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청목 스테디북스 23
마거릿 미첼 지음, 김종건 옮김 / 청목(청목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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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남부인들을 중심으로 남북 전쟁 전후의 재건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주인공은 아름답고 부유한 타라 농장 오하라 가의 스칼릿이란 소녀이다. 모든 남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녀는 애슐리만을 사랑했으며 고백을 거절 당하고 그는 멜라니와 결혼을 했다. 그러자 스칼릿은 시기와 질투 때문에 멜라니의 오빠 찰스 해밀턴과 결혼을 하여 웨이드를 낳지만 찰스는 전쟁에 나가 죽는다. 전쟁 때문에 타라 농장이 위험해지자 스칼릿은 돈 때문에 프랭크 케네디와 재혼을 하여 앨라를 낳지만 프랭크도 총알이 머리를 관통하여 죽는다. 그러자 예전부터 스칼릿을 사랑했던 바람둥이,,부자인 레트 버틀러와 결혼을 하여 호화로운 신혼여행을 다니고 파티를 연다. 부러울 것 없이 자란 스칼릿은 장티푸스로 돌아가신 어머니,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정신이상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전쟁을 겪으면서 고통 속에서 성숙해진 것이다. 그러다가 보니를 낳는다. 레트는 딸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레트는 점점 다정하고 친절하게 변했지만 그래도 역시 스칼릿은 애슐리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다가 멜라니는 유산을 하여 자기 남편과 아들을 잘 보살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드디어 스칼릿은 참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레트에게 진심을 말하지만 레트도 지칠데로 지치고 이미 때는 늦은 것이었다. 레트는 떠나고 그렇게 스칼릿은 불쌍하게도 진정한 사랑을 놓치고 만다.

