 목사는 김건축 목사를 자신이 개척한 교회를 물려줄 적임으로 보았지만 몇몇 목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소문에 의하면 김건축 목사가 아프리카로 선교를 떠난 이유는 미국에서 몇 개의 개척 교회를 하다가 말아먹고 도피를 한 것이며, 도피처 중에서도 특히 아프리카를 정한 것은 그가 사자 사냥에 미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오면 평화롭던 사랑의 교회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걱정을 하는 이도 있었다.

 

김건축 목사가 부임하기도 전, 목회자들 사이에 '살생부'가 돌았다. 이미 김건축 목사에게 줄을 댄 한 목사가 사랑의 교회 목사들의 이력과 성향 등을 분석해 메일로 보고를 하였고, 그에 바탕하여 작성된 살생부라 하였다. 살생부에는 목사들이 남을 사람과 떠날 사람, 있든 말든 별 상관없는 사람의 세 부류로 분류되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떠날 사람으로 분류된 목사들은 정지만 목사와 함께 사랑의 교회 부흥기를 이끈 선배 목사들이거나 비판적 의식을 가진 목사들이었다. 주인공 장세기는 있든 말든 별 상관없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건전지 요원'으로 분류됐다.

 

황제의 대관식을 연상시키며 부임한 김건축 목사는 여러가지 혁신적 시도들을 발표하고 변화를 이끌었다. 먼저 예전에는 풀타임 목사와 파트타임 목사의 두 단계로 나뉘던 목사 직급을 담임목사/전무목사/부장목사/과장목사 등으로 수직 재편성하고, '글로벌 미션'이라는 슬로건 하에 교역자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는가 하면 목사들에게 정기적으로 토익 시험을 치고 성적을 보고하도록 하기도 했다. 교회 내에 언론홍보팀을 새로 설치하여 언론과의 접촉과 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대규모 부지를 매입하여 '잉글리시 타운'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렇게 바쁜 와중 <글로벌 마인드로 정복하는 영어회화>라는 책을 직접 펴내어 베스트셀러에 올리는 업적까지 일구어냈다. 장세기는 신앙의 힘으로 이러한 일들을 이루어내는 김건축 목사에게 진심으로 감복하였다.

 

그러나 이상한 점들도 있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교역자 회의에서 김건축 목사만은 '다른 목사들의 빠른 이해를 위해' 한국어로 발언과 진행을 하였다. 방송사의 취재진을 불러 진행하기로 했던 김건축 목사의 영어 예배는 얼마 후 립싱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김건축 목사는 거듭된 기도로 인해 성대결절이 와서 어쩔 수 없이 행한 조치라고 해명하였다. 한국 학생들을 입주시켜 영어를 배우게 하고 복음을 전파하게 하려고 세울 예정이라는 '잉글리시 타운'은 부지의 매입과 그를 위한 은행 대출 등의 주요한 상황을 교회의 정관에 따라 교회 당회에논의하지 않고 김건축 목사가 단독으로 추진한 것이라는 신문 기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거기에 신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35만 부가 팔려나간 <글로벌 마인드로 정복하는 영어회화>는 자신이 대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사까지 나타났다. 교포 2세인 이 목사는 그 책이 자신이 집필한 것이며, 김건축 목사 측은 이 책의 대필에 대한 댓가로 상응하는 금액과 함께 '서초교회'의 목사 직을 약속하였는데 이후 어떠한 것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폭로의 이유를 밝혔다.

 

여러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자 김건축 목사와 그 측근들은 '건전지 요원'이었던 장세기를 끌어들인다. 기는 몰랐지만, 김건축 목사 측이 그를 끌어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별 스펙이 없는 장세기가 청년부의 목사 직을 맡아 오랫동안 운영해 왔던 것은 전임 담임목사인 정지만 목사의 총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그래서 그들이 결정적 위기에 몰렸을 때, 장세기를 통해 정지만 목사의 협조와 응원을 얻어내려고 했던 것이다. 장세기는 얼떨떨해 하다가 결국에는 이들을 돕게 된다. 장세기가 정지만 목사의 방에 들어가 몰래 그의 수첩 하나를 훔쳐오자, 김건축 목사의 측근 중 한 명이 그 필적을 흉내내어 잉글리시 타운은 정지만 목사 자신 또한 찬성했던 안이라는 거짓 기록을 작성한다.

