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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정복자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3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감수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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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가벼운 무력감에 빠졌다. 진화심리학에 관한 책인지, 생물학에 관한 책인

 

지, 사회학에 관한 책인지, 문화인류학에 관한 책인지 구분을 해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은 이미

 

'지구의 정복자'라는 제목을 통해 '인간'에 관한 어떤 글이든 써도 된다는 영역을 이미 확보하였으

 

며, 또한 그 내용 안에서 학과나 카테고리의 기계적 구분은 철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저자는 '통섭'의 세계적 권위자이고, 감수는 최재천 교수이다. 말하자면, 그 보폭을

 

따라잡지 못한 것은 온전히 내 고루한 독서습관의 탓이다.

 

 

 

책은 총 6부 2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론인 1부와 결론인 6부를 제외하고, 본론 격의 네 부는

 

인간이 어떻게 현재의 지위를 점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로 나타난 양상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다

 

루고 있다. 그 논증의 과정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화심리학, 사회학, 심지어 문학의 방법

 

론 등이 다종하게 사용된다. 무력감에 빠진 나로서는 이 전략의 장단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

 

 

 

단, 인간은 '개체 선택'과 '집단 선택' 사이를 오가는 존재이며, '문화적 진화'와 '유전적 진화' 둘

 

다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요한 메시지가, 이만큼 다종한 방법론과 방대한 소재를 통해 증명해 내야

 

할 내용인지는 의문이다. 아울러 그 메시지를 검증해 내는 과정이, 사회학적이라고 하기에는 정

 

하지 못하고, 문학적이라고 하기에는 참신하지 못하고, 과학적이라고 하기에는 엄밀하지 못한 부

 

분이 간헐적으로 눈에 띈다. 차라리 하나의 방법론으로 깊게 다루었다면 다소 국지적일 수는 있으나

 

좀 더 건설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물이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통섭을 전혀 모르는 미

 

개인으로 취급될까 두려워 속으로만 되뇌인다. 추가로, 서술에 있어서도 어떤 부분은 쉽지만 너무

 

만연체이고, 어떤 부분은 간결하지만 너무 전문적이어서 독서에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나는 이제 한 권을 명쾌하게 꿰뚫는 단 하나의 단어나 문장을 찾기를 포기하고, 이 책을 책장에 넣

 

어 두고는 이따금 꺼내 한 장씩 잘라 읽으며 그 안의 개별적인 메시지들을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

 

나와 같이 저자의 메시지나 저술에 낯선 분이시라면 앉은 자리에서 전권을 독파하기보다는 그 챕터

 

의 제목을 다시 한 번 살펴 보기도 하고, 이 챕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론은 무엇인지 한 차례 더

 

살펴 보기도 하면서 충분한 거리감을 갖고 읽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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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순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2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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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쌤' 유홍준 전 문화재청 청장의 2013년 11월 신작. 전작 '국보순례'에서는 우리 나라의 국보와 보

 

물을 소개하였고,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조선 시대의 서화 가운데 '명작'들을 골라 선보인다.

 

 

 

책은 총 5부로 나뉘어져 있고, 각 부에는 여남은 개 가량의 꼭지가 있다. 5부 중 앞의 3부는 조선 전

 

기, 조선 후기, 조선 말기의 시간 순으로 구획되었고, 나머지의 2부 중 하나는 서예, 하나는 왕실예술

 

에 관한 내용이다. 총 49개의 꼭지에는 편당 두 개에서 다섯 개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어, 합하여 백

 

육십 여 편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 격인 '책을 펴내며'의 첫 문단에서 이 책의 성격을 '명작 감상 입문'서로 명확히 규정하

 

고 있다. 예상되는 독자는 '국보순례' 때와 마찬가지로 옛 문화재들을 쉽게 접할 수 없고 또 접한다

 

하더라도 감상의 방법을 학습받거나 모색해 본 적이 적은 대중이다. 단 대중을 '입문'시키는 전략에

 

서는 차이가 생겼다. 전작인 '국보순례'에서 문화재를 보는 안목을 기르는 법에 대해 반복적으로

 

강의하였던 저자는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어 감상에 필요한 충분한 자료만을 제공한 뒤 독자 스스로

 

길을 찾아보길 권하고 있다. 여러 시도를 통해 대중과의 새로운 접점을 집요하게 모색하고 있는 저자

 

의 애정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이러한 전략은 꼭지의 구성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소재인 문화재의 연원과 그에 얽힌 야사, 감상

 

포인트, 미술사적 가치 등의 여러 시점을 유려하게 섞어 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책에서 저자는 되

 

도록 본인의 감상과 평을 자제하고 작가와 작가의 시대에 관한 기록을 재구해 내는데 공을 쏟는다.