느낀 점 : 애슐리 윌크스에 대한 열렬한 사랑, 복수심에서 한 찰스 해밀턴과의 결혼, 돈을 위해 프랭크 케네디와 결혼하는 행동, 바람둥이 레트 버틀러를 이용하는 그녀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돈 때문에 나중에는 자존심까지 팔아 버리는 그녀의 성격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부심이 강한 스칼릿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에 그렇게 악착스러운 여인으로 변해 버린 것은 당연할 수도 있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가 놓인 처지가 정말로 불쌍했다. 그리고 진실된 사랑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 레트의 진정한 사랑을 놓치게 되는 스칼릿이 안타까웠다. 마지막 부분에서 스칼릿이 타라 농장에서 한 말은 영원히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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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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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틀에 갖혀 대학입시라는 일률적인 목표를 위해 뛰고 있는 우리.....
남보다 뒤쳐질까봐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뛰고 있다.
그러나 지쳐서 쓰러지면?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고 말겠지...
'수레바퀴 아래서'
비록 시대도 다르고, 공간도 다르지만, 우리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 한스는 천재라 불리는 수재아였다.
그는 명예심이 강한 아버지와 교사의 강요에 따른 엄격한 교육의 결과로 어려운 주의 시험에 합격하여 신학교에 들어간다. 그러나 긍게 행해진 무리한 수험공부는 그의 건강을 해쳤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다가 몇 가지 사건에 말려든 한스는 이윽고 노이로제에 걸려 고향으로 돌려 보내진다. 고향에서 공원이 된 그는 노동에도 견디어 내지 못하는 자신의 허약한 신체에 절망하과 사람들의 냉담함으로 인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강물에 투신 자살한다.
결국 그는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고야 만 것이다.
자신에 대한 확실한 희망도 없이, 그저 주위의 강요에 따라, '공부' '공부' '공부'만 하던 이 자만심 가득한 수재 소년은 결국 스스로 파멸의 길을 향해 갔다.
그에게 신학교란 어떤 존재였을까?
무엇이 한스를 그토록 괴롭게 만든 것일까?
그 것은 주위 환경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또한 한스 그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을 것이다.
수레바퀴 위에 당당히 올라서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아래에 깔려버린 한스.....
그가 모순 덩어리인 이 수레바퀴를 부셔버리는 것은 어떨지....
한스를 통해 높은 지위와 부를 최고로 보는 우리의 현실 사회를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이들의 노예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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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존 할럽 지음, 최윤정 옮김 / 삼성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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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라는 사람은 누구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일에 가장 잘 알려진 일이 바로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귀를 자른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빈센트 반 고흐는 이 외에도 많은 일들을 하였다.
1853년, 네덜란드 브라반트 지방의 준데르트라는 곳에서 태어난 고흐는 빨간색 머리와 초록색 눈을 가진 못생긴 아이였다. 그 뒤, 4년이 지나 남동생이 태어났는데, 그의 이름은 테오였다.
고흐는 생김새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고, 성격도 많이 달랐다. 한참 부모님을 따르던 나이에 고흐는 부모님 말씀을 안 듣고 반항하였다. 그런데 고흐는 역시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그림도 잘 그렸다. 이때부터 예술가의 끼가 있었던 것 같다.
1864년, 고흐가 11살 되던 해, 기숙사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고흐는 이 기숙사에서 생김새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따돌림도 받으며 살았다. 고흐는 매일 수업이 끝나면 바로 학교 뒤 언덕으로 올라가 해가 질 때까지 구름을 바라보다가 가거나 그림을 그리며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1872년, 동생 테오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자기의 생각이나 있었던 일을 써서 보내기도 하며 테오를 친구처럼 생각하였다.
1873년, 1년 뒤 우르슐라 라는 어떤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우르슐라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랑은 고흐에게서 멀리 날아가 버렸다.
세월이 지나 1880년, 고흐는 드디어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던 2년 뒤, 시엔이라는 여자와 약혼을 하였지만 1년 뒤, '가난' 이라는 죄로 헤어지게 되었다.
1886년, 고갱과 다른 화가들을 만나고 1889년, 귀를 잘라 술집 여자에게 귀를 주는 일이 벌어져 고흐는 정신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1890년 7월 27일 오베르 들녘에서 가슴에 총을 겨누어 쏘고 이틀 뒤에 테오에게 발견되어 테오의 품에 안겼다.
만약 고흐가 부자였다면 아니 살림이 넉넉했다면 시엔이라는 여자와 헤어지지 않았을까? 아무튼 예술가인 고흐가 좀더 오래 살지 않고 미쳐서 죽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왜 사람들은 고흐같은 위대한 사람을 죽게끔 만들고는 나중에 후회하는 것일까? 그래서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얘기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지금 어쩌면 고흐같은 사람이 있다면 죽음의 길로 가기 전에 찾아서 인재로 키워줘야 할 것 같다. 미치지 않게끔 말이다.
고흐의 그림은 무언가 위대하다는 느낌을 준다. 가끔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또는 고흐의 마음도 느끼게 해준다. 예를 들어 고흐의 그림 중, '해바리기' 는 따뜻한 느낌을 주고 '감자 먹는 사람들' 은 농부들의 고단한 삶을 느끼게 해 준다. 또, '까마귀가 날고 있는 밀밭' 은 고흐가 죽기 전에 그린 그림인데 그
그림은 죽기 전의 고흐의 불안한 마음을 생생하게 전해준 그림인 것 같다. 이런 여러 가지 느낌을 준다는 것이 빈센트 반 고흐 그림의 특징인 것 같다.
27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시작한 고흐는 10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에 1500점 정도의 그림을 그렸다고 들었다. 예술가로선 10년은 짧은 기간이라 한다는데...... 그 기간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고흐는 그림일 그리는 일이 가장 기억에 남고 즐거우면 행복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 하면 불안한 마음일 때도 그림을 그려 마음을 정리했고 기뻤을 때도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나도 고흐처럼 어떤 한 가지 일에 기쁨, 행복, 사랑, 슬픔, 증오 등의 갖가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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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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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할 지어다"
