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을 넷플릭스하다 - 한 권으로 읽는 요즘 비즈니스
이학연 지음 / 넥서스BIZ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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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세상에 대한 이해는 시대적 교양
4차 산업,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머신러닝,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두 비즈니스 세상에 대한 단어들이다. 그러나 이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가까운 시일 안에 이 단어들은 스마트폰처럼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 세상에 대한 이해가 시대적 교양이 된 까닭이다.

지식 큐레이터가 권하는 책은?
서점의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투자 책만 즐비하다. 일반 코너에서 찾을 수 있는 책들은 각 분야의 전공 서적에 가깝거나, 기업 경영방법을 설교하거나, 성공했다고 알려진 사례들을 단순 짜깁기해서 늘어놓은 경우가 많다. 미래 산업과 현재를 잇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이고, 왜 그것이 가장 중요하며, 다른 산업들과는 어떻게 연계되고, 세계적 선도 기업들은 어떤 행보들을 보이고 있는가. 이런 지식을 일반 독자도 알기 쉽게 추려놓은 책은 없을까? 박물관의 큐레이터처럼 전시품을 선별해서 담아놓은 좋은 책 어디 없나?

이학연 저, 『경영을 넷플릭스하다』
넷플릭스가 OTT 사업에서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구독 경제 + 맞춤형 추천" 서비스때문이라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볼거리를 저렴한 구독료로 무제한 볼 수 있기에 수요층을 키울 수 있었고, 다양한 볼거리 중에서 무엇을 볼지 몰라 헤매다가 이탈하였을 수많은 구독자들을 맞춤형 추천 서비스로 붙잡아 둘 수 있었기에 키운 수요층을 유지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하다'는 이제 일반동사처럼 쓰이고 있다. 썸남썸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의 '라면 먹고 갈래?'처럼, 'netflix and chill?(넷플릭스 같이 볼래?)'이란 표현이 생겼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비즈니스를 혁신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현재 거의 모든 기업들이 '넷플릭스하기'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일상생활이나 경영적 측면, 둘 모두에서 의미가 큰 단어다.

이학연 저, 『경영을 넷플릭스하다』는 총 14개의 에피소드(21개의 조각)를 통하여, 4차 산업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인 이학연 교수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기술경영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의 평점 : 별이 다섯 개 ★
문학평론가 권혁웅은 김경주 시인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 대해서 이렇게 썼다. 
'시인으로서의 믿음과 비평가로서의 안목 둘 다를 걸고 말하건대, 이 시집은 한국어로 씌어진 가장 중요한 시집 가운데 한 권이 될 것이다.'

이를 오마주 해본다.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믿음과 독자로서의 안목 둘 다를 걸고 말하건대, 이 책은 4차 산업에 대한 경영 교양서 가운데 손꼽히는 책 중 한 권이 될 것이다.'
나의 주관적 생각보다 조금은 더 객관적인 다른 지표도 있다.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책나눔위원회 추천도서,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 추천도서,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다.


총 3개의 Part로 구성
책은 총 3개의 파트와 1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1. 요즘 기업들이 돈 버는 방법 : 비즈니스 모델 (에피소드 1~5)
2. 요즘 기업들이 살아남는 방법 : 비즈니스 혁신 (에피소드 6~9)
3. 요즘 기업들이 기회를 찾는 방법 : 비즈니스 지능 (에피소드 10~14)

각 파트를 모두 요약하면 분량이 지나치게 방대해진다. 아래에서는 파트 1만 모든 에피소드를 분석하고, 파트 2와 3은 크게 인상깊었던 내용 중 일부만 골라서 서술했다. 모든 에피소드의 내용이 다 충실해서 가볍게 흘릴 내용이 거의 없다.


Part 1 : 요즘 기업들이 돈 버는 방법 : 비즈니스 모델
01. 누가 요즘 돈 내고 게임 하니? - 공짜와 프리미엄의 결합, Freemium 모델

애니팡 사례 : 플레이는 무료. 편리함과 강력함은 유료 → Freemium 비즈니스 모델
아이러브스쿨과 프리챌 : 유료화는 어렵다.

질레트의 : 면도기 - 면도날 모델이 시초. 다른 점은?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은 무료 고객 증가가 비용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고객 추가에 따른 한계비용이 제로다.
→ 그래서 Freemium 모델이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의 표준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의 큰 특징 : 네트워크 효과 = 같은 제품 또는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용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
성공의 핵심 Point : 무료 기능과 유료 기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02. 카카오톡이 우리나라에서만 잘 나가는 까닭 : 연결될수록 불어나는 가치, 네트워크 효과
메칼프의 법칙 : 특정 네트워크의 가치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노드(node)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페이스북의 가치 : 사용자가 1억 4천만명일 때 40억 달러, 사용자가 10배 증가한 14억일때 가치는 50배가 넘는 2,000억 달러

경영학 교과서의 고전 VCR 표준 전쟁: 선발주자 소니의 베타맥스가 폐쇄적 운영으로 쇠락하고, 후발주자였던 마쓰시타의 VHS 포맷이 네트워크 효과를 선점하여 표준으로 자리 잡은 사례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디지털 산업에서는 대부분 승자 독식이 이루어짐 (이것이 모든 기업이 겪게 될 시대적 흐름임이 중요!)

우리나라는 카카오톡, 일본·대만·태국은 라인, 중국은 QQ와 위챗(둘 다 텐센트). 전세계 133개국은 왓츠앱, 다른 75개국은 페이스북 메신저. 그런데 왓츠앱도 페이스북 소유. 와... 페이스북...!