 

말하자면, '어떤 그림인지' 보다는 '어떻게 그려진 그림인지'를 설명해 주는 식이다. 물론 예술작품

 

에 관한 책이므로 해당 작품의 형식, 내용 상의 특징을 부분적으로나마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

 

러나 그 정도는 그간 저자가 유지해 온 톤에 비해 훨씬 건조하다.

 

 

 

 

따라서, 생각해 보면, 전작들에 비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 낯설어서 어려웠던

 

우리 문화재들을 특유의 유려한 썰로 친근하게 느끼게 해 주었던 '유쌤'은, 이번에는 짐짓 옆으로 비

 

켜서서 록과 문집의 옛 기록들을 읽어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유쌤의 목소리가 줄어든 자리

 

에 조선의 정치 상황, 작가의 전기, 작품과 작가를 평하는 한시, 산문 등이 빼곡하게 들어찬 것이다.

 

 

 

시대순으로 배치되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예술 작품을 설명하는 데 주안점이 두어진 책이므로

 

그 안에서 설명되는 조선 정치사의 흐름은 비전공자가 가닥을 잡고 따라갈 만큼 유기적이지 못하다.

 

조선에서 예술을 담당하였던 계층의 특성 상, 작가와 교유를 나누었던 이들이나 작품 평을 남긴 대

 

부분의 이들도 국사 교과서에서 흔히 접해 본 이름은 분명히 아니다. 한글로 모두 번역되었지만 한

 

시와 한문 산문의 특유의 어투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분명히 낯선 것이다. '이조낭관 계회'를 '(요즘

 

으로 치면) 안정행정부 과장 모임'으로 풀어 주는 '구라' 정도는 곳곳에 있지만, 이 책은 저자의 대

 

중서 가운데에는 분명히 가장 이질적인 작품일 것이다.

 

 

 

말하자면, '유쌤'이 뒤에서 보행기를 밀어주는 식이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의 독서에서 독자들은 한

 

손이나 두 손 정도는 잡고 있을지언정 분명히 자신의 두 발로 걸어야 한다. 이십여년 간 지도해 온

 

자들에게 마침내 하산의 채비를 시키려는 진일보일까. 젖을 끊고 이유식을 먹이려는 어미의 마음

 

인 것일까. 알려 주고 사랑하게 해 주고 보여 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고 사랑하고 보라는.

 

 

 

총평. 심상한 리뷰 한 편에 저자의 책을 살지 안 살지 결정하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믿

 

고 보'이라는 수식어를 오랜 기간 증명해 온 필자이다. 어차피 사시거나 어차피 보실 터이니, 한

 

마디 거드는 말만. 이번의 투자는 조금 고될 수 있다. 그러나 보상은 배일 가능성 크다. 

 

 

 

-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 하나만. 결국 이 모든 시도는 스스로 그림을 감상하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함께 실린 그림들 가운데 난화나 인물화 등은 그 세세한 표현까지를 살필 수 있지만,

 

화나 풍속화와 같이 원화가 큰 경우엔 그림 전체의 윤곽을 아는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책

 

의 판형상 어쩔 수 없는 현실적 문제이지만 소개되는 작품들 가운데 해당 그림들이 꽤 많은 분량

 

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해 보면 역시 아쉽다. 하기사, 이 또한 책을 들고 박물관에 가 직접 그림

 

을 보면 해결될 일이긴 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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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스가 지겨운 기자 (안수찬 / 삼인)

 

뉴스에 관한 뉴스가 뉴스에 많이 나오면, 좋은 세상인지 나쁜 세상인지는 함부로 말할 수

 

없더라도, 적어도 평온한 한 때라고는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갈등의 주요한 동력원

 

중 하나로 언론이 지목되는 지금이라면 더욱 그렇다. 와중 현직의 기자가 내 놓은 성찰과

 

대안, 시도로 이미 소중하다. 경험을 바탕으로 비판하고, 미국의 사례를 들어 비교하고, 문

 

학과의 접점을 모색해 보자는 색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한다. 하나만 제대로 하더라도 일독

 

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 결기에 눈길이 간다.