때로는 천둥 같은 또 때로는 천사 같은 그의 노랫소리가 오페라 하우스 지하광장에 울려 퍼지리... 오페라 하우스 지하 깊숙한 곳에는 사랑 받지 못해 슬피 노래하던 영혼이 잠들어있다. 에릭은 정말로 천재적인 음악가이자, 뛰어난 건축가이다. 하지만 그는 선천적 기형 때문에 어머니마저도 그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처음으로 에릭에게 해주신 선물은 가면이었다. "너의 추한 몰골을 가리고 다니렴, 너는 너무 못생겨서 엄마도 너와 다니고 싶지 않구나!" 나는 에릭의 어머님의 의도를 이런 식으로 밖에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결국, 에릭은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오페라 하우스 지하광장에 자신만의 은신처를 짓고 살아야 했다. 그러다 그는 실력이 아주 뛰어나고 미모 또한 뛰어난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다에양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에릭은 다에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 다에를 납치해 자신의 은신처로 데려온다. 에릭은 그녀에게 계속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였고, 다에는 그런 에릭의 행동이 부담스러우면서도 두렵고, 두려우면서도 자신을 사랑해 주어서 고마웠다, 에릭은 그녀에게 자신의 가면만 벗기지 않는다면 아무런 위험도 없을 것이라고 말 하였지만, 다에는 결국 호기심을 다스리지 못하고 그의 가면을 벗기고 말았다. 크리스틴은 어리석은 여자였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에릭의 가면을 벗길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다에는 어째서 그렇게 그의 얼굴을 보고 싶어했던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에릭의 말대로 그의 가면을 벗기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그렇게 큰 일의 씨앗을 심어 줄 일도 없었을 텐데...
에릭은 그녀에게 자신과 함께 하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게 해주었다.
에릭에게서 벗어난 다에는 제일먼저 라울을 찾아갔다. 라울은 다에의 어렸을 적부터의 소꿉친구로 다에를 사랑하는 멋진 자작이다. 다에는 라울에게 에릭의 이야기와, 에릭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신과 함께 있어달라고 했다는 말을 모두 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이 거절하더라고 자신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아주 멀리 가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라울은 그녀에게 그렇게 해 주겠다고 굳건히 약속을 하였고,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황급히 도망을 쳐야 했다. 에릭이 다에에게 조금의 자유를 허락 해 준 동안, 다에는 라울과 함께 에릭에게서 도망칠 생각을 하였다. 다에가 라울을 사랑하고 라울이 다에를 사랑하듯이 에릭도 그만큼 다에를 사랑했을 텐데... 다에는 정말 에릭의 무서운 행동과 광기어린 행동 때문에 그렇게 그를 떠나려 한 것일까? 그녀의 정확한 마음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마음은 그녀 자신과 그녀를 만드신 하나님만이 알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녀는 라울과 떠나기 전에 에릭을 위하여 마지막 공연을 하기로 하였다.
다에의 마지막 공연 날 그녀는 따른 때 보다 더욱더 맑고 청명한 소리로 <파우스트>의 마지막 창을 열창하였다. 그녀는 에릭을 위한 마지막 공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노래를 불렀고, 파바박! 정전이 되었다. 무대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노래를 부르던 그녀, 다에가 무대위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사람들은 라울의 형인 샤니 자작이 납치를 했다는 둥, 무대 아래의 비밀 함정에 실수로 떨어졌다는 둥, 라울과 함께 도망 쳤다는 둥, 다에의 실종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며 떠벌리고 다녔다. 라울은 자신에게 도박을 걸었다. 라울은 다에에게 도막을 걸었고, 에릭에게 도박을 걸었다. 그러다 에릭의 오랜 친구이자 생명의 은인인 다로가라는 페르시아 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녀는 다로가와 함께 그녀를 구하기 위한 도박에 몸을 던졌다. 다에의 생사를 확인 할 수 없었던 라울과 다로가는 고문실 에서 문 하나를 마주 놓고,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에릭은 그녀에게 청혼을 하였다. 당신이 나를 택해서 모든 사람의 목숨을 살리던지, 당신이 나를 버려서 온 인류를 버리던지... 이제 모든 사람들의 목숨은 그녀의 그 여린 손에 달려있었다. 그녀는 결국 모든 사람을 살렸다. 물론 에릭과 다로가도 살릴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다로가는 라울의 실종 소식을 듣고, 이제 에릭의 모든 행동을 언론에 폭로하기로 다짐한다. 늦은 밤, 글을 쓰고 있던 그에게 누군가가 찾아왔다. 여전히 까만 옷에 가면을 쓰고 있는 의문의 남자... 에릭. 에릭이었다. 에릭은 페르시아인을 찾아왔다. 자신은 이제 그녀를 놓아주었노라고... 그녀가 나에게 키스를 허락하였고, 나의 얼굴을 보고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나의 어머니조차 거부했던 나의 키스를 받아주었노라고... 그리고 내 이마에 살짝 키스해 주었노라고... 그리고 날 위해서 눈물을 흘려주었노라고..... 에릭은 말했다. 내가 죽거든, 다에가 알 수 있도록 나의 죽음을 세상에 알려달라고... 얼마 후, <에포크> 사진에는 한 줄 짜리 짧은 광고가 실렸다. <에릭 사망.>
이제 그의 슬픈 사랑의 오페라는 막을 내렸다.
솔직히 나는 에릭이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알았다. 위에서 그의 소개를 했지만, 그 역시도 이 글을 다 읽고 나서야 뒤늦게 안 사실이다. 에릭이 그토록 다에를 사랑했다면, 그녀를 놓아줄 때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놓아줄 수 있었을 것이다... 에릭은 라울만큼 그녀를 사랑하였다. 하지만 다에는 에릭을 사랑할 수가 없었다. 그가 못생겨서가 아니다, 그가 퀭한 눈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가 지하 깊숙한 곳에서 저주받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단지 그가 사랑 때문에 온 인류를, 자신마저 포기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 역시 그를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존경할 만한 목소리,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다에는 그의 목소리를 사랑할 것이다. 앞으로 그의 오페라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불후의 명작이 되겠지만, 난 세월이 흘러도 이 오페라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려 했던 사람의 오페라라면 다른 오페라와 깊이부터 다를 테니까... 시간이 지나도 나의 기억 속에서 생생히 살아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나는 아직 에릭을 말 할 것이다. 그의 사랑을 받고 살던 크리스틴 다에도, 그녀를 구하기 위해 도박을 해야만 했던 라울도... 모두 나의 머릿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세상 그 어디에서도, 몇 천년을 살아도 결코 만날 수 없는 그런 사람들 이니까...
"그녀는 날 사랑하진 않았지만, 날 위해서 울어주었어..."
날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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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 - 논술대비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29 논술대비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133
0. 헨리 지음, 조옥남 옮김 / 지경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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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워싱턴 스퀘어의 서쪽에는 조그만 구역에 가면 길이 이리 저리 마구 얽혀서 <플레이스>라고 부르는 길쭉한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플레이스>들은 기묘한 각과 곡선을 이루고 있는데 하나의 길이 한두 번은 제자신과 교차한다. 일찍이 한 화가가 이 거리에서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감과 종이와 캔버스의 계산서를 든 수금원이 이 거리에 들어와서 외상 한 푼 받지 못하고 어느새 온길로 되돌아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이 색다르고 옛스러운 그리니치 빌리지에 곧 화가들이 몰려들어 북향의 창문과 18세기풍의 박공과 네덜란드 풍의다락방과 싸두려 방세를 찾아서 돌아다녔다. 이윽고 그들은 6번가에서 백랍 컵과 탁상용 풍로를 하나 둘 들고 들어와서 여기에 <예술인의 마을>이 하나 생긴 것이다.