03. 신림동 내기 당구 최후의 승자 - 온라인 세상의 만남의 광장, 플랫폼 비즈니스
내기 당구 최후의 승자는 당구장 사장님. 이것이 플랫폼 비즈니스
유튜브는 플랫폼 비즈니스. 반면 넷플릭스는? 기존의 파이프라인 비즈니스.
플랫폼 비즈니스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의 선순환으로 성장. 교차 네트워크란? 한 그룹의 참여자가 늘어나면 다른 그룹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증가하여 더 많은 참여자가 플랫폼에 진입하는 효과. 직방의 사례 : 매물이 많아지면 방 구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한 예.

부정적 교차 네트워크 효과 사례 : 카카오 택시 - 강남역에서 카카오택시 콜이 잘 안 잡힘.
긍정적 교차 네트워크 효과 사례 : 오픈 테이블, 미국 다이너스 클럽, 배달의 민족, 링크드인

04. 교보문고에 가서 매번 할인을 받는 방법 -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뒤섞이다, O2O 서비스 (feat. 핀테크)
교보문고 바로드림 서비스 :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할인가로 결제. 바로 책 수령.
→ 쇼루밍(showrooming)  :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눈으로 살펴보고 정작 구매는 저렴한 온라인에서 하는 방식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 바이. 쇼루밍 현상으로 매출 하락 → 아예 매장을 쇼룸으로 변경. 매장 내 shop-in-shop 개념으로 제조사에 입점료 받고 공간 대여.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슈퍼마켓을 만든 이유 : 모두 데이터 때문.
리테일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 : 우리나라 2019년 20%를 넘김. 미국 12% 수준고객 구매 데이터의 88%는 오프라인에 있다
→ 누가 매장에 와서 어떤 제품을 둘러보고, 무엇과 무엇을 비교하다 무엇을 샀는지, 가장 오래 머무른 코너가 즉석 식품 코너인지 과일 코너인지, 유제품을 사고 그 다음 기저귀를 사는지 맥주를 사는지 등 고객의 모든 행동이 데이터로 쌓임.
아마존 서점은 베스트 셀러를 추천하지 않고, 베스트 레이팅이라고 하여 아마존에서 제일 평점이 높은 책을 주요 매대에 전시함. 큐레이팅의 차별화 + 플랫폼 락인효과.

1) 로레알의 '메이크업 지니어스' 사례 : AR기반.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 스캔 후 고객이 선택한 상품(립스틱, 아이라이너)으로 화장한 내 얼굴을 보여주는 서비스. 소비자는 클릭 몇 번으로 수십 가지 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고, 기업은 이러한 고객 행동 데이터를 얻음.
2) 이케아 플레이스 : 스마트폰으로 거실을 비추고 테이블을 선택하면, 실제 거실의 모습과 테이블이 겹쳐짐. 가구 사이즈를 놓을 공간에 대조해 볼 수 있음.
3) 나이키 핏 : 스마트폰으로 발 스캔. 발 길이와 발 볼 넓이를 고려하여 신발의 정확한 치수 제공.
4) 에어비앤비 :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느 시기에 어느 가격으로 방을 내놓으면 예약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분석해주는 숙소 예약률 산출 모델을 개발. 에어비앤비의 조언을 받은 호스트(방 제공자)의 예약률이 4배 이상 상승.
5) 미국 우버 :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택시요금이 공공요금이 아니므로 '요금 더블' 매치가 가능. (우리나라 강남역도 요금 더블이 된다면 좋으련만)
6) 국내 역경매 서비스 : 구매자(소비자)가 기본 조건 제시. 판매자들이 가격을 제시하며 경쟁하는 형태.  '법무통' '인테리온' '위매치다 이사'

중국이 O2O의 꽃 '간편결제'가 빠르게 진전된 이유 : 선진국에 비해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았기 때문.
선진국 : 현금 → 신용카드 → 간편결제
중국 : 현금 → 간편결제


05. 자동차 사지 말고 장롱 면허를 탈출하자 - 소유하지 말고 경험하라, 공유경제와 구독경제
공유경제 사례
국내 크라우드 펀딩의 사례 : 세븐브로이 (대통령 맥주)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 '인디고고'와 '킥스타터'

공유경제의 그림자
1) 차량 1대 공유 시 승용차 8.5대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 
▶ 그렇다면 자율주행차의 공유 시대가 오면 완성차 제조업체는...?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과 단순 전기차 제조업체는 미래가 다르겠구나...

2) 긱 이코노미(Gig Economy) : 단기 임시직 형태의 노동 증가

구독경제 사례
1) 전통적인 신문 구독 
2) 달러 쉐이브 클럽(미국 스타트업. 2011년 설립) : 한국산 도루코 면도날 5개를 매달 집으로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
→ 폭발적 성장. 1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유니레버에 인수됨. (구독 경제의 어마어마한 시장성을 보여주는 사례)
3) 넷플릭스

구독경제의 장점
1) 기업 입장 : 제품 생산수량, 재고관리가 수월. 현금흐름 파악이 용이. 사업계획 세우기가 수월. 고객 유지 비용은 신규 고객 유치 비용보다 훨씬 저렴. 마케팅 비용 절약 가능.
2) 소비자 입장 : 귀찮음 해소, 저렴한 비용, 다양한 경험 


Part 2 : 요즘 기업들이 살아남는 방법 : 비즈니스 혁신
이 파트는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은 아래와 같다.

