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투자의 비밀
김도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앞단 지은이의 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와 투자의 본질을 쉽게 풀어내보자'는 목표에서 출발했습니다. (7p)
이 책은 자본주의의 본질과 핵심 원리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투자, 그중에서도 특히 '어떻게 하면 주식투자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8p)
'선병자의'라는 말이 있듯 특히 저같이 평범한 사람이 주식시장에 입문해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과 그 속에서 느꼈던 작은 깨달음들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습니다. (9-10p)

그리고 책의 뒷단 에필로그 바로 직전에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인식의 포로였고 기억의 노예였다. 그 인식과 기억은 얼마나 자기 중심적이고 또 왜곡된 것이었는지. 중간에 몇 가지 작은 깨달음들이 있었겠으나, 그것이 진정 가슴에 자리 잡아 나의 것이 되지는 못했다. 한마디로 나의 인간적인 약점들을 극복하지 못했다. 종목에 대한 연구는 나름 열심히 했지만, 수양이 부족했고 이를 실천할 확신과 의지가 부족했다.
서문에서도 이미 말한 바가 있지만, 이 책은 스스로의 반성문이자 앞으로의 투자에 있어 자경문이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은 그 누구보다도 필자 자신을 위한 것이다. (266p)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내 솔직한 심정은 이렇다. 저자가 책을 쓴 최초의 의도는 진실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가 책을 마무리하며 밝힌 소회도 역시 진실이라 생각한다. 

본격적인 서평을 작성하기에 앞서 '용기의 역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행위를 우리는 용기있다 칭송하지만, 무관심이 아니라 칭송을 얻기 위해서는 사실 '커다란 업적'이 필요하다. 그 업적이 현재에 있을 때에만 칭송은 부여된다. 가이 스파이어의 경우다. 업적을 상실하여 현재는 빈손이 된 거인의 실패 이야기는 가장 성공한 경우에도 독자에게 커다란 교훈과 저자에 대한 안쓰러움을 남길뿐이다. 결코 칭송은 부여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인정받는 용기란 결국 성공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만의 특권인 셈이다.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본인의 실패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지만, 그 실패의 자세한 내용은 책에 담겨 있지 않다. 개인투자자가 아니라 투자자문사의 임원이었던 저자의 입장을 생각할 때 이는 인간적인 선택이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재무 전공 석사 학위를 받았다. LG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을 거쳐 2009년 에셋디자인 투자자문에 창립 멤버로 입사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답게 1부 '자본주의와 부의 본질에 대하여'에서는 자본주의와 거시 경제에 대한 맥을 알기 쉽게 짚어준다. 

예를 들면, 경기 침체 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건(저금리) 통화량을 늘려서 시중에 돈의 양을 늘리고 이를 통해 디플레이션을 방어해서, 소비, 투자, 소득 증대의 선순환을 다시 만들어내고자 하는 정책이다. 헌데 현재와 같은 신용화폐 시스템에서 돈은 결국 대출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은 경제 전체의 부채를 늘린다. 부채의 증대는 각 경제주체의 신뢰 범위 한도 내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각 경제주체가 부채의 규모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그리스 디폴트,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등의 예처럼) 경제 시스템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프린스턴 경제연구소의 전 대표인 마틴 암스트롱에 의하면 (신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늘어난 국가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뿐이다. 디폴트 선언, 인플레이션, 구조조정. 

책을 읽고 나서, 투자 계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왜 그렇게 많이 회자되는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월급이 오르면 기뻐하고, 물가가 떨어져도 월급이 내리면 불만을 갖게 된다. 그래서 디플레이션은 정치적으로 죽음이다." - 세일러 (92p)

인플레이션은 정책자의 지위 안정성을 담보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자산가와 비자산가의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부의 불평등의 심화는 그 사회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키운다. 자본주의는 비효율적인 경쟁자를 낙오시키고 효율적인 경쟁자에게 자본을 몰아서 배분함으로써 발달한다. 반면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인 경쟁자가 다수일 때, 이들을 도태시키는 게 아니라 이들을 포용하는 사회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인류의 번영이라고 전제한다. 정부는 정치의 수장이자 경제의 수장으로서 이 모순된 두 요구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이라는 모순된 두 요구를 추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시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알기 쉽게 씌어져 있어서, 나같은 주린이도 지식을 정리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1부가 갖는 강점이다.

