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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를 사랑할 지어다"
때로는 천둥 같은 또 때로는 천사 같은 그의 노랫소리가 오페라 하우스 지하광장에 울려 퍼지리... 오페라 하우스 지하 깊숙한 곳에는 사랑 받지 못해 슬피 노래하던 영혼이 잠들어있다. 에릭은 정말로 천재적인 음악가이자, 뛰어난 건축가이다. 하지만 그는 선천적 기형 때문에 어머니마저도 그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처음으로 에릭에게 해주신 선물은 가면이었다. "너의 추한 몰골을 가리고 다니렴, 너는 너무 못생겨서 엄마도 너와 다니고 싶지 않구나!" 나는 에릭의 어머님의 의도를 이런 식으로 밖에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결국, 에릭은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오페라 하우스 지하광장에 자신만의 은신처를 짓고 살아야 했다. 그러다 그는 실력이 아주 뛰어나고 미모 또한 뛰어난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다에양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에릭은 다에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 다에를 납치해 자신의 은신처로 데려온다. 에릭은 그녀에게 계속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였고, 다에는 그런 에릭의 행동이 부담스러우면서도 두렵고, 두려우면서도 자신을 사랑해 주어서 고마웠다, 에릭은 그녀에게 자신의 가면만 벗기지 않는다면 아무런 위험도 없을 것이라고 말 하였지만, 다에는 결국 호기심을 다스리지 못하고 그의 가면을 벗기고 말았다. 크리스틴은 어리석은 여자였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에릭의 가면을 벗길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다에는 어째서 그렇게 그의 얼굴을 보고 싶어했던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에릭의 말대로 그의 가면을 벗기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그렇게 큰 일의 씨앗을 심어 줄 일도 없었을 텐데...
에릭은 그녀에게 자신과 함께 하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게 해주었다.
에릭에게서 벗어난 다에는 제일먼저 라울을 찾아갔다. 라울은 다에의 어렸을 적부터의 소꿉친구로 다에를 사랑하는 멋진 자작이다. 다에는 라울에게 에릭의 이야기와, 에릭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신과 함께 있어달라고 했다는 말을 모두 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이 거절하더라고 자신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아주 멀리 가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라울은 그녀에게 그렇게 해 주겠다고 굳건히 약속을 하였고,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황급히 도망을 쳐야 했다. 에릭이 다에에게 조금의 자유를 허락 해 준 동안, 다에는 라울과 함께 에릭에게서 도망칠 생각을 하였다. 다에가 라울을 사랑하고 라울이 다에를 사랑하듯이 에릭도 그만큼 다에를 사랑했을 텐데... 다에는 정말 에릭의 무서운 행동과 광기어린 행동 때문에 그렇게 그를 떠나려 한 것일까? 그녀의 정확한 마음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마음은 그녀 자신과 그녀를 만드신 하나님만이 알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녀는 라울과 떠나기 전에 에릭을 위하여 마지막 공연을 하기로 하였다.
다에의 마지막 공연 날 그녀는 따른 때 보다 더욱더 맑고 청명한 소리로 <파우스트>의 마지막 창을 열창하였다. 그녀는 에릭을 위한 마지막 공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노래를 불렀고, 파바박! 정전이 되었다. 무대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노래를 부르던 그녀, 다에가 무대위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사람들은 라울의 형인 샤니 자작이 납치를 했다는 둥, 무대 아래의 비밀 함정에 실수로 떨어졌다는 둥, 라울과 함께 도망 쳤다는 둥, 다에의 실종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며 떠벌리고 다녔다. 라울은 자신에게 도박을 걸었다. 라울은 다에에게 도막을 걸었고, 에릭에게 도박을 걸었다. 그러다 에릭의 오랜 친구이자 생명의 은인인 다로가라는 페르시아 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녀는 다로가와 함께 그녀를 구하기 위한 도박에 몸을 던졌다. 다에의 생사를 확인 할 수 없었던 라울과 다로가는 고문실 에서 문 하나를 마주 놓고,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에릭은 그녀에게 청혼을 하였다. 당신이 나를 택해서 모든 사람의 목숨을 살리던지, 당신이 나를 버려서 온 인류를 버리던지... 이제 모든 사람들의 목숨은 그녀의 그 여린 손에 달려있었다. 그녀는 결국 모든 사람을 살렸다. 물론 에릭과 다로가도 살릴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다로가는 라울의 실종 소식을 듣고, 이제 에릭의 모든 행동을 언론에 폭로하기로 다짐한다. 늦은 밤, 글을 쓰고 있던 그에게 누군가가 찾아왔다. 여전히 까만 옷에 가면을 쓰고 있는 의문의 남자... 에릭. 에릭이었다. 에릭은 페르시아인을 찾아왔다. 자신은 이제 그녀를 놓아주었노라고... 그녀가 나에게 키스를 허락하였고, 나의 얼굴을 보고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나의 어머니조차 거부했던 나의 키스를 받아주었노라고... 그리고 내 이마에 살짝 키스해 주었노라고... 그리고 날 위해서 눈물을 흘려주었노라고..... 에릭은 말했다. 내가 죽거든, 다에가 알 수 있도록 나의 죽음을 세상에 알려달라고... 얼마 후, <에포크> 사진에는 한 줄 짜리 짧은 광고가 실렸다. <에릭 사망.>
이제 그의 슬픈 사랑의 오페라는 막을 내렸다.
솔직히 나는 에릭이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알았다. 위에서 그의 소개를 했지만, 그 역시도 이 글을 다 읽고 나서야 뒤늦게 안 사실이다. 에릭이 그토록 다에를 사랑했다면, 그녀를 놓아줄 때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놓아줄 수 있었을 것이다... 에릭은 라울만큼 그녀를 사랑하였다. 하지만 다에는 에릭을 사랑할 수가 없었다. 그가 못생겨서가 아니다, 그가 퀭한 눈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가 지하 깊숙한 곳에서 저주받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단지 그가 사랑 때문에 온 인류를, 자신마저 포기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 역시 그를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존경할 만한 목소리,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다에는 그의 목소리를 사랑할 것이다. 앞으로 그의 오페라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불후의 명작이 되겠지만, 난 세월이 흘러도 이 오페라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려 했던 사람의 오페라라면 다른 오페라와 깊이부터 다를 테니까... 시간이 지나도 나의 기억 속에서 생생히 살아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나는 아직 에릭을 말 할 것이다. 그의 사랑을 받고 살던 크리스틴 다에도, 그녀를 구하기 위해 도박을 해야만 했던 라울도... 모두 나의 머릿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세상 그 어디에서도, 몇 천년을 살아도 결코 만날 수 없는 그런 사람들 이니까...
"그녀는 날 사랑하진 않았지만, 날 위해서 울어주었어..."
날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