06 최초의 스마트폰을 만든 회사가 스마트폰 때문에 망하다 - 신생 기업이 전통 강자를 쓰러뜨리다, 파괴적 혁신 (feat. 애자일)
07 데이터 과학자들의 종합격투기 대회가 열리다 - 개방과 협력으로 혁신하라, 개방형 혁신과 크라우드 소싱
08 삼성은 정말 애플의 특허를 베꼈을까? - 총성 없는 기술 전쟁의 필승 무기, 특허전략
09 애플의 경쟁자는 삼성이 아닌 넷플릭스 - 제품이 서비스로 바뀌는 마술, 서비스화

이중 07파트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옮겨본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국내 첫 폐암 치료제 '올리타'는 2004년에 착수해서 2016년에 조건부 허가를 받고 시판을 시작했다. 2015년에 독일의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 계약을 마쳤다. 그런데 그 사이에 영국의 한 제약회사가 '타그리소'라는 유사 치료제를 출시한다. 개발은 한미약품이 빨랐지만, 임상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출시가 늦어 표준 치료제 자리를 '타그리소'에 내어주게 되고, 이로 인해 베링거인겔하임이 판권을 반납하기에 이른다.
반면 또 다른 국내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은 한미약품이 포기한 폐암 치료제에 늦게 뛰어든다. 2015년 국내 신약개발 전문 기업인 오스코텍으로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10억원에 사들인 후 공동으로 임상을 진행한다. 이렇게 개발된 '레이저티닙'의 효능이 '타그리소'보다 훨씬 우수함이 입증되어,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게 해외 생산 및 판매 독점권 제공의 대가로 1조 4천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다.
유한양행은 통상 10년 넘게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5년 미만으로 단축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개방형 혁신이 가지는 장점이다.


Part 3 : 요즘 기업들이 기회를 찾는 방법 : 비즈니스 지능
이 파트는 총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은 아래와 같다.

10 넷플릭스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 비즈니스 가치를 요리하는 식재료, 빅데이터
11 그녀의 임신 사실을 마트는 알고 있다 - 고객 한 명 한 명을 정조준하라, 개인화 마케팅 (feat. 머신러닝)
12 우리 이제 영어공부 그만해도 될까요? - AI가 선사하는 새로운 기회, 인공지능 비즈니스 (feat. 딥러닝)
13 스마트한 세상은 스마트한 인간을 원치 않는다 - 연결하고 접속하라,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14 현실판 심시티가 공장에 온다 - 똑똑한 공장이 만드는 나만의 제품, 스마트 제조

이 파트를 읽으며 제일 놀라웠던 것은, 빅 데이터 - 머신러닝 - 맞춤형 추천(개인화 마케팅) - 편리한 소비 - 사물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아마존이란 기업의 무서움이었다.

왜 유수의 기업들은 음성 인식에 집중할까. 책의 설명에 의하면 곧 바뀔 미래는 이런 모습이다. 집에 들어온 나는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말한다. '쓰리에이 건전지 좀 시켜줘.' 아이 장난감의 건전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는 아마존에서 건전지를 검색하고 등록된 결제 정보로 자동 결제하여 물건을 집으로 배송시킨다. 어떤 회사의 제품을 살 것인지는 에코가 결정한다.

넷플릭스는 2008년에 자체 데이터 센터 문제로 3일간 DVD 배송서비스가 중단되는 뼈아픈 경험을 한 뒤, 자체 데이터 센터가 아니라 클라우딩 서버로 이전을 결정한다. 고객이 언제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이 어려웠기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유연하게 서버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클라우딩이 매력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데이터 이민이 완료되는 데 무려 8년이 걸렸다. 2016년 넷플릭스는 마지막 데이터 센터의 문을 닫았다. 덕분에 넷플릭스는 급증하는 가입자 수에 맞추어 유연하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넷플릭스가 선택한 클라우드가 바로 아마존의 AWS였던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매월 250억원의 사용료를 아마존에 지불한다. 그런데 아마존은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출시하여 넷플릭스와 직접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의 핵심인 머신러닝에 의한 고객 개인 맞춤형 영화 추천 알고리즘은, 방대한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아마존의 AWS에 클라우딩 되어 있다.

맺음말
4차 산업 시대에 공학기술이 인류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앞으로 소비자의 구매 행동은 어떻게 변화하고, 그 변화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그들의 공통된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 등이 이 책에는 잘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정말 많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이를 쉽게 풀어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 대중도 이 시대의 비즈니스 상식을 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책이 저자가 쓴 첫 번째 책이라는 점이다. 웹툰 <호랑이 형님>의 작가가 그린 첫 번째 웹툰이 바로 <호랑이 형님>이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다.

나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았다. 가장 큰 행운은 내가 얻었고, 그 다음 행운은 이 책을 구매한 후 일독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가장 불운한 사람은 이 책에 대한 소식을 아예 접하지 못한 사람이며, 그리고 가장 행복하지 않을 사람은 이 책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도 읽지 않은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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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이지혜 지음 / 파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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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클래식이란 좋아하고는 싶은데 영 모르겠는 어떤 것이다. 상당한 음치인 나는 어릴 적 클래식을 무척 좋아했지만 이 선율이 바흐의 것인지 모차르트의 것인지 베토벤의 것인지 도통 구분하지 못했다. 중학교 때 음악 과목의 청음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집에서 여러 클래식 곡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식은 땀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이 곡이 저 곡 같고, 저 곡이 그 곡 같고, 가사가 없는데 대체 어떻게 곡을 구분하란 말이냐. 곡의 제목을 맞추고, 작곡가를 맞춘 다음, 그 작곡가의 시대를 맞추어야 하는 이중 삼중의 음악 문제는 내게 너무 커다란 벽이었다.