 

이 거짓 기록이 교인들과 세상에 퍼지자 정지만 목사는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가 그대로 별세하였다. 장세기는 존경하는 목회자인 정지만 목사의 죽음에 큰 혼란을 느끼다가, 이내 그의 죽음을 본 사탄의 무리들이 '우리 서초교회'를 분열시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눈물을 닦으며 교회가 하나될 수 있는 멋진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소설의 주된 전개는 김건축 목사와 그 측근들이 벌이는 부정비리를 따라가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장세기는 다소간 어리숙한 인물로 등장하여 그러한 부정비리의 현상만을 자세히 관찰하고 묘사할 뿐 그들의 의도를 전혀 짐작치 못하거나 아니면 순수한 의도라고 착각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부정비리의 실태를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책을 풍자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 장세기가 건조한 나레이터 역할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 또한 사건들을 경험하며 나름의 '소설적 성장'을 겪는다. 처음에는 스펙은 모자라지만 신앙심은 충실한, 평범한 목회자로 등장하지만, 김건축 목사 체제가 들어서고 나서는 대형교회 목사직을 유지함으로써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체제에 순응하였다가, 갈등이 본격화되는 종반부에 이르러서는 본인은 의식하지 못한 채 김건축 목사 측의 유용한 도구로써 활약하고, 마침내 결말에서는 현재의 체제를 수호는 것이 곧 선이라는 강렬한 사명감을 갖게 되기에 이른다. 다소 순수하고 다소 속물적이었던 평범한 한 인물이 부정한 체제의 외부자에서 출발하여 방관자, 참여자를 거쳐 마침내 수호자로 탄생하게 되는 이 과정은 점점 더 목불인견이 되어가는 김건축 목사의 비리상과 템포를 맞추며 강렬한 시너지를 발산한다.

 

 

 

3.

 

서, '제목과 내용, 저자의 이력을 감안해 볼 때 책이 비판과 풍자의 소재로 삼고 있는 대상이 대형교회 일반이 아니라 특정교회를 가리키는 것으로 읽힐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여기에서부터는 이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제목에도 등장하는 '서초교회'라는 명칭에 관해. 저자인 옥성호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교회 가운데 하나인 '사랑의 교회'를 세운 옥한흠 목사의 장남이다. 1978년에 세워진 사랑의 교회는 오늘날 신자 수가 9만 명에 달하는 공동체로 성장하였다. 교회의 설립과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운 옥 목사는 2003년 원로목사로 물러나고 사랑의 교회는 현재의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를 초빙하게 된다. 오정현 목사의 사랑의 교회는 2011년 현재의 소재지인 서초동으로 대형 건물을 지어 입주한다. 서초동에 있는 사랑의 교회. 작중 교회의 이름인 '서초교회'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 존경받으며 은퇴한 원로목사와 정력적으로 활동하지만 사회에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새 담임목사라는 주요한 구도도 현실과 유사한 점이 있다. 현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가 대형교회를 맡아 성공적으로 운영을 해 나가는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에서 취득한 박사 학위의 논문이 표절로 판명났고, 이후 미국에서 한 차례 더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는데 이 때의 논문이 앞서 아프리카에서 썼던 자기 논문을 상당 부분 자기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스스로 박사 학위 포기 의사를 대학 측에 전달하는 등의 학위 논란이 있었다. 또한 2009년 현재 입주해 있는 대형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부지 매입과 건물 건축 비용을 상향 책정해 배임의 혐의가 있던 점, 개인적으로 헌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던 점 등이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 중 특히 서초 교회 부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은 2011년 4월 12일에 방영된 PD수첩 <사랑의 교회 건축 특혜 논란, 그 진실은>편을 통해 자세히 방송되었다.) 사건의 흐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수준의 디테일한 면까지 상당 부분 유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실과 책의 설정이 우연히 닮아있을 뿐, 책의 저자이자 전임 담임목사인 옥한흠 목사의 아들인 옥성호가 정말로 사랑의 교회를 전혀 떠올리지 않았고, 또 현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에게 아무런 불만이 없을 수도 있지 않느냐, 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정현 목사의 논란들이 차례로 불거진 이후인 2013년 2월, 옥성호는 사랑의 교회 장로들에게 아버지인 옥한흠 목사가 생전에 썼던 편지들을 메일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메일은 2010년에 작고한 옥한흠 목사가 생전인 2008년 6월에 후임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에게 쓴 편지로, 주된 내용오정현 목사의 목회 활동과 교회 경영에 대한 의문 및 질타로 이루어져 있었다. 총 10개 항의 이 의문과 질타 가운데에는 소설 내에서 비판된 내용과 흡사한 것들이 다수 들어있었다. 작가의 펜 끝이 사랑의 교회와 오정현 목사를 향한 것이라는 추측에 더 무게가 실리는 지점이다.

