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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무소의뿔 / 2016년 4월
평점 :
저녁준비를 하느라 개수대앞에서 한참 상추를 씻었더니 감기몸살로 기력이 약해져있던 몸이 다시 힘겹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흐르는 물에 한참 씻겨긴 깨끗한 손으로 다시 방에 들어와 시인의 책을 폈다.
겉표지를 조심스레 떼어 책장에 얹어두고 하얀 양장본만 들고와서 책장을 열었다.
류시화시인의 시어들처럼 하얗고 무결해보이는 시집의 느낌이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하면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첫장에 실려있는 시인의 서문을 읽는다.
한때 내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나의 것이 된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짧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며 설레이게 하는 서문을 접하기만 했는데 마음이 순해지면서 평온함을 전해받게 된다.
동경과 환상,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이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데 이런 말을 왜 했을까 하는 의구심......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이 따뜻해지게 하는 시어들을 읽고 있으면 정말 향기가 도는 것 같은 시집이다.
살아서는 마음의 등을 꺼뜨린 자가 죽어서 등을 켜고 말없이 누워 있다는 표현에
마음의 울림이 있었던 <꽃등>이라는 시에서 시의 배경자체가 꽃집이어서
그리고 꽃집에 걸어 놓은 등의 불빛이 꽃보다 어두웠다는 표현은 나의 영혼에게도 수많은 이야기를 걸어오는듯 하다.
작품의 제목만 읽고도 진한 공감으로 감탄하게 만들었던 <전화를 걸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시인의 유년시절이 하얗게 이미지화 되는 작품 <겨울날의 동화> 등등...... 류시화 시인만이 곱게 간직한 발자욱없는 하얀눈세상으로 지어진듯한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이래서 오랜 사랑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