2부에서는 주식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는데, 가치투자자로서는 상당히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우리의 투자 스타일은 한마디로 '매크로 헤지 전략적 가치투자'다. 그 뜻은 '거시 경제의 동향을 잘 살펴서 투자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의미이고, 투자는 큰 틀에서 가치투자의 범주 안에서 행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거시 경제 동향을 읽고 투자비중을 조절한다'는 것은 시장을 전망해보겠다는 도전이다. (152-153p)

전 세계 금융시장은 주식시장 외에도 채권, 부동산 그리고 외환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속적인 수익을 거두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이의 공통된 소망이기에, 시기에 맞게 그에 맞는 시장을 선택하거나 투자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면 수익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57p)

책의 내용을 다시 숙고해보아도, 저자의 언급은 돈의 흐름을 따라 돈이 이동하는 투자 시장으로-그것이 부동산이든 채권이든 주식이든 심지어 외환시장이든- 유연하게 투자금액을 이동시켜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 방식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매크로 헤지 전략적 가치투자'라는 처음 듣는 용어도 그렇게 탄생된 것 같다. 주식 가치투자에 입문한 지 6개월 차된 주린이인 나로서는 당황스런 대목이었다. 

'아, 모든 투자 책이 주식의 가치투자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구나.'
가치투자연구소 카페에서 서평 이벤트를 신청한 책이었기에, 나는 당연히 주식의 가치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인지편향의 오류에 빠졌던 셈이다. 인식이란 이토록 틀리기 쉽다는 것을 책을 통하여 이렇게 또 한번 배우게 된다. 자, 이를 감안하고서 저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살펴보자.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좋은 주식을 싸게 사서 수익을 거두려는 행위'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가가 오르려면 내가 산 가격보다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사는 주식은, 내 눈에 좋은 주식이 아니라 남이 보기에 좋은 주식이어야 한다.

주식투자가 아니라 '주식장사'로 보는 순간, 주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 중심에서 대중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이제 마음속으로 외쳐보자. '아, 내일부터 주식장사를 해볼까?'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의 계좌에 진열되어 있는 주식들의 성격이 바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주식에서, 남들이 좋아할 만한 주식으로!
(176-177p)

가치투자자로서는 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기왕지사 책을 읽었으니 이 언급을 지적 양분으로 소화해보자. 자, 저자는 어떠한 맥락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일까. 아래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모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확신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오류'는 나심 탈렙의 책 『블랙스완』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다.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218-219p)

나는 인식의 포로였고 기억의 노예였다. 그 인식과 기억은 얼마나 자기 중심적이고 또 왜곡된 것이었는지. 중간에 몇 가지 작은 깨달음들이 있었겠으나, 그것이 진정 가슴에 자리 잡아 나의 것이 되지는 못했다. 한마디로 나의 인간적인 약점들을 극복하지 못했다. 종목에 대한 연구는 나름 열심히 했지만, 수양이 부족했고 이를 실천할 확신과 의지가 부족했다. (266p)

똑똑한 사람이나 성공을 거듭한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 내 생각이 틀렸다고 볼 만한 상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생각이 맞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나의 관점이 아니라 남의 관점에서 투자대상을 바라보았더라면 그 함정을 피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저자의 자기반성이 느껴진다. 주식투자를 주식장사로 바꾸어서 생각해보라는 저자의 말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적인 자기만의 관점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한 관점으로 투자대상을 검토해보라는 의미로 읽을 때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주이고, 무엇이 부인가의 관점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주부가 전도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한편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실용적 지식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질수록 정부소비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따라서 정부 예산 계획을 보면 향후 성장 동력을 갖출 산업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아래는 책의 202p의 <표 2-2>와 204p의 <표 2-3>을 그대로 혹은 개량하여 옮겨 적은 것이다.


    - 정부의 예산 계획과 그 의미에 대해서는 네이버 검색으로 다양한 블로거의 글을 살펴보아도 좋으리라



저자는 '자본주의와 투자의 본질'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등의 주제로 집필과 강연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거시 경제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다른 책에서보다 쏙쏙 머릿속에 들어왔던 나로서는 저자의 앞길을 응원하게 된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행운이 깃들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