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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러면 아비규환
닉 혼비 외 지음, 엄일녀 옮김 / 톨 / 2012년 8월
평점 :
다다익선의 미덕을 오롯이 머금고 있는 기특한 책을 만났다.
변영주 감독님의 추천사가 있었던 이 책을 고민도 하지 않고 덜컥 선택하게 된 것은 이 가을.
통쾌한 일대의 행운.
스토리 탄탄하지 재미있지 아이디어 기발하지 유명한 소설가들의 작품들이 고스란히 다 들어있지.
욕심을 낸다면 한 편이 아니고 다 수 작들의 수록되어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욕심?
<안 그러면 아비규환>닉 혼비의 재치발랄한 문체의 사춘기 소년이 VCR을 통해 접하게 되는 놀라운 사건의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생각했었는데, 엘모어 레너드의 <카를로스 웹스터가 칼로 이름을 바꾸고 오클라호마의 유명 보안관이 된 저간의 사정>에서의 주인공 캐릭터 성격의 묘사와 설정들의 그 매력지수란 과연 변영주 감독님이 푹 호감을 품게 된 완성도 높은 작품성. 타고난 이야기꾼들의 잔치상에 공짜로 숟가락 들이밀게 된 기분으로 뿌듯한 미소를 머금고 후기를 끄적이게 된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후기를 남겨놓은 분은 어쩌면 데이브 에거스의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다>를 읽었을때 강렬한 감동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주인공 리타의 사고을 좇아 동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열심히 따라가다가 방심하고 있을때 생각지도 못한 가슴을 때리는 현실의 비애감. 그랬구나. 정상등반을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슬픈 존재들이 현실이란게 이렇게 극렬하게 서러운 것이었겠구나하는 감동. 문학계간지의 편집장이기도 한 작가의 자전적인 스토리가 아닐까 궁금하기도 하고 데이브 에거스의 문제의식에 급호감을 품게 하는 작품.
기대를 많이 했던 스티븐 킹의 <그레이 딕 이야기>에서 오히려 별다른 감동이 없었다는 점만 빼면 캐럴 엠시윌러의 <사령관>에 등장하는 산짐승같이 어여쁜 소녀 "루"를 만난 기쁨처럼 곳곳에서 놀랍고 감탄스러운 이야기 잔치에 푹 빠져들기 좋은 책이란 결론을 짓게 된다.
단편들의 모음이자 현재 저명한 소설가로 명성높은 작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엮어지는 <안 그러면 아비규환>.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가볍게 시작하지만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란 표현이 딱 이라는 소감. 묵직한 한 방 맞고 내내 싱글벙글. 내 손에 든 이야기 세상. 짜릿하고 감탄스러운 이야기들. 알차게 엮인 책을 만나서 무지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