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부딪친 곰 이야기
안도 미키에 지음, 시모와다 사치요 그림, 이영미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머리를 부딪친 곰 이야기

인생에 대한 통찰과 따뜻한 시선,유머와 반전이 가슴을 울리는 우화라고 책의 띠지에 소개되어있듯이 이 귀여운 동화책속에 실려있는 이야기들 모두가 화사한 봄꽃같이 마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들로만 가득하다.
<은혜 갚는 뱀>이야기에는 과거의 열매를 먹어버린 아빠뱀과 미래의 싹을 먹어버린 엄마뱀이 나오는데 과거의 열매를 먹으면 지나간 옛 일들에만 얽매여 현실의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미래의 싹을 먹게되면 먼 미래만을 위해서 살게 되기 때문에 자연히 현실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을 등한시 하게 되어 아기뱀 속을 썩히는 줄거리이다.
그런 열매를 먹은 듯한 사람들은 나도 주변에서 종종 만난다.
"내가 왕년에 말이지~~~"하는 류의 사람들.
그 지나가버린 화려했던 시절의 그늘에 주저앉아 현실에서 부지런히 미래를 향한 준비를 해나가지 못한채 뒷걸음질을 치는 사람들을 소재로 하여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낸 것 같다.
<연못의 왕>이야기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우정에 관한 동화다.
올챙이와 학배기(학배기가 뭔지???나중에 잠자리로 변함)의 대화체중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말이 많이 나온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난 널 찾을 수 있어. 친구는 그런 거니까."
"아무리 모습이 변해도 난 널 알아볼 수 있어. 친구는 그런 거잖니."
이런 말을 쉽게 고개 끄덕거리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평생 행복하고 윤택한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멀리 떨어지면 곧 시들시들해지고 그리움은 커녕 썰렁한 안부전화도 반가운 기색으로 받아주지 않는 냉정한 친구 얼굴이 갑자기 떠오른다.
아무리 모습이 변해도 알아볼 수 있다고...... 결혼하고 아줌마가 되니 몸이 많이 불어나서 듬직한 체격들이 되어 삼삼오오 마주앉게 되었지만 갑자기 주고 받는 대화들이 아파트 가격부터 튀어나와 적잖이 당황하게 만들었던 씁쓸한 기억도 있고......
"보이는 게 다르다고 해도 난 네가 너무 좋아."
개구리가 된 올챙이와 잠자리가 된 학배기의 우정이 뭐 그리 근사한 모습이었다는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지만 친구라는 소재를 워낙 좋아해서 난 이 이야기도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흔치 않은 색깔을 한 우화집 <머리를 부딪친 곰 이야기> 안도 미키에 라는 작가의 독특한 개성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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