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스럽지 않고 지나치게 어둡지도 않고...... 탄생과 죽음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간들의 필연적 숙명인데 우리는 왜 항상 평상심을 잃고 방황하며 좌절감으로 비통해지기만 하는걸까? 하지만 알리스의 가족은 뭔가 다르다.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해결해가는 사고의 방향이 정말 바람직하고 훌륭하다. 유사한 처지의 많은 이에게 이렇게 살면 어떨까하는 모범 답안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오렌지 1kg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한동안 지속되어야만 했던 아빠와의 쓸쓸한 생활에서 다시 건강하고 밝은 활기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는 유년시절은 물론 결혼을 한 이후로도 꽤 오랜기간동안 부모님의 병환이나 부재로 인해 평온한 가정의 흔들림 같은걸 겪어보질 못했었다. 만수를 누리고 맞이했던 조부모님의 호상이 남은 가족들에게 격한 슬픔같은 감정을 들쑤시는 동기가 되어주지 않았을만큼 평탄하고 남부러울 것 없이 조용하고 평범한 가족사를 안고 살아온 탓에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미처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와 간접적으로나마 직면해볼 수 있었다. 12살 소녀 알리스가 엄마의 부재로 극복해내야하는 과제들과 남편이라는 신분이었던 아빠의 상실감. 어떤 것이 더 무겁고 힘들까?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기에 버거울만큼 부녀지간의 갈등이 새롭게 증폭되어 그러한 문제로 인해 위태로운 생활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스르르 풀어버리는 여유를 찾아내기까지....... 사랑하는 존재의 급작스런 이별이 주는 쇼크로부터 벗어나기란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었을텐데 주변인들의 진심어린 관심과 따뜻한 위로의 힘으로 아빠와 어린 소녀는 다행히 행복의 다른 길을 알아보고 그 길을 용감하게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알리스의 멋진 엄마때문이었을 것 같다. 죽음. 그 앞에서 흐트러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마친 엄마의 모습이 소녀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 정말 중요한 그 메세지를 책 속에서 잔잔한 감동과 함께 느껴볼 수 있었다. 만약 불시에 떠안게 되는 누군가와의 불행한 이변으로 인해 버거운 고통이 엄습해온다해도 함부로 절망같은 걸 해서는 없는 일이기에 <오렌지 1kg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이 책속에서 얻은 값진모범답안을 언제나 기억하며 살아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