클래식을 들으며 진땀을 흘렸던 열 다섯 살 소년은, 이제 긴 세월을 건너 마흔의 중년이 되어 다시 클래식 앞에 섰다. 지혜로워진 소년은 무작정 음악을 듣기보다 감상을 위해 음악의 탄생 배경을 먼저 알아보고자 책을 찾았다. 그리하여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인문 클래식 가이드'라니. 인문학에 친숙한 소년에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책은 기대만큼이나 훌륭하게 클래식의 불모지인 소년의 머릿속과 가슴속을 채워주었다. <가을> - <겨울> - <봄> - <다시 여름>으로 이어지는 4계절의 큰 Part 안에 각 10 개 내외의 곡이 소개되어 있다. 해당 곡들은 주로 그 계절에 연주되거나, 그 계절에 작곡 되었거나, 아니면 그 계절의 날씨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품고 있는 곡들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파트인 <가을>에 소개되는 곡들은 타레가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리스트의 사랑의 꿈, 쇼팽의 녹턴, 엘가의 첼로 협주곡,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등이다. 각 곡마다 그 곡을 작곡한 음악가의 생애가 짧게 소개되고, 음악가가 이 곡을 작곡했을 때 처한 개인적 상황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함께 알려준다. 설명은 중학교 음악 교과처럼 건조하게 사실만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작가의 풍부한 인문학적 감수성을 토대로 서정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소년처럼 클래식에 무지한 독자라도 해당 곡에 대한 감상(감성) 포인트를 쉽게 알 수 있다.

저자는 학부에서 철학과 음악(바이올린)을 전공한 데 이어 음악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2002년부터 클래식 음악 해설가로 마이크를 잡은 이지혜씨다. KBS 라디오 《김선근의 럭키세븐》에서 맡았던 '누구나의 클래식(2018.6~2019.12)'에서 유쾌한 클래식 음악 해설로 청중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점은, 모차르트가 당대에는 그리 성공하지 못한 음악가였다는 사실이다. 신동으로 널리 알려졌으나 정작 음악가로서의 성공은 그의 사후에 이루어진 것이고, 서른 다섯에 생을 마감한 모차르트는 생활고와 건강 악화에 시달렸다. 천재의 자유분방하고 명랑한 음악을 주로 만들었고 삶 또한 그렇게 살다 간 인물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조금 놀라웠다. 또 다른 재미는 유명한 음악가들의 인연이다. 리스트가 베토벤의 제자였던 체르니의 제자가 되고, 체르니가 베토벤을 초청하여 리스트의 연주를 들려주자 베토벤이 당시 열 두살이었던 리스트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다른 일화로는 브람스 - 슈만이 있다. 1853년에 브람스가 슈만 부부를 처음 만난 날, 음악가 슈만은 자신의 집을 찾아온 스무 살 청년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진심으로 경탄해서 '천재가 다녀갔다'는 기록을 일기장에 남긴 후, "브람스가 베토벤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글을 음악 잡지에 기고하여 당시 무명이었던 한 청년을 유럽 음악계의 총아로 만들었다.

그 밖에 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특히 막심 벤게로프 연주)이라든가, 무려 스무 명의 자녀를 낳을 정도로 왕성한 욕구를 지녔던 바흐가 역사상 가장 많은 1,336곡을 작곡한 음악가라는 것 등, 클래식에 대한 쓸모있고 흥미로운 다양한 지식들을 이 책을 읽으며 얻을 수 있다.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읽으며 소개 된 음악을 듣는다면 머지않아 클래식 애호가로 거듭날 수 있을 듯하다.

책을 읽은 다음 음악을 들으니 음악이 훨씬 더 깊이 와닿는다.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다. 클래식 애호가를 꿈꾸는 중년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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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투자의 비밀
김도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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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단 지은이의 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와 투자의 본질을 쉽게 풀어내보자'는 목표에서 출발했습니다. (7p)
이 책은 자본주의의 본질과 핵심 원리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투자, 그중에서도 특히 '어떻게 하면 주식투자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8p)
'선병자의'라는 말이 있듯 특히 저같이 평범한 사람이 주식시장에 입문해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과 그 속에서 느꼈던 작은 깨달음들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습니다. (9-10p)

그리고 책의 뒷단 에필로그 바로 직전에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인식의 포로였고 기억의 노예였다. 그 인식과 기억은 얼마나 자기 중심적이고 또 왜곡된 것이었는지. 중간에 몇 가지 작은 깨달음들이 있었겠으나, 그것이 진정 가슴에 자리 잡아 나의 것이 되지는 못했다. 한마디로 나의 인간적인 약점들을 극복하지 못했다. 종목에 대한 연구는 나름 열심히 했지만, 수양이 부족했고 이를 실천할 확신과 의지가 부족했다.
서문에서도 이미 말한 바가 있지만, 이 책은 스스로의 반성문이자 앞으로의 투자에 있어 자경문이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은 그 누구보다도 필자 자신을 위한 것이다. (266p)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내 솔직한 심정은 이렇다. 저자가 책을 쓴 최초의 의도는 진실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가 책을 마무리하며 밝힌 소회도 역시 진실이라 생각한다. 

본격적인 서평을 작성하기에 앞서 '용기의 역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행위를 우리는 용기있다 칭송하지만, 무관심이 아니라 칭송을 얻기 위해서는 사실 '커다란 업적'이 필요하다. 그 업적이 현재에 있을 때에만 칭송은 부여된다. 가이 스파이어의 경우다. 업적을 상실하여 현재는 빈손이 된 거인의 실패 이야기는 가장 성공한 경우에도 독자에게 커다란 교훈과 저자에 대한 안쓰러움을 남길뿐이다. 결코 칭송은 부여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인정받는 용기란 결국 성공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만의 특권인 셈이다.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본인의 실패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지만, 그 실패의 자세한 내용은 책에 담겨 있지 않다. 개인투자자가 아니라 투자자문사의 임원이었던 저자의 입장을 생각할 때 이는 인간적인 선택이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재무 전공 석사 학위를 받았다. LG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을 거쳐 2009년 에셋디자인 투자자문에 창립 멤버로 입사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답게 1부 '자본주의와 부의 본질에 대하여'에서는 자본주의와 거시 경제에 대한 맥을 알기 쉽게 짚어준다. 