수우와 존지는 나지막한 3층 벽돌 집 꼭대기에 화실을 갖고 있었다. <존지>는 조안너의 애칭이다. 수우는 메인 주가 고향이고 존지는 캘리포니아 출신이었다. 두 사람은 8번가에 있는 <델모니코>식당에서 정식을 먹다가 만나, 예술에 있어서나 꽃상추 샐러드나 성의소매의 의상에 있어서나 취미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공동으로 화실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5월의 일이었다. 11월이 되자 의사들이 폐렴이라고 부르는 차갑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손님이 이 마을을 쏘다니면서 그 얼음 같은 손가락으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만지고 다녔다. 저편 동쪽에서는 이 파괴자가 대담하게 으스대고 다니면서 몇십 명씩 희생자를 쓰러뜨렸지만, 이 좁고 이끼낀 <플레이스>의 미로에서는 그 걸음걸이도 느렸다.

폐렴씨는 기사도적인 노신사라고 부를 만한 것이 못 되었다. 캘리포니아의 부드러운 바람으로 가냘파진 조그만 어런 처녀는, 도저히 이 피뭍은 주먹에 숨결이 거친 이 늙은 협잡꾼의 정당한 사냥감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는 존지를 덮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페인트칠을 한 철제 침대에 누운 채 거의 꼼짝 못하고, 조그만 네덜란드풍의 창너머로 옆에 있는 벽돌집의 텅 빈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바쁜 의사가 털이 숭숭한 반백의 눈썹을 움직여서 수우를 복도로 불러냈다.

