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물었다."너는 이다음에 커서 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니?" 아이가 일곱살 때는 망설임없이 "기차기관사요"했다. 철로가 아파트 앞에 있어서 어려서부터 친숙해진 기차 때문에 만화영화건 장난감이건 기차에 열광하던 아이의 대답다웠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부터 아이의 꿈에 변화가 일어났다. 군인, 경찰을 거쳐 지금은 외교관의 꿈을 말한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대외적인 가치기준을 적용시켜 채택되어진 그 꿈을 향해가는 길은 그렇게 신나 보이거나 진지해 보이지는 않는다. 남들에게 근사해 보일 법한 직업. 사실 아이는 외교관을 잘 모른다. '넌 영어공부를 잘 하니까 외교관이 되면 좋겠다'라는 어른들의 말에 주관 약하게 따라 나섰던 것 같다. 슬비도 아직 자신의 꿈이 뭔지 잘 알지 못한다. 슬비도 나의 아이처럼 "넌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라는 질문이 달갑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선생님께서 내주신 글짓기 숙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었던 것도 슬비의 꿈에 대한 자신의 욕구를 아직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일거다. 사실 어른들은 근사한 장래희망을 읊어대는 아이들앞에서 대부분 똘똘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편이다. 그러나 머뭇거리면서 꿈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도리질 치는 녀석들에게 "아직 네 나이는 꿈에 대해 한참 더듬거릴 수 밖에 없는 어린 나이란다"하면서 "미정된 꿈"을 당연시 하는 모습은 쉽게 보여주지 않는 것 같다. 또래 아이들 무리에서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가 돋보이길 원한다. 간혹 그 욕심이 지나쳐서 잘 커가고 있는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게도 한다. 슬비엄마라는 모델이 이야기 속에서는 약간 코믹한 캐릭터로 미화가 되어버렸지만 아이를 키우는 교육적인 태도는 심각한 지경인 인물이다. 작가는 아이들 세계를 적나라하게 부각시켜서 리얼한 공감대를 형성 시키는 재주가 탁월한 분인것 같다. 슬비의 생각변화를 좇아가다가 결국 시원한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맘에 쏙드는 스토리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다.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주인공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변화들을 한지예작가의 그림으로 읽는 재미도 크다. 드라마속의 재치넘치는 연기자들의 애드립을 보듯 유쾌한 웃음이 절로 터지는 즐거운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