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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어린이표 - 웅진 푸른교실 1 ㅣ 웅진 푸른교실 1
황선미 글, 권사우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겐 8살 터울의 두 아이가 있다. 큰 아이가 어릴 때는 직장인이었고 작은 아이가 태어나고 큰 아이가 한창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생활할 때 나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요즘 다시 알라딘 서재에 글을 쓰면서 예전에 썼던 리뷰글들을 읽어보았다.
나쁜 어린이표가 있었다.
난 어제 도서관에서 나쁜어린이표를 빌려와 읽었는데...
작은 아이가 이제 3학년이 되므로 독서록을 열심히 쓰도록 지도하기 위해서...
웃음이 났다.
아이 터울이 많이 지니
한권의 책을 8년 텀으로 두번 읽기도 하는구나...
황선미 작가의 책은 항상 어렵다.
가끔 그 어려움에 화가 난다.
마당을 나온 암닭도 그랬고
일기 감추는 날도 쉽지는 않다.
그 안에 담겨있는 주제가 결코 어른인 나에게도 녹록지 않다는 거고
어렸을 대 과연 내가 이런 생각을 했나?-아니다!
그럼 요즘 아이들은 이런 어려운 생각을 하면서 크나?
마치 양파껍질처럼 쉽게 보면 넘 쉬운 글들인데
살아온 나날들의 진폭이 큰 어른들이 보면 또 그런대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책인지 알수 없게 만드는 알쏭달쏭한 책.
그러고 보니 그것이 황선미 작가의 책이다.
그런데 주인에게 밥으로 양파를 받은 원숭이처럼
나는 자꾸 황선미라는 양파껍질을 까다가 분노가 인다.
까고 또 까보지만 결국 껍질만 남는 것.
나쁜 어린이표에 등장하는 선생님은 나쁜 선생님이다.
새학기초에도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우렁차게, 야, 너, 하면서
그리곤 바로바로 나쁜 어린이표를 척척 안긴다.
이른바 벌점을 주면서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책에는 착한 어린이표도 준다고 하는데
그 장면이 하나도 안나오니...내 눈에는 나쁘게만 보인당...
아마 교직생활이 오래된 노련한 선생님인듯.
주인공은 자꾸 발을 헛딛듯이 나쁜 어린이표를 받고 속상해한다.
아이들이 받는 나쁜 어린이표도 사실 운없게 받는 경우도 많다.
정말 나쁜짓을 왕창해서 받는 것이 아닌...
주인공은 여기에 항상 울분을 느끼고 선생님의 처사에 대항하며
몰래 수첩에 선생님에게 나쁜 선생님표를 드린다.
이윽고 아이들은 나쁜 어린이표와 착한 어린이표를 받은 아이들로 갈려서 생활한다.
스스로 아이들끼리 통제한다.
결국 선생님은 우연히 주인공의 나쁜 선생님표를 본다.
주인공은 나쁜 어린이표를 화장실에 버리고 온다.
둘의 대결구도다.
선생님은 주인공의 수첩에서 나쁜 선생님표를 달라고 한다.
나쁜 어린이표는 없앨 거라고 한다.
선생님은..어렵쇼? 그래도 용기가 있으시네?
아니면 증거를 은폐하시나?
자기가 나쁜 어린이표를 받을 필요가 없고 뭔가 구조적으로 잘못된 거고
선생님이 더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주인공은
용기가 있다.
선생님의 폭력에 대항할 줄 안다.
상황에 순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쁜 어린이표를 어쩌라고?
선생님들은 반성해야 한다.
어른들이 읽으면 느낄 점이 많다.
아이들은 이 책에서 뭘 느낄까?
사실 그 점이 황선미 책을 읽을 때의 황당함이다...고단함이다...
조심스레 아이에게 묻고 싶다...
넌...이 책이 어땠니? 하고....
요즘 학교에서는 나쁜 어린이표가 없다.
착한 어린이표가 있기는 한데 많이 모아서 상주는 거...
작년에 아이반에서 착한 어린이표를 왕창 훔쳐서 붙인 아이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얼마나 상장을 갖고 싶었으면...남들보다 더 많이! 훔쳐서라도!
착한표건 나쁜 표건....표는 항상 분란의 소지를 몰고 온다...
그렇다고 칭찬을 안하랴?
칭찬을 하면 칭찬을 못받는 나머지 99%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렇게 단순하지 않은 주제가 황선미 작가의 특징이다....
그것이 사실 이 작가의 마력이다....
아래는 2004년에 내가 쓴 리뷰다..나도 그 땐 철 없는 단순엄마였당..
-------아이와 함께 나쁜 어린이표를 읽었다. 평소 황선미 작가의 글을 유심히 보곤 했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생활동화다. 요즘 학교에서는 항상 칭찬용 스티커를 주는 것이 일상화 되어있다. 아이는 스티커 하나로도 기분이 좋고 나빠지곤 하는데...그 심리적인 섬세함을 잘 체크해서 쓴 동화다. 이 책을 읽은 뒤 아이는 내게 나쁜 엄마표, 좋은 엄마표 스티커를 붙여주기 시작했다. 우습게도 난 항상 나쁜 엄마표만 받는다.아이도 엄마에게 불만이 많을텐데...아이의 불만과 감정표현을 스티커를 주며 이런식으로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