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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 동심으로의 초대 어른을 위한 동화
이세벽 지음, 홍원표 그림 / 굿북(GoodBook)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인간은 왜 사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등 삶과 존재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유를 묻는다면 내가 아직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사춘기 때에나 고민할 법한 문제로 씨름하고 있는 나에게 친구들은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그런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 산다고 핀잔을 주곤 한다. 그렇다면 내 고민은 현실성 없는 소모적인 생각에 불과한 것일까.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의 이야기는 소설 속 '나'의 산다는 게 뭐냐(p26)는 물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작고 여린 풀에 지나지 않은 '나'는 주위의 크고 강한 풀들 사이에서 사는 게 힘겹다고 느낀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숨 쉬는 게 고통스럽다고 느낀다. 그래서 편안하고 따뜻했던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목소리는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으로, 작고 어린 풀이 홀로 터득하기에 어려운 세상의 이치에 대해 알려주고 어리석은 생각을 일깨워 주며 살아가면서 찾아야 하는 의미에 대해서 말해준다. 바람과 햇볕이 무서워 고개를 들지 못하던 '나'는 목소리의 도움을 받아 세상 밖으로 나가보기로 결심한다.
작고 어린 풀은 햇볕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고통대신 행복을 얻었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던 '나'는 하늘이 아닌 땅으로만 자라는 몸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그 때 또 다시 들려온 목소리로부터 '나'는 '나무'이며 언젠가는 하늘 가까이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원하는 무엇이 될 수 있다는 말, 바로 목표와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나무가 되는 방법은 모르지만 꿈을 가지게 되었기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동화는 지은이가 '한 몸이 된 등나무'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나가 아닌 둘이어야만 땅에서 일어 설 수 있고 그래야만이 꽃을 피울 수 있는 '등나무'를 소재로 만들어진 동화로, 힘들고 지쳐도 꿈을 키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등나무 새싹이 주인공이다. 등나무는 나무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영원히 함께 할 짝을 만나야 한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여유롭고 희망찬 존재로 변화하기 위해서 하나가 아닌 둘이어야 하는 것은 비단 등나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 하나 제외되는 법 없이 이 세상 모든 생명에게 골고루 해당된다. 하지만 둘이 되는 게 어쩌면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 더 어려울 지도 모른다. 더 인내해야 하고 더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이 함께 있을 때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삶을 더욱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임을 이 동화는 말해 주고 있다.
나는 책읽기를 즐긴다. 특히 소설 분야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남녀의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 보다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설 속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은 사랑하는 방법과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을 동시에 알려준다. 지은이는 삶의 의미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삶과 사랑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살기 위해 사랑하고 사랑하기 위해 살아간다고 말한다.
내가 찾고자 하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어디서 찾으려고 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또렷해지는 하나가 있었다. 바로 내 문제는 사랑과 삶을 하나로 보지 않았던 것, 사랑과 삶을 따로 보는 관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사랑과 삶은 하나일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을 나는 왜 여태껏 몰랐을까. 얇은 책 한 권이 아주 오랜 시간 갖고 있던 생각 자체를 바꾸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분 그리고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