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식당 - 먹고 마시고 여행할 너를 위해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배 안에 냉장고가 없기에 미지근한 물, 약간 상한 수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물컹거리는 수박을 퉤퉤 바다에 뱉어내면서도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베테랑들이다. 이 정도로 괴로워한다면 세상 구경보다는 안방에 앉아 있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

 

먼지투성이의 항구 마을 라부안바조에서 코모도 섬으로 가는 투어중 통통거리는 배를 타고 뜨거운 바다위를 견디는 무료한 시간중 박정석님이 일컬은 소위 "베테랑", 그 부류의 사람들은 고생을 마다 않고 새롭고 낯선 삶의 모험을 즐기는 자세가 갖추어진 종족들이다. 여행사의 편안하고 쾌적한 패키지 투어가 아니어서, 여유롭게 돈을 풍족하게 뿌리며 시설훌륭한 숙소와 레스토랑을 순례하는 관광과는 차원이 다른 박정석님의 [열대식당]은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때론 그녀가 표현한 무기력한 슬픔들과의 조우로 마음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여행기록문이다.

 

가난한 나라. 극도의 슬픔은 순정하고 결국 아름다움으로 표현되어진다는

 설명을 곁들여 진정성 있는 박정석님의 동남아시아 여행기는 그 녀가 묘사하는 동남아의 별미 요리들처럼 특별하고 맛과 멋이 조화롭게 버무려져 독자를 유혹한다. 아주 강력한 유혹이다.

 

[먹고 마시고 여행할 너를 위해] 라는 부제 또한 느낌 좋은 설레임으로 책장을 열게 한다.

타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버마......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박정석님은 익히 동남 아시아 여행의 마니아이자 중독자. 유럽과는 비견할 수 없는 동남아시아의 매력들을 아름다운 감성으로 애착깊게 전하는 글들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흠뻑 정취에 빠져들어 여행을 하고 있는듯한 즐거운 기분이 전염된다. 때론 슬프게 고독하게 그리고 가슴뻐근하게 감동이 밀려온다.

 

개인적으로 '손으로 밥을 먹여준 남자'라는 책의 가장 마지막 이야기는 잔잔히 미소짓게 만드는 아름다운 마음의 움직임들이 느껴져서 특별하게 좋았다. 버마만의 정치적 현실,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유능한 청년 아웅 서와의 단편적 추억이 전해주는 애절한 아픔. 여행의 추억글로 회고되어 아름답게 접혀질 수도 있는... 하지만 티벳이나 베트남, 버마의 어두운 역사 저편으로 지울 수 없는 그늘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사는 가난한 나라의 정취.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치도록 아름다운, 사랑스러운 동남아시아의 매력.

 

그녀가 말하고있는 지역마다의 특색있는 음식과 사람들의 정서, 그녀만의 고유한 여행경험들은 애정을 품지 않고서는 그처럼 인상깊게 남겨지지 않을 것 같다. 이해하면 사랑하게 되리라......처럼.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