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너무 빨리 불행하다고 외쳐버렸고 지쳐 쓰러져 희망이 없다고 단정했을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

아들을 잃은 어미가 부처님을 찾아가 죽은 아들때문에 마음이 아파 살수가 없으니 죽은 아들을 다시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부처님은 자비롭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죽은 사람이 한 번도 없었던 집을 찾아보아라. 그리고 그 집에서 겨자씨를 조금 얻어 가져오너라." 끝내 여인은 겨자씨를 하나도 얻어 올 수가 없었다.

받아들임. 우리가 배워야 할 것 중에 아주 중요한 한가지 과제이다.

받아들임으로서 내 앞에 닥친 어떠한 고난도 덤벼 싸워 이기려는 마음이 들것이다. 아. 이건 아닌데. 왜 나에게 시련을 주시는 걸까. 왜 내 인생은 이모양인 걸까. 왜 난 이렇게밖에 태어나질 못한 걸까.

수없이 많은 의문속에 던져진 인간들은 그 삶이 제 것인것을 인정하고 잘 경영하여 살아갈길을 모색하면 될 것이다.

잡초와 잡초가 아닌 다른 식물들과 같은 분류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달면 호의적인 명칭을 부여하고 우리에게 쓰거나 고통스러우면 비호의적인 명칭을 달아 그 존재의 의미를 폄하하려는 습성이 있는듯하다. 불행과 행복 그 두 감정의 분류를 어떤방식으로 해야 가장 합리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태어나는 것 자체부터가 고행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부인하고 싶지만 태어나서부터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견뎌야하는 모든 고통과 기쁨들은 오롯이 내 몫의 인생인 것이다. 기쁘고 달콤한 일에 즐거워하다가 고통스럽고 마음 무거운 일들이 몰아닥치면 배반을 당했네 버림을 받았네 박해를 받네 하는 마음이 되어 하늘도 원망해보고 나를 낳은 부모도 원망해보고 세상을 원망하며 엎치락뒤치락 어둠을 밞고 희망을 꿈을 갈구하게 된다.

누구나 겪는 호된 생명의 몫인것. 게 중에 경중의 차이도 물론 있지만 그 일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제각각인 것 같다.

 

신달자님은 불같은 그 인고의 생을 견뎌 명예로운 도착지에 서서 우리들을 향해 이렇게 일러준다.

"인간은 희망에 속는 일보다 절망에 속은 일이 더 많다."

그러니 절망에 절대 속지 말아야 한다. 너무 일찍 단정 지어 아름다운 한 생애의 역사가 다 완성되기도 전에 포기를 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

생생한 육언으로 몸소 보여주는 신달자님의 강인한 메세지를 감사히 받았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예방주사맞기 위해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먼저 주사를 맞은 친구가 지나가면서 별로 아프지 않다. 겁먹지 말아라. 하는 것 같다.

지나고 나니까 그거 절망스러운 일도 아니더라. 그러니까 행복을 향해서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서 성실히 하루하루 임무를 완수하라는 다정한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훌륭한 인생선배인 신달자님의 살아온길을 살펴보면서 주욱 내 마음속에 메아리치던 교훈은 그 단한가지였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