 

 

 

4.

 

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도 사랑의 교회는 앞서 소개하였던 건들과 관련하여 오정현 목사에 찬동하는 교인들과 반대하는 교인들로 나뉘어 내홍을 겪고 있었다. 폭로와 고발, 그리고 폭력 사건까지 발생하여 사랑의 교회를 사랑하는 건전한 신앙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기에, 비록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반대하는 교인' 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옥성호 '집사'의 또 하나의 폭로가 이어진 것이다. 물론 저자는 책의 머리말과 각종 인터뷰를 통해 소설에 등장하는 '서초 교회'가 '사랑의 교회'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저자의 발언을 들어보자.

 

"소설 속의 교회 이름을 '서초교회'로 정한 이유는 서울 강남의 '서초동'이 지닌 부유함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 서초교회는 단지 부유한 동네 안에 위치한 대형 교회를 상징할 뿐이다. 이 글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묻는다면, 내가 지근거리에서 목격하고 관찰한 사실들에 대한 풍자이며, 이는 단지 조소가 아닌 반성적 성찰을 유도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라고 답할 것이다."(본문 307쪽)

 

교회의 이름은 단지 '상징'일 뿐이라고 하면서도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지근거리에서 목격하고 관찰한 사실들에 대한 풍자'라는 묘한 여운의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책이 출간된 후 <일요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보다 직설적인 표현이 보인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100% 허구이자 100%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면 책에 등장하는 ‘김건축’이라는 목사와 실제로 같은 이름을 가진 목사는 없다. 하지만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누군지 너무 잘 인식이 되는 거다. 건축 좋아하는 사람, 즉 어딜 가도 건물을 지어야지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 그러니까 허구지만 동시에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소설에는 영어 얘기도 자주 나오는데, 그 분이 영어를 그렇게 좋아하신다. 그래서 저희 아버지 살아계실 때 ‘꼭 그렇게 영어를 자꾸 써야 되냐.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은데’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영어가 없으면 견디지 못하더라.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하냐. 한마디로 과시하고 싶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건축'의 실제 모델이 '건물 짓기를 좋아하'고, '영어를 좋아하'고, '(옥성호의 아버지인 옥한흠과) 얘기를 나누는' 특성을 가졌다고 자세히 설명하는 데에서는 그 모델이 오정현 목사라는 사실을 굳이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의도가 엿보인다.

 

독후감을 쓰는 지금인 2014년 4월 초로부터 약 열흘 전인 3월 말, 사랑의 교회 측에서는 이것이 아버지의 담임목사 직을 세습하지 못한 옥성호 씨의 개인적 감정에서 발로한 것이며, 교회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어서 법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로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뉴스가 나오지 않았다.

 

 

5.

 

정치 문제보다 더 대립적인 토론이 오고가는 장이 종교 문제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는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지금 우리 사회에서 관련한 논쟁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종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의 서평과 블로그의 독후감 등을 살펴 보면 이 책에 대한 평가는 극렬하게 나뉜다. 사랑의 교회를 지칭한 것이든 아니든 '개독'들 시원하게 까발려 줘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평가가 있는 한편으로 교회의 성공을 시기하고 신앙을 흔드는 '사탄'의 소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양 극단의 근처를 살펴보면 나름의 논리를 가진 주장들도 적지 않으니 무신론자나 타 종교의 교인이라 할지라도 그들을 살펴보고 신앙이란 무엇인지, 신앙 공동체란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편의 소설로서만 평가해 보자면. 첫 장편소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읽히는 맛이 있다. 갈등과 해결의 구도를 단순하고 명확하게 짜 놓았고, 적은 수의 인물이 등장하며, 주인공 한 사람의 시점과 진술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한층 쉽게 읽혔을 것이다. 인물을 형상화하고 언행을 묘사하는 데 주요하게 사용되는 풍자의 기술 또한 아주 능숙하다. 독실한 기독교인, 혹은 독실한 사랑의 교회 교인이 아니라면 대체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순수하기만 한 주인공 '장세기'의 시선에, 현실 교회의 어두운 단면을 폭로하고 풍자하고자 하는 '옥성호'의 목소리가 이따금 직접적으로 섞여들어가는 점 정도가 소설적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몰입을 방해하는 흠결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의 인터뷰를 보니 이 소설은 한국 교회에 관한 장편소설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라 한다. 다음 책에서는 더 현실적인 내용과 더 세련된 표현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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