 

 

 

 

 

 

 

 

 

 

 

 

 

 

 

 

 

 

 

2. 감정독재 (강준만 / 인물과사상사)

 

일종의 편향성이나 독특한 자의식, 혹은 문체 따위를 비판의 혀 끝에 올리기는 쉬워도, 강준

 

만의 성실함을 함부로 폄하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 줄의 선이라도 촘촘히 촘

 

히 긋다 보면 언젠가는 면이 된다. 기하학의 세계에서는 당연하지만 현실에서는 좀처럼 이루

 

기 어려운 이 진실을, 강준만은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증명해 나가는 중이다. 목차에는 다소

 

산만한 듯한 여러 종류의 케이스 스터디가 나열되어 있는데, 이 재료들을 어떻게 한 꼬치로

 

꿰어낼 지도 자못 기대가 된다. 이번 책의 주요한 메시지는 '타협하는 법'이라 하니, 작년에

 

출간된 저서였던 '증오 상업주의'에서의 주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연구인 것일까.

 

이 책과 함께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3. 한자의 모험 (윤성훈 / 비아북)

 

한자는 기능적 효율성만을 고려하여 형성된 글자가 아니다. 거기에는 형상화나 디자인과 같은

 

형식상의 특성, 역사성이나 정치성과 같은 내용상의 특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관심이 없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이왕에 애정을 갖고 한자를 익혀 보자면 형성과 운용의 역

 

사를 되짚어 보는 것이 유용하고 아울러 재미있다.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니 여러 글자를 취하

 

지 않고 22자만을 정하여 깊이 설명한 모양이다. 짧은 분량으로 많은 한자를 소개하면 시중의

 

흔한 한자 공부 책과 다를 것이 없다. 좋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동양미학을 전공하였다는

 

저자의 이력도 그간의 여타 동양학 서적에서 보아온 시각과 혹 다른 것이 있을까 기대하게 만든

 

다.

 

 

 

 

 

 

 

 

 

 

 

 

 

 

 

 

 

 

 

4.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 (오카다 다카시 / 어크로스)

 

난무하는 심리학 도서 가운데, '조작된 심리'만을 특정하여 세밀하게 밝혔다는 점이 새롭다.

 

심리의 조작이라는 것이 방송이나 통신이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 새롭게 등장한 현상이 아니

 

라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장도 그 근거가 탄탄할 것인지 흥미가 가는 주장이다. 목차는 다소

 

산만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아무튼 조종당한 현상과 조종당하는 이유, 그리고 조종당하지 않

 

기 위한 대책이 대체로 고루 다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물이라면 좋

 

겠다.

 

 

 

 

 

 

 

 

 

 

 

 

 

 

 

 

 

 

 

5.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고진석 / 웅진서가)

 

공학도인 저자가 사주명리학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낸 책이라 한다. 오랜 기간 경

 

칙에 의해 그 실효성을 증명해 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대중의 관심 안에 있으나,

 

주명리는 오로지 과학적 객관성을 결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앙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 결정적인 약점을 과연 어떻게 해결해 냈을까. 해결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뿐 아니라, 어

 

떤 과정을 통해 '객관적인 연구 방법'을 세웠는지, 또 그 방법론은 충분히 합리적인 것인지 등

 

에 큰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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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과 휴가를 앞두고 양서들이 잇달아 출간되는 것일까? 다섯 권으로 추리기가 유난히 어려웠던 이번 달이다.