"저 처녀가 살아날 가망은 ... 글세 열에 하나야."하고 그는 체온계를 뿌려 수온을 내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 가망성은 그 처녀가 살고 싶어하지 않으면 소용없단 말씀이야. 지금처럼 사람이 장의사쪽으로 달려갈 기분으로 있어서야 처방이고 뭐고 다 바보 같은 짓이 되고 말지. 저 처녀는 이제 낫지 않는다고 아예 마음먹고 있거든.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일이라도 있나?"

"쟤는... 언젠가 나폴리 만을 그리고 싶어했어요."

"그림을 그려? 바보같긴! 무언가 골똘이 생각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은 없을까? 이를테면 남자친구 같은 거."

"남자요?"하고 수우는 유태 하프 같은 소리를 냈다. "남자가 그럴 만한 값어치가.. 하지만 아니에요, 선생님. 그런 건 아무도 없어요."

"응, 그렇다면 그건 좋지 않은 점인걸. 나는 내 힘이 미치는 한, 의술의 힘을 다해 보지. 하지만, 환자가 자기 장례식 행렬의 자동차 수를 세기 시작하게 된다면 내 약의 효과도 5할은 감해지지. 아가씨가 잘 구슬려서 겨울 외투 소매의 새 유행이라도 물어보도록만 만든다면 가망성이 열에 하나가 아니라 다섯에 하나라고 약속하지."

의사가 돌아간 뒤 수우는 작업실로 가서 종이냅킨이 곤죽이 될 때까지 울었다. 그러고는 화판을 들고 휘파람으로 재즈를 불면서 힘차게 존지방으로 들어갔다.

존지는 이불 밑에 잔잔한 파도 하나 일으키지 않고, 얼굴을 창문으로 돌린 채 누워있었다.

수우는 그녀가 잠들어 있는 줄 알고 휘파람을 그쳤다.

수우는 화판을 세워 어떤 잡지 소설의 삽화로 쓸 펜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젊은 화가는 젊은 작가가 문학에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 쓰는 잡지 소설의 삽화를 그림으로써, 미술에 대한 길을 개척해 나가야만 한다.

수우가 소설의 주인공인 아이다호 카우보이의 모습 위에 말 품평회에 입고 나갈 멋있는 승마바지와 외 안경을 그리고 있는데 나지막한 소리가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들려왔다. 그녀는 얼른 침대 곁으로 갔다.

존지의 눈은 커다랗게 떠져 있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세고 있었다-수를 거꾸로 세고 있었다.

그녀는 "열둘."하고 세고는 조금 있다가 "열 하나.", 이어 "열.", "아홉.", 그러다가 거의 동시에 "여덟.", "일곱."하고 셌다.

수우는 궁금해서 창 밖을 내다보았다. '뭐가 있어서 세는 거지?' 그저 살풍경하고 쓸쓸한 안마당과 20피트 저편에 벽돌집의 텅빈 벽면이 보일 뿐이었다. 뿌리가 울퉁불퉁하게 옹이져서 썩은 한 그루의 해묵은 담쟁이덩굴이 벽돌담 중간쯤까지 뻗어울라가 있었다. 차가운 가을 바람이 덩굴에서 잎사귀를 쳐서 떨어뜨리고, 앙상한 발가숭이 가지가 허물어져 가는 벽돌담에 매달려 있었다.