예를 들면, 경기 침체 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건(저금리) 통화량을 늘려서 시중에 돈의 양을 늘리고 이를 통해 디플레이션을 방어해서, 소비, 투자, 소득 증대의 선순환을 다시 만들어내고자 하는 정책이다. 헌데 현재와 같은 신용화폐 시스템에서 돈은 결국 대출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은 경제 전체의 부채를 늘린다. 부채의 증대는 각 경제주체의 신뢰 범위 한도 내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각 경제주체가 부채의 규모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그리스 디폴트,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등의 예처럼) 경제 시스템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프린스턴 경제연구소의 전 대표인 마틴 암스트롱에 의하면 (신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늘어난 국가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뿐이다. 디폴트 선언, 인플레이션, 구조조정. 

책을 읽고 나서, 투자 계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왜 그렇게 많이 회자되는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월급이 오르면 기뻐하고, 물가가 떨어져도 월급이 내리면 불만을 갖게 된다. 그래서 디플레이션은 정치적으로 죽음이다." - 세일러 (92p)

인플레이션은 정책자의 지위 안정성을 담보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자산가와 비자산가의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부의 불평등의 심화는 그 사회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키운다. 자본주의는 비효율적인 경쟁자를 낙오시키고 효율적인 경쟁자에게 자본을 몰아서 배분함으로써 발달한다. 반면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인 경쟁자가 다수일 때, 이들을 도태시키는 게 아니라 이들을 포용하는 사회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인류의 번영이라고 전제한다. 정부는 정치의 수장이자 경제의 수장으로서 이 모순된 두 요구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이라는 모순된 두 요구를 추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시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알기 쉽게 씌어져 있어서, 나같은 주린이도 지식을 정리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1부가 갖는 강점이다.

2부에서는 주식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는데, 가치투자자로서는 상당히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우리의 투자 스타일은 한마디로 '매크로 헤지 전략적 가치투자'다. 그 뜻은 '거시 경제의 동향을 잘 살펴서 투자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의미이고, 투자는 큰 틀에서 가치투자의 범주 안에서 행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거시 경제 동향을 읽고 투자비중을 조절한다'는 것은 시장을 전망해보겠다는 도전이다. (152-153p)

전 세계 금융시장은 주식시장 외에도 채권, 부동산 그리고 외환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속적인 수익을 거두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이의 공통된 소망이기에, 시기에 맞게 그에 맞는 시장을 선택하거나 투자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면 수익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57p)

책의 내용을 다시 숙고해보아도, 저자의 언급은 돈의 흐름을 따라 돈이 이동하는 투자 시장으로-그것이 부동산이든 채권이든 주식이든 심지어 외환시장이든- 유연하게 투자금액을 이동시켜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 방식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매크로 헤지 전략적 가치투자'라는 처음 듣는 용어도 그렇게 탄생된 것 같다. 주식 가치투자에 입문한 지 6개월 차된 주린이인 나로서는 당황스런 대목이었다. 

'아, 모든 투자 책이 주식의 가치투자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구나.'
가치투자연구소 카페에서 서평 이벤트를 신청한 책이었기에, 나는 당연히 주식의 가치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인지편향의 오류에 빠졌던 셈이다. 인식이란 이토록 틀리기 쉽다는 것을 책을 통하여 이렇게 또 한번 배우게 된다. 자, 이를 감안하고서 저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살펴보자.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좋은 주식을 싸게 사서 수익을 거두려는 행위'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가가 오르려면 내가 산 가격보다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사는 주식은, 내 눈에 좋은 주식이 아니라 남이 보기에 좋은 주식이어야 한다.

주식투자가 아니라 '주식장사'로 보는 순간, 주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 중심에서 대중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이제 마음속으로 외쳐보자. '아, 내일부터 주식장사를 해볼까?'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의 계좌에 진열되어 있는 주식들의 성격이 바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주식에서, 남들이 좋아할 만한 주식으로!
(176-177p)

가치투자자로서는 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기왕지사 책을 읽었으니 이 언급을 지적 양분으로 소화해보자. 자, 저자는 어떠한 맥락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일까. 아래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모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확신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오류'는 나심 탈렙의 책 『블랙스완』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다.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218-219p)

나는 인식의 포로였고 기억의 노예였다. 그 인식과 기억은 얼마나 자기 중심적이고 또 왜곡된 것이었는지. 중간에 몇 가지 작은 깨달음들이 있었겠으나, 그것이 진정 가슴에 자리 잡아 나의 것이 되지는 못했다. 한마디로 나의 인간적인 약점들을 극복하지 못했다. 종목에 대한 연구는 나름 열심히 했지만, 수양이 부족했고 이를 실천할 확신과 의지가 부족했다. (266p)

똑똑한 사람이나 성공을 거듭한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 내 생각이 틀렸다고 볼 만한 상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생각이 맞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나의 관점이 아니라 남의 관점에서 투자대상을 바라보았더라면 그 함정을 피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저자의 자기반성이 느껴진다. 주식투자를 주식장사로 바꾸어서 생각해보라는 저자의 말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적인 자기만의 관점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한 관점으로 투자대상을 검토해보라는 의미로 읽을 때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주이고, 무엇이 부인가의 관점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주부가 전도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한편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실용적 지식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질수록 정부소비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따라서 정부 예산 계획을 보면 향후 성장 동력을 갖출 산업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아래는 책의 202p의 <표 2-2>와 204p의 <표 2-3>을 그대로 혹은 개량하여 옮겨 적은 것이다.