 

 

 

 

 

 

 

 

 

 

 

 

 

 

1.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 / 민음사)

 

강신주는 솔직하다. 내일 장사를 위해 오늘 물건을 아껴두지 않는다. 한 차례의 강연이나 한 권의 독서 만으로도, 강신주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제일 중요한 것을 모르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애착을 갖고 그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간혹 메시지가 반복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예민한 독자가 혹여라도 지루함을 느끼기 전에, 강신주는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접근법을 가지고 다시 나타난다. 연애와 철학, 음악과 철학, 문학과 철학을 자유자재로 엮어내는 요즘의 모습을 보면, 팬 입장에서도 다소 과한 평인 것을 자인하지만, 그의 모습은 마치 천수관음을 연상케 한다.

 

 

 

 

 

 

 

 

 

 

 

 

 

 

 

 

2. 유홍준의 명작순례 (유홍준 / 눌와)

 

작게는 도자기서부터 크게는 전각까지, 실제로 쳐다보고 만져보고 해도 감상을 느낄까 말까 하는 사물들도 맛깔나는 설명으로 끝내 사랑하게 하고 마는 '유 쌤'의 신작. 그런데 이번엔 그림이다. 크기야 다소 축소되겠지마는 원화에 비해 훨씬 선명한 이미지로 접할 수 있을 것이니 그 어느 때보다도 해설이 기대된다. 목차에 소개된 작품들은 기왕에 한국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길가의 돌하루방도 '문화유산'으로 탈바꿈 시키는 구라의 힘이라면 안심이다.

 

 

 

 

 

 

 

 

 

 

 

 

 

 

 

 

3. 삶의 여백 혹은 심장, 야구 (김은식 / 한겨레출판)

 

나는 프로야구 원년에 삼미의 고장에서 태어나 태평양 돌핀스와 함께 소년기를 보냈다. 코 밑에 털이 거뭇거뭇해질 무렵 절대로 현대 차는 사지 않겠다고 피눈물을 흘렸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야구는 보지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의 팬들에게 상을 주는 자리가 있다 치자. 무지막지한 사랑을 보내준 열정상이나 충성상은 부산에 줘도 좋다. 프로야구의 상업적 발전에 기여한 공로상은 서울에 줘도 좋다. 하지만 만약 위로상이 있다면, 그건 인천에 줘라. 재론도 하지 말고 인천에 줘라.

'삼미 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서울 한 구석에 찌그러져 살고 있던 인천의 자식들에게 그나마의 숨통을 틔워준 선물이었다. 이번엔 소설이 아니라 직구로 인천 야구 백년사다. 닦아다오. 연안부두 바닷물처럼 흐르는 눈물 좀.

 

 

 

 

 

 

 

 

 

 

 

 

 

 

 

 

 

4.  애완의 시대 (이승욱, 김은산 / 문학동네)

 

'공공상담소'의 이승욱과 김은산의 두 번째 공동저작. 지난 18대 대선에서 표면화되었던 20-30대와 50대 간의 갈등에 주목하고,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50대를 '애완'이라는 화두로 분석한다. 좀 더 흥미로운 것은 50대를 규명하는 데 있어 이들이 갈등의 대응항인 20-30대의 '부모세대'라는 특성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격동의 근현대사가 남긴 사회적 흔적 뿐 아니라 개인적인 관계망까지를 조망하겠다는 시도인 셈이다. 이 세대에게는 얼마 전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는 책이 헌정된 바 있는데, 비교해서 읽으면 더욱 의미 있을 것 같다.

 

 

 

 

 

 

 

 

 

 

 

 

 

 

 

5. 18 그리고 19 (한귀영 外 / 밈)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적 행위들이 여전히 정계의 가장 큰 화두이며, 당선인의 맞수였던 후보는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지만, 아무튼 18대 대선이 끝난지 1년이 지났다. 이 책은, 진보진영의 내로라하는 학자, 언론인, 분석가들이 모여 18대 대선의 패인을 분석하고 19대 대선의 플랜을 마련하는 장이다. 전체의 내용은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의 기획 아래 언론과 여론 / 정치주체와 전략 / 이슈와 정책 / 모색과 실천의 4부로 깔끔하게 구획되었다. 필자의 면면과 해당된 주제를 보면, 이것이 단순히 '48%'에게 보내는 맹목적 온정과 애매한 격려의 에세이집이 아니라 체계적인 비판과 반성, 그리고 구체적인 대책이 담긴 보고서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간명하면서도 상징적인 제목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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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 크라트]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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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FTA가 체결되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서울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인 내 삶이 바다를 넘어 더 많은 연결선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때, 현재의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구조를 담당하는 축 중 하나인 수퍼 리치에 대해, 관련된 한 권의 책을 더 읽는 것은 나쁠 일이 없다.