"뭐니?" 수우가 물었다.

"여섯." 존지는 거의 속삭이듯이 말했다. "이제 차츰 빨리 떨어지기 시작했어. 사흘 전에는 거의 백 장쯤 있었는데 세고 있으면 머리가 다 아팠지만 이젠 쉬워. 아, 또하나 떨어지네. 이제 남은 것은 다섯 잎뿐이야."

"뭐가 다섯 잎이지? 얘기해 보렴."

"잎사귀야. 담쟁이덩굴 잎. 마지막 한 잎이 떨어질 때는 나도 가는 거야. 나는 사흘 전부터 알고 있었어. 의사선생님이 그러시지 않데?"

"그런 바보 같은 소린 들은 적이 없다."하고 수우는 몹시 경멸하는 듯이 투덜거렸다. "마른 담쟁이 잎사귀와 네가 낫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다구 그러니? 그리고 넌 저 덩굴을 아주 좋아했잖아. 이 말괄량이야, 바보 같은 소리 작작해라. 선생님은 말이야, 오늘 아침에 네가 곧 완쾌할 가망성은 ...저어, 선생님 말씀 그대로 말한다면..하나에 열이라고 그러셨어! 그건 뉴욕 시내에서 전차를 타고 가거나 신축 빌딩 밑을 지나갈 때의 위험률과 같은 거야. 자, 이제 국을 좀 마셔봐. 그리고 수디는 다시 그림을 그리게 해줘. 그러면 그걸 잡지사 편집자에게 팔아서 앓아 누운 우리 아기에겐 포도주를 사오고 먹성 좋은 나한테는 돼지고기를 사올 수가 있잖아?"

"포도주는 이제 살 필요 없어." 존지는 계속 창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또 한 잎 떨어지네! 아니, 국물도 먹고 싶지 않아. 이제 넉 장뿐이야. 어둡기 전에 마지막 한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싶어. 그러면 나도 가는 거야."

"존지." 수우는 그녀 위에 몸을 굽히고 말했다. "내가 그림을 다 그릴 때 까지 눈을 감고 창밖을 보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지 않겠니? 난 이 그림을 내일까지 넘겨줘야 한단 말이야. 광선이 필요해서 그래. 그렇지 않으면 커튼을 내리고 싶다만."

"다른 방에서 그릴 수 없어?"하고 존지는 차갑게 물었다.

"난 네 옆에 있고 싶어서 그래. 게다가 네가 줄곧 저 쓸데없는 담쟁이 잎사귀를 쳐다보고 있는게 싫어서 그런다."

"다 그리면 금방 알려줘야 해." 존지는 눈을 감고 쓰러진 조각처럼 창백하게 조용히 누워서 말했다.

"마지막 한 잎이 떨어지는 걸 보고 싶으니까. 난 이제 기다리기 지쳤어. 생각하는 것도 지쳤고. 모든 것에 대한 집착에서 떠나, 꼭 저 가엽고 고달픈 나뭇잎처럼 아래로 떨어져가고 싶어."

"좀 자도록 해 봐. 난 베어먼 할아버지를 불러다가 은둔한 늙은 광부의 모델이 되어 달라구 부탁해야겠어. 곧 돌아올께. 내가 돌아올 때까지 움직이지 마."

베어먼 노인은 이 집 1층에 살고 있는 화가였다. 나이는 60넘었고, 미켈란젤로가 그린 모세의 수염 같은 구레나룻이 반수신같은 얼굴에서 도깨비 같은 몸으로 곱슬곱슬하게 처져있었다. 베어먼은 예술의 낙오자였다. 40년동안 화필을 쥐어왔지만 예술의 여신 치마자락을 잡을 만큼 가까이 가보지 못했다. 언제나 걸작을 그린다고 하면서도 아직 시작해 본 적이 없다. 지난 몇 해 동안 상업용이나 광고용의 서투른 그림을 이따금 그린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그리지 못했다. 그는 저문적인 모델을 채용할 힘이 없는 이 마을 젊은 화가들의 모델이 되어 주고 조금씩 돈을 얻어 쓰고 있었다. 과하게 진을 마시면서도 여전히 멀지 않아 걸작을 그린다는 말만 했다. 그 밖의 점에서는 몸집은 작지만 성격이 꼿꼿한 늙은이였으며, 누구나 유약한 것을 보면 사정없이 비웃고 특히 위층 화실에 있는 두 젊은 예술가를 지키는 감시견으로 스스로 자인하고 있었다.