    - 정부의 예산 계획과 그 의미에 대해서는 네이버 검색으로 다양한 블로거의 글을 살펴보아도 좋으리라



저자는 '자본주의와 투자의 본질'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등의 주제로 집필과 강연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거시 경제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다른 책에서보다 쏙쏙 머릿속에 들어왔던 나로서는 저자의 앞길을 응원하게 된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행운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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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수익 바이블 - 100년을 관통하는 세계적 대가들의 주식투자 절대 원칙, 개정판
프레더릭 반하버비크 지음, 이건.서태준 옮김, 신진오 감수 / 에프엔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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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엔 '수학의 정석', 가치투자엔 '초과수익 바이블'
- 투자 대가들의 뷔페에 간 초보 투자자의 이야기

제목과 내용만 보면 초보자가 질색할 책이다. 534페이지에 이르는, "초과 수익 바이블"이란 제목의 책. 그런데 왜 이 책의 이벤트를 신청하여 나는 고난의 길을 자처했을까. 그건 한국의 주식 투자 대가들이 쏟아낸 이 책에 대한 찬사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이 책은 3년만에 양장판 개정본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내용은 원판과 동일하다)

"세계적 셰프들의 시그니처 요리를 한데 모아놓은 뷔페 같은 책. 전설적인 투자 대가들의 투자 철학, 방법, 종목 선정 기준 등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 최준철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대표

"사람은 늘 지나고 나서야 현명해진다. 《초과수익 바이블》은 거장들의 현명함을 늦지 않게 전해주는 책이다. 읽고, 공부하고, 실천하면 된다."
-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통찰이 가득한 투자 기본서. 27년 이코노미스트도 배울 게 많았다."
-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돈의 역사》 저자

"가치투자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가치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질문의 답이 들어 있다."
-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

"이 책 한 권이면 초·중급 투자자가 고급 투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 김철광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카페 운영자, 필명 '바람의 숲'

다섯 개의 찬사를 하나씩 짚어보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먼저 양해를 구해야 할 부분은 지금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글쓴이가 가치 투자 입문 6개월 차의 주린이란 점이다. 나는 이 책에 담긴 대부분의 의미를 의미있게 포착하지 못한 채 책을 읽었다. 내가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1. "세계적 셰프들의 시그니처 요리를 한데 모아놓은 뷔페 같은 책. 전설적인 투자 대가들의 투자 철학, 방법, 종목 선정 기준 등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 최준철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대표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가득 펼쳐진 뷔페를 생각해보자. 각 음식마다 이 음식의 재료, 조리과정, 영양, 그리고 조리한 요리사와 그의 업적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그 설명을 보고, 그래 이 음식은 이런 맛이지! 와우!! 라고 감탄을 하겠는가. 아니면 이 음식이 왠지 나랑 맞을 것 같은데, 한번 맛을 봐볼까? 라고 생각하겠는가. 
먹어본 자만이 맛을 알고, 맛을 아는 자만이 설명을 읽으며 자신이 맛보았던 맛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고수들을 위한 책이다. 하지만 엉겁결에 참여하게 된 주린이도 얻을 만한 것이 있다.

《11장 대가들을 지탱하는 3개의 기둥》 
1) 투자 전략과 규율 : 투자철학과 실행방법
2) 투자 전략 적용 시 특성 : 독립성, 근면함, 끊임없는 연구, 신중함, 지식 등
3) 투자 태도 : 겸손, 열정, 인내, 감정의 분리, 군중과 반대의 길을 갈 수 있는 용기

투자 전략에 없어서는 안 될 첫 번째 요소는 시장의 작동 원리와 투자자들의 실수를 바라보는 일관된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는 투자철학이다. (450p)

시장을 바라보는 철학은 반쪽에 불과하다. 투자 전략에는 기회를 포착하고 주식을 사고팔 때를 올바로 알려줄 실행 방법도 있어야 한다. 놀라운 사실은 철학이 같더라도 실행 방법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가들도 직접 말하듯이, 실행 방법이 투자자의 성격 및 경험과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가들에겐 편하게 생각되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다. 그런 방법이 없다면 투자자는 감정의 압박이 클 때 자신의 시스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451p)

자기에게 맞는 투자철학과 실행 방법을 찾으려면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알아야 성격과 관심에 맞는 투자 전략을 찾을 수 있다. (453p)

전략은 투자자의 성격과 기술, 취향, 관심 등과 어울려야 한다. 대가들에게서 영감을 얻을 수는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대가들의 전략을 모방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대가의 전략이 자신에게도 꼭 맞는다면 예외일 수는 있다.  (453p)

자신에게 어울리는 전략을 고르는 건 시작일 뿐이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전략을 고수할 수 있는 규율이다. (454p)

이 책과 가장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부분은 11장이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초보 투자자의 성장에 필요한 주요소(3개를 꼽아보았다)와 대가들의 3개 기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문장으로는 참 표현하기 어려워서, 아래에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그림 실력의 조악함은 부디 양해를...)

(일곱살인 둘째가 내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줄 때 쓰는 칠판이다. 나에게 그림이란... 넘나 어려운 것...)


지식, 경험, (마음)수양이 쌓이면서 초보 투자자는 상급자로 발전해간다. 이 과정은 성장하는 나선으로 표현된다. 나선이 바깥쪽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각 요소 모두에서 어느 정도의 진전이 필요하다. 나아가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흐름의 끊김없이 성장해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식과 경험은 누구에게나 크게 다른 과정이 아닐 것이다. 반면 (마음)수양은 각자의 성격, 살아온 경험에 따라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투자 태도'로 표현되며, 이의 요소들로 '겸손, 열정, 인내, 감정의 분리, 군중과 반대의 길을 갈 수 있는 용기'로 구분되어 설명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는 '관조'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수양의 핵심은 자신과 세상을 관조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겸손, 열정, 인내, 감정의 분리, 용기 등이 우리의 마음이 짓는 하나의 표정에 해당된다면, 마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가를 바라보는 것이 관조에 해당된다.

