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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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즐겨 재배한 선인장에서 따온 이름의 여자 "시즈쿠이시"는 책 도입부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이것은 나와 가에데를 둘러싼, 길고 이렇다 할 재미도 없는 이야기의 사작이다. 동화보다 유치하고, 우화라 하기에는 교훈이 없다. 어리석은 인간의 삶과 약간 묘한 각도에서 바라본 이 세계. 결국은 좀 삐딱한 옛이야기다.]라고...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신비주의와 적당한 현실비판적인 소견과 순수한 사랑 예찬론적인 가치관이 여기저기에서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어서 '좀 삐딱한 옛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곧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이 않계신 시즈쿠이시는 아빠 엄마가 없이 자랐다.
미인이라서 늘 인기 만점이었던 할머니와 함께 단 둘이 산에서 약초차를 만들어 할머니의 약초차의 효험을 구하는 아픈 사람들에게 약초차를 판매하는 생활을 하다가 산의 중턱까지 개발로 훼손되어 더 이상 약초로 차를 만들어 팔기가 여의치 않자 결국 산을 떠나 할머니와 떨어져 새로운 형태의 삶을 맞이하게 되고, 그 새로운 터전에서 시즈쿠이시는 점술가 가에데의 어시스트의 역할을 맡게 되는 운명적인 만남을 맞게 된다.

[그렇게 가에데와 나는 이 세상의 X파일을 대충이기는 하지만 하나하나 해결하고, 드높이 치솟은 봉우리 같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대해서는 그저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인생을 선택하고서 서로의 유대를 다져 가는 파트너이다. 우리 둘은 결혼도 섹스도 하지 않고, 다만 목숨을 건다는 각오만으로 이 세상의 비밀 속으로 들어간다.]
시즈쿠이시는 가에데와의 관계를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랑 가장 유사하다고 말한다.

시력이 약한 점술가 가에데는 시즈쿠이시와의 첫 만남에서 선인장 마녀인 할머니와 그 제자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시즈쿠이시에게 할머니는 가까이에 있으면 몸이 찌르르해지는 강력한 힘을 느끼게 하는 뱃속에서 힘이 용솟음치게 해주는 대상이다. 그 느낌을 가장 리얼하게 표현하는 말은 '자유'. 할머니는 몸은 말랐지만 두 볼은 윤기가 흘렀고, 자세도 무척 좋았으며, 늘 따스한 기운을 발산해서, 함께만 있어도 사람들은 안심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할머니의 충실한 제자이자 가에데로부터 선택받은 어시스트인 시즈쿠이시에게선 뭔가 독특하면서 자연을 닮은 열린 자연의 향이 느껴지는 사랑스런 주인공이다. 그녀에겐 특별한 능력들이 있었는데 가장 부각되는 능력은 선인장과의 각별한 관계라고 보여진다. 

이 소설에서 선인장이란 키워드가 주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왕국>1권을 너무 흥미롭게 읽고 나니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기대되어서 즐겁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로 처음 접하게 된 김난주님의 문체 또한 매끄럽고 묘한 끌림이 있어서 더욱 <왕국>의 스토리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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