수우가 가 보니 베어먼은 아래층의 어두침침한 골방에서 노간주나무 열매(진의 향료로 쓰이는 원료)의 냄새를 물씬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가 화가에 얹혀 있었는데 거기서 걸작의 첫 획을 25년이나 기다려온 것이었다.

수우는 노인에게 존지의 망상을 이야기하고 존지는 정말 나뭇잎처럼 가볍고 연약해서, 이세상에 대한 가냘픈 집착이 더 약해지면 둥둥 떠서 날아가 버리지 않을런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베어먼 노인은 핏발이 선 눈에 눈물을 글썽그리면서 그 어이없는 망상에 큰 소리로 모멸과 조소를 퍼부었다.

"뭐라구!" 그는 소리쳤다. "아니 그래, 다 썩은 덩굴에서 잎이 떨어진다고 저두 죽는다는 그런 얼빠진 소릴 하는 놈이 이 세상에 어딨어? 나는 그런 말 들어본 적도 없다. 싫어, 나는 아가씨의 그 쓸데없는 은둔자의 숙맥같은 모델이 되기는 싫다구. 어째서 아가씨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게 내 버려두느냔 말씀이야? 아아, 가엾은 존지 아가씨야."

"그 애는 몹시 앓아서 쇠약해졌어요. 그리고 열 때문에 마음이 병적으로 돼서, 별의별 이상한 망상으로 가득 찬 걸요. 좋아요, 베어먼 할아버지. 제 모델이 되기가 싫으시다면 필요 없어요. 하지만 전 할아버질 정말로 너무나 변덕스런 할아버지라고 생각할 테예요."

"여자란 금방 저래서 탈이야! 누가 모델이 안돼준다고 그랬나? 가라구, 나도 따라갈테니까. 반 시간 전부터 나는 언제라도 모델이 되어 주겠다구 말하려 했었지. 허, 참! 여긴 존지 아가씨 같은 착한 처녀가 병들어 누워있을 자기가 못 된다구. 멀지 않아 나는 걸작을 그릴게야. 그러면 우리 모두 다른 데로 옮기자고. 정말이야. 그렇게 하자구."

두 사람이 위층에 올라가 보니 존지는 잠들어 있었다. 수우는 커튼을 창턱까지 끌어내리고, 베어먼에게 옆방으로 가자고 몸짓했다. 방에 들어간 두 살마은 겁먹은 듯이 창문으로 담쟁이 덜굴을 내다보았다. 들어간 두 사람은 겁먹은 듯이 창문으로 담쟁이 덩굴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서로 말없이 쳐다보았다. 차가운 진눈깨비가 쉴새없이 내리고 있었다. 버어먼은 낡은 푸른 옷을 입고는 바위대신 냄비를 엎어놓고 앉아 은둔한 광부의 자세가 되었다.

이튿날 아침 수우가 한 시간쯤 자고 눈을 떠 보니 존지는 흐릿한 눈을 크게 뜨고 내려진 녹색 커튼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어줘, 보고 싶으니까."하고 그녀는 속삭이는 소리로 명령했다. 나른하게 수우는 하라는 데로 했다. 그런데 보라! 기나긴 밤이 새도록 비가 후려치고 바람이 휘몰아쳤는데도 벽에는 아직도 한 장의 담쟁이 잎이 또렷이 남아서 드러나 있지 않은가! 그것은 담쟁이의 마지막 잎새였다. 그 잎자루 가까이는 아직도 진한 초록빛이었지만, 톱니모양의 가장자리에는 노란 소멸과 조락의 빛을 띠고 대견스럽게도 땅 위에서 20피트쯤 되는 가지에 매달려있었다.