주식 투자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주린이라 하더라도, 이 11장에서 무언가를 얻어가기는 어렵지 않다. '철학 - 실행방법 - 태도'의 정립은 어느 분야에서의 성취를 원하건 공통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11장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놓여있다는 것뿐이다. 이 책에서 주식 투자에 대한 사전지식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도 원활히 읽을 수 있는 부분은 이 마지막 장뿐이다.


2. "가치투자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가치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질문의 답이 들어 있다." -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

질문을 갖기 위해서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풍부한 경험이란 더 많은 질문에 부딪쳐 봤다는 의미다. 그래서 주린이인 내가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던 질문과 대답은 많지 않다. 이를 아래에 적어본다.

안정 기업의 주식을 어떻게 거래할지는 투자자에 달려 있다. 시장의 평균보다 몇 %만 높아도 만족하는 투자자라면 탄탄한 안정 기업의 주식을 적정 주가에 사서 수년 동안 보유하면 된다. 시장을 상당한 수준으로 능가하고 싶은 야심 찬 투자자라면 안정 기업의 주식을 더 적극적으로 사고팔아야 한다. PER이 많이 떨어졌을 때 사서 PER이 다시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될 때의 초과수익을 노려야 한다. 지나치게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피터 린치는 대체로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30~50% 오른 안정 기업의 주식은 팔아서 현금화했다. (295p)

워런 버핏과 존 템플턴 같은 대가는 우량주를 괜찮은 가격에 사는 것이, 비우량주를 싸게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 지난 50년간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주식들은 PER이 20~50인 주식들이었다. 다시 말해 주가가 본격적인 고공행진을 펼치기 전에 이미 통상적인 시장의 기준으로 볼 때 비싼 주식들이었다. (246p)

경기민감주에 투자하는 일은 투자철학과 딱 맞아떨어지는 일은 아니다. 첫째, 경기민감주는 내재가치를 고려해서 사고팔면 안 된다. 주가의 움직임이 대체로 EPS의 변동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둘째, 대가들 상당수가 경기 예측은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경기민감주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경기를 무시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경기민감주는 1년간의 후행 PER이 정점을 찍을 때 사고, 바닥을 기고 있을 때 파는 게 제일 좋다. (299p)

많은 대가들이 공통적으로 밝히는 최대 실수는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기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례다. 재무 상태가 건전하지 못한 기업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426p)

- 피터 린치는 뮤추얼펀드 매니저였던 시절, 1년에 단 15분만 경제 전망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 투자자는 경제에 신경을 쓰지 말라는 조언은 진정한 상향식 투자자들이 강력하게 지지한다. 하지만 거시경제 투자자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 정말로 놀라운 건 2008~2009년 시장 폭락 이후 일부 대가들이 실토한 내용이다. 워런 버핏과 데이비드 아인혼 등은 주택 거품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조금이라도 예상한 건 실수였다고 말했다. (407, 408p)

대가들은 위험을 줄이려면 높은 수준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가들의 신조는 "다각화는 평범한 수익률을, 집중은 탁월한 수익률을 낳는다."이다. 많은 대가들이 소수 종목에 커다란 지분을 집중투자한다. 필립 피셔는 대개 포트폴리오의 75%를 단 3~4종목으로만 채웠다. 조엘 그린블라트는 펀드의 80%를 8개 미만의 종목에 투자했다. (...)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조차 포트폴리오 집중을 옹호한다. 2억 달러 미만의 비교적 작은 포트폴리오라면 약 80%의 자금을 5개 종목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대신해 투자하는 거라면 한 종목에 최대 40%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데, 아주 드문 경우로 제한할 것이다. 자신의 개인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라면 한 종목에 최대 75%까지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421-422p)

가치투자자로서 투자를 해나가면서, 원칙의 준수와 수익 극대화를 위한 유연한 대처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유연한 대처를 원하는 가치 투자자에게 이론적 근거-더욱이 대가들의-를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특히나 경기민감주 투자 시 내재가치를 고려해서 사고 팔지 말라는 조언은 놀랍기까지 하다.


3. "이 책 한 권이면 초·중급 투자자가 고급 투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 김철광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카페 운영자, 필명 '바람의 숲'
 
수학으로 비유하면 이 책은 '수학의 정석'에 해당한다. ('초과 수익 바이블'이라는 책의 제목이 참 어울린다). '수학의 정석'을 일독하는 방법은 순서대로 읽지 않는 것이다. 순서대로 읽으면 항상 첫 50페이지에만 손때가 탈 확률이 높다. 이 책은 정보와 판단을 논리적 근거로 쌓아가다가 마침내 결론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씌어지지 않았다. 옴니버스식 구성이라 필요한 부분을 필요할 때 발췌해서 읽는 방식이 적합하다. 그러므로 책의 분량에 너무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으리라.


4.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통찰이 가득한 투자 기본서. 27년 이코노미스트도 배울 게 많았다." -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돈의 역사》 저자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추천사에 이렇게 적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에서 355쪽에서 시작되는 '주식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알 수 있는 지표' 부분은 참으로 배울 게 많았다." 27년차 전문가가 배울 내용이 많았다고 적은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에 해당 부분을 집중해서 읽었지만, 초보와 전문가의 차이. 그리고 상향식 투자자와 거시 경제 투자자의 차이만 체감했다. 상향식 주린이 투자자인 나는 해당 내용에는 전혀 접근하지 못했다. 거시 경제에 대한 관심은 현재로서는 후순위라, 이 보물은 다다다음 회독 때쯤 만나기로 기약한다.


