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 삶의 세밀화를 그린 아메리칸 체호프 클래식 클라우드 13
고영범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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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바이어스 울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와 명성이라는 것을 누리던 시절의 카버에 대해 샘 핼퍼트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명성이라는 것은 깃털처럼 가벼운 거지만 그것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장자가 말했는데, 카버는 아주 잘 감당했어요. 카버는 좋은 일에 대해서는 아이처럼 좋아하고 즐기다가 아이처럼 곧 잊어버렸어요."
혹은 이게 카버의 말대로 ‘그레이비‘ 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오랫동안 다양한 종류의 불길 속에서 구워진 인생에, 그렇게 구워진 대가로 한 국자 끼얹어진 약간의 위로. 굳이 그런 것은 허망한 것이라고 누구도 콕 짚어서 말하고 싶지 않은, 아슬아슬한 달콤함.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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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범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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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버 일가는 샌타크루즈에서 가까운 휴가지 벤로몬드의 힐크레스트드라이브에 있는 집을 얻었다. 삼나무와 전나무가 울창한 숲속 언덕길에 자리 잡은 집이었다. 카버가 학교의 낭독 프로그램에 고약한 술꾼으로 유명한 찰스 부코스키를 초대해 낭독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을 이끌고 와 밤새도록 술을 마신 것도 이 집에서였다. 대학에 입성한 이 무렵부터 카버의 알코올의존증은 본격적으로 심화되었고, 이때부터 「춤 좀 추지 그래?」 (『풋내기들에서는 「춤추지 않을래?」)와 「뷰파인더」 를 쓰는 1977년까지의 6년 동안 카버는 단 한 작품밖에 써내지 못한다. 이름을 얻자마자 몰락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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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범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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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이 30~40분 걸린다면, 건조는 옷감에 따라 그보다 한 배 반에서 두 배까지 걸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건조기의 수가 세탁기의 수에 비해 한 배 반 내지 두 배가 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겠으나, 어떤 이유에서인가 대부분의 빨래방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같은 수로 비치돼 있다. 카버는 각 건조기들에 남은 시간을 일일이 확인해본 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건조기를 발견하고 그 앞에서 대기한다. 마침내 시간이 다 되어 건조기가 가동을 멈췄을 때, 빨래 주인이 와서 빨래를 만져보더니 건조기를 한 번 더 돌리기로 결심한다.
그 순간 카버는 무너진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게 되리라는것,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것, 절대로 다른 작가들처럼 작품에만 몰두해서 지내는 삶을 누리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위대한 작품은커녕 장시간의 집중을 요하는 장편은 절대 쓸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마치 어떤 깨달음처럼 몸으로 덮쳐오는 경험을 한 것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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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는 한 에세이에서 작가 나이 스물이 넘은 다음에는 많은 일을 경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소설이 될 만한 일은 대개 그 나이에 도달하기 전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넘치도록. 오코너는 그렇게 말한다. 작가로서의 생을 사는 내내 전혀 부족하지 않게 말이다. 내 경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야깃거리가 될 만하다고 여겨진 일은 죄다 스무 살을 넘긴 다음에 일어났다. 나는 내가 부모가 되기 전에 있었던 일은 기억하는 것이 별로 없다. 내 인생에는 정말로 별일이 없었던 것 같다. 스무 살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애들을 가지기 전까지는, 그 후에야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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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범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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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됐든 소설이 됐든 카버는 주변에서 소재 혹은 사소한 실마리를 취한 다음에 그것을 오랜 기간에 걸쳐 풀어내고 가공하는 식으로 글을 썼다. 카버 본인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작품화한 적은 없다고 늘 주장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가족, 특히 아들과 딸은 아버지의 글을 읽을 수 있게 되고 나서부터 아버지가 작품 속에서 다루는 가정사가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그 안에서 자기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방식에 절망하고 분노했다. 카버는 그런 반응 때문에 자기 작품의 방향을 바꾸려 하지는 않았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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