"저게 마지막 잎새야. 밤중에 틀림없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바람소리를 들었거든. 오늘은 떨어질 거야. 그러면 나도 동시에 떨어지는 거야."

"얘, 얘!" 수우는 지친 얼굴을 베개에 얹으면서 말했다. "네 자신을 생각하고 싶지 않거든 내 생각이나 좀 해다우. 난 어떻하면 좋아?"

그러나 존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것은 신비롭고 먼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영혼이다. 그녀를 우정 및 이 땅과 연결하고 있는 기반이 하나하나 풀어짐에 따라, 그 망상이 점점 더 억세게 그녀를 휘어잡는 것 같았다.

그날도 다 지나가고 해거름이 되어도 그 외로운 담쟁이 잎이 벽에 기는 덩굴에 그냥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가 밤이 되더니 북풍이 다시 사납게 휘몰아치기 시작하고 한편 비는 여전히 창문을 두들겨 나직한 네덜란드풍 처마에서 뚜둑뚜둑 흘러 떨어졌다. 이윽고 날이 새자, 존지는 사정없이 커튼을 올리라고 명령했다. 담쟁이 잎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존지는 드러누워서 오랫동안 그것을 바라 보았다. 그러더니 가스 스토브 위에서 닭국물을 휘젓고 있는 수우에게 말을 건냈다.

"난 나쁜 계집애였다, 수디." 내가 얼마나 나쁜 계집애였는가 알려주려고 저 마지막 잎새를 저 자리에 남겨둔거야. 죽고 싶어하다니 죄받을 일이지. 자, 그 국물 좀 갖다 줘. 우유에 포도주를 탄 것도 좀 주고. 그리고 아니, 손거울부터 먼저 갖다 줄래? 그리고 내 등에다 베개 몇 개 받쳐 줘. 일어나 앉아서 네가 요리 하는 걸 보고 있을 테야."

한 시간 뒤 그녀는 말했다.

"수디, 난 언젠가 나폴리 만을 그려 보고 싶어."

오후에 의사가 왔다. 의사가 돌아갈 때 수우는 살그머니 뒤따라 나왔다.

"희망은 반반이야."하고 의사는 수우의 떨고 있는 여윈 손을 잡고 말했다. "간호만 잘 해주면 당신이 이겨. 그럼 이제 아래층에 있는 환자를 보러 가야지. 버어먼인가 하는 사람인데 화가 같더군. 역시 폐렴이야. 나이가 많고 몸도 약한 사람인데 갑자기 당했어. 나을 희망은 없지만 오늘 입원하면 좀 편해 지겠지."

이튿날 의사는 수우에게 말했다. "이제 위험은 벗어났어. 당신이 승리야. 앞으로는 영양과 뒷바라지, 이것뿐이야."

그리고 그날 오후, 수우가 침대로 다가가보니, 존지는 누운 채 무척 파란 빛깔의 도무지 쓸데없는 털어깨걸이를 만족스러운 듯이 짜고 있었다. 수우는 한쪽 팔로 베개와 함께 존지를 껴안았다.

"너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 귀여운 아가씨. 베어먼 할아버지가 오늘 병원에서 돌아가셨단다. 겨우 이틀을 앓으셨을 뿐이야. 첫날 아침, 관리인이 아래층에 있는 그분 방에 가봤더니 할아버지가 몹시 괴로워하고 계시더래. 신발과 옷은 흠뻑 젖어서 얼음처럼 차갑고 날씨가 그렇게 험한 날 대체 어디를 갔다오셨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어. 그러다가 아직도 불이 켜져있는 각등과 언제나 놓여있는 자리에서 꺼내온 사다리와 흩어진 화필과 초록과 노랑물감을 푼 팔레트를 발견한 거야. 그리고 얘, 창밖으로 저 벽에 있는 마지막 담쟁이 잎 좀 쳐다봐. 바람이 부는데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게 이상하지 않니? 아아, 존지, 저건 베어먼 할아버지의 걸작이란다. 마지막 잎사귀가 떨어진 날 밤, 그분이 저 자리에 그려 놓으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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