5. "사람은 늘 지나고 나서야 현명해진다. 《초과수익 바이블》은 거장들의 현명함을 늦지 않게 전해주는 책이다. 읽고, 공부하고, 실천하면 된다." -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센터장도 추천사를 적었다. 추천사 중 일부를 옮겨본다.
"이 책의 중심은 2부다. 실전 투자자라면 책에서 다룬 주제 하나하나를 직접 적용해보길 권한다. 성장주, 경기민감주, 회생주 등을 어떻게 진단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6장에서 다룬다. 이어 7장에서 매수와 매도를 어떤 기준으로 실행해야 하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실전 투자자라면 이 두 챕터를 읽는 것만으로도 책값을 뽑아낼 수 있다." 


자, 이제 긴 여정의 끝이다. 우리는 이제 막 뷔페를 다 둘러봤다. 세계적 대가들의 요리를,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요리사들의 친절한 안내로 구경한 셈이다. 주린이라면 독서 스터디에서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팀원들과 함께 읽을 것을 권한다. 초, 중급 투자자분들은 위에 인용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가치 투자 대가들의 설명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다. 
이 서평은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씌어진 것이다. 예정보다 조금 늦어졌는데 너그러운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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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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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예능 <연애의 참견>의 고민정 작가가 쓴 에세이다. 아내가 이 예능 프로의 팬이다. 따라서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사랑 때문이라 할 수 있으리라.

미혼 남녀의 연애 이야기가 그득하다. 화자는 여성이다. 젊은이들의 뜨겁고 서투른 사랑맺음 이야기는 이별로 인한 가슴 앓이, 치유를 위한 효율적이지 않은 자가 노력, 새로운 사랑, 그리고 조금은 다른 러브 스토리와 어느 정도는 비슷한 이별 이야기로 되돌아온다.

아무래도 에세이를 읽는 독자인 내가 나이 마흔의 남성이고 기혼이기 때문에, 이 사랑 에세이에 깊이 몰입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어른이 사춘기 아이들의 감성을 바라보듯이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이 화자는 사랑을 이런 관점으로 보는구나. 이 화자의 관점에 사랑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보편적인 관점이 담겨 있는 건가. 그렇다면 혹시 아내의 관점도? 

감수성이 발달한 사람들이 그리는 사랑에는 흔히 두 가지 모습이 있다. 하나는 빈곳이 많은 그 사람의 마음을 내가 채우면서 사랑을 이루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한결같은 그 사람이 나의 마음 빈곳을 채워주며 사랑을 이루는 형태다. 이 둘은 모두 대체로 여성이 그리는 사랑의 서사인데, 이는 달리 말하면 보편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감수성이 발달했다 볼 수 있단 뜻이다.

아내는 연애시절 나와 어떤 사랑의 서사를 그렸을까. 그리고 결혼 10년차가 된 지금 그 서사는 아내의 마음에서 어떤 빛깔을 띄고 있을까. 평소에는 공들여 생각하기 어려운 이런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떠올리게 됐다. 연애 이야기란 이렇듯 나이 마흔의 중년 아저씨에게조차 소용이 있다.

누군가를 푹 사랑할 때 우리는 여러 질병을 앓게 되는데, 이를테면 시도때도 없이 보고싶다거나, 그동안은 굳이 누군가와 나누지 않았던 사소한 감정들까지도 함께 하고 싶다거나, 당신이 없었던 그동안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었다고 착각을 한다거나, 그대가 없다면 난 당장이라도 끝장날 것 같은 이 절박함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사랑의 증거라고 믿는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질병 중에도 딱 하나 좋은 질병이 있으니, 그건 바로 '네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질병이다.

상대의 웃음을 내가 얼마나 진정으로 원하는지 알게 되면, 마찬가지로 상대 또한 나처럼 나의 웃음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내가 행복해질 필요가 있구나, 깨닫는 그때야말로 사랑이 감수성이 발달한 한 사람을 새롭게 태어나게 만드는 순간이다.

아내와 나는 몇 년 전 가훈을 만들었다. '시트콤처럼 살자'다. 함께 웃자.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도달한 사랑의 형태다.

헌데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의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분명 아내와 나는 현재 같은 사랑의 결론을 가지고 있지만 위에 적은 맥락은 순전히 나의 것이다. 달리 말하면 아내가 결론에 다다르게 된 맥락에 대해서 내가 쓴 글은 아무런 내용도 담고 있지 못하다. 허면 아내의 맥락은 무엇일까.

어쩌면 기혼의 사랑이란 이 간격을 알아차리고 그리하여 아내에게 묻는 것이 아닐까. 당신의 맥락이 궁금하다고. 치맥 한잔 하자고.

결혼생활 10년차쯤 되면, 사랑보다도 인생이란 게 별 거 아니다 싶은 순간을 겪을 때가 온다. 별 거 아닌 인생에, 별 거 아닌 우리가 만나, 별 거 아닌 순간들을 지지고 볶다 간다. (물론 볶음 중에는 우리에게서 발생한 후손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힘든 사랑스러운 두 딸도 있긴 하다) 사랑이 웃음처럼 일상에 녹아들어서 참 별 거 아니게 되었을 때, 그때가 우리에겐 딱 좋은 것 같다. 여성들이 몸서리치는 비유를 들자면, 이것이야말로 연애를 제대한 이들의 사랑인 거다. (그러니 이제 갓 입대한 미혼의 젊은이들은 당면한 전투같은 사랑을 그저 뜨겁게 하시길)

전투같은 사랑을 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읽으면서 정말 우리들의 이야기야, 공감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결말에는 작은 반전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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