 

그러나 그 한 권이 이 책이어야 할지는 의문이다. 깊이는 얕고, 전략은 지루하다. 기껏 시간을 들여 한 독서이니 흠을 잡기보다는 작더라도 장점을 발견하자는 것이 지향하는 독서의 자세이지만 이 책을 두고서는 좋은 평을 내리기 어렵다.

 

책의 내용은 크게 분석과 사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분석 파트를 살펴 보자. 여기에서는 사회의 전체 부 중에 수퍼 리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만큼인지, 오늘날의 수퍼 리치는 주로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예전의 수퍼 리치들과 무엇이 다른지 등에 대해 분석한다. 수많은 이론의 요약과 의미있는 사례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사실 유럽의 수퍼리치가 미국의 수퍼리치보다 0.2% 많다'든지, '0.01%의 수퍼리치가 0.1%의 수퍼리치보다 엄청나게 많이 번다'는 정도의 경미한 자극이 있을 뿐, 대강의 내용은 '1:99'라는 구호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일통한다.

 

조금 더 눈쌀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사례 파트이다. 여기에는 빌 게이츠나 조지 소로스를 비롯해 이런 부류의 기사에서 언급되는 유명인들의 사례가 백화점 식으로 나열되어 있다. 수십 명의 인물이 다뤄지는 방대한 분량에 비해, 그들을 다루는 이 책만의 독창적인 시각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사람이 이 정도 번대'나 '그 사람이 이 정도 쓴대', 그리고 가끔 '그 사람이 이런 좋은 일도 한대' 정도가 주된 내용으로, 아주 나쁘게 말하자면, 고급스런 가십더미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미안한 말이지만, 책날개에 실린 소개인 경제에 관한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는 사람이라면 인상적인 서두로 쓸 법한 몇 가지의 이야기를 건지는 성과를 거둘 수 있겠다.   

 

사실 이것은 제멋대로의 실망일 수도 있다. 책날개의 소개글에서도 그렇고, 저자의 서문에서도 그렇고, 이 책은 결코 플루토크라트를 둘러싼 자본주의의 구조적 폐해를 분석하겠다든지, 아니면 나아가 그 대안을 제시하겠다든지 하는 야심을 드러낸 적이 없다. 여러가지 정보와 시각을 두루 소개하고 알리겠다는 것 정도가, 드러나 있는 기획의도의 전부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왜 멋대로 이런 기대를 하게 됐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역시 반 이상은 표지에 빚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표지는 명백히 카스퍼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의 패러디이다.

 

 

 

 

 

 

이 그림은, 당대에는 '자연'으로 상징되는 외부 세계에 맞서 실력과 당당함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근대 문명인의 표상으로 이해되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자연 경시를 비롯한 물질 문명의 각종 폐해의 단초를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도 사용된다. 구도, 자세, 배색 등의 요소들이 메시지에 충실히 복종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겹으로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런 그림을 적극적으로 패러디했기에, 나는 <플루토크라트>의 표지를 보며 나름의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시점을 바꾼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오늘날의 플루토크라트를 설명하는 데 18-19세기의 영국이나 미국 신사를 연상시키는 사람이 등장한 것은 어째서일까. 정복하려는 대상이 대도시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가 발딛고 선 것이 다시 자연인 것은 왜일까.

 

 

 

 

 

 

그런 오해는, 소박하기까지 한 원서의 표지를 그대로 써 줬더라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원서의 표지는 본문의 깊이와 넓이를 비교적 정직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 표지를 넘겨 독서를 시작했다면 범박한 주장이긴 하나 공들인 분석과 풍부한 사례의 인용에 부분적으로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저자도 독자도 원치 않았던 오해에, 그간 여러 권의 재미있는 독서를 빚진 출판사이지만, 나는 '열린책들'에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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