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와 산다 -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최민경 지음 / 현문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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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 난다’는 말이 있다.  《나는 할머니와 산다(2009.7.28. 현문미디어)》를 읽고 난 후 슬며시 이 말이 떠올라 ‘혹시 털 난건 아니겠지’ 살짝 걱정했더랬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지 않는가.  나는 웃다가, 울다가, 그렇게 이 소설을 읽었다는 말이다.  이 소설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5천만 원 고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란 타이틀이었다.  5천만 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기에 그러했고, 어떤 상이든지 수상작이라고 하면 왠지 부럽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올라와서 그러했다.




이 책의 발상은 재미있다.  지난 달 돌아가신 할머니의 영혼이 주인공 은재에게 들어와서, 은재가 할머니처럼 말하고 행동한다는 게 이야기의 아우트라인이다.  하지만 할머니가 은재에게 다시 돌아온 이유는 슬픈 사연이 있어서였다.  처음에는 할머니의 식성대로 먹게 되는 은재, 자기 의도와는 다른 말이 불쑥 튀어나와 난감한 은재의 모습 등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자꾸 자신이 이상하게 되어 가는 게 걱정스러웠던 은재는 어쩔 수 없이 할머니의 존재를 인정하고 할머니를 도와드리기로 결정한다.  할머니가 은재에게서 떠나지 못하시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사람을 찾기 위해서다.




《나는 할머니와 산다》에서는 가정과 학교를 넘나들며 은재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할머니 때문에 곤혹을 치르는 은재, 친구들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은재의 모습도 이 중에서 하나에 속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입양 가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른 가족들이 몰랐던 할머니의 숨겨진 사연과 연결되면서 은재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깨우치면서 해결해나가는 의젓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 소설을 4시간 만에 읽었다.  그것도 중간에 일어나지도 않고 단 한 번에.  그만큼 흡입력이 높은 소설이다.  그리고 가슴 찡하고 뭉클한 감동과 재미있는 웃음이 있는 소설이다.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가족이 많아지는 현재 그리고 왕따가 기승을 부리는 현재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진정한 친구의 의미는 무엇인지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생각할 거리들을 이 소설에서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재미있고 거기다 긍정적인 의미까지 찾을 수 있는 굉장한 책이다.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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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꽃목걸이
소말리 맘 지음, 정아름 옮김 / 퍼플레인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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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전체 내용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아마도 ‘강간’이 아닐 듯싶다.  ‘강간’이란 폭행 또는 협박 따위의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성폭행은 인간의 존재감이나 인격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서운 사건이다.  더욱이 나이가 어릴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육체적 충격은 엄청나다.  피해자는 평생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트라우마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몫은 오로지 피해자 자신의 것 일뿐 우리 사회는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다.  이 책 《다시 찾은 꽃목걸이(2009.9.25. 퍼플레인)》는 우리에게 관심을 호소한다.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런 삶을 살아하는 어린 소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그리고 소녀들에게 잃어버린 꿈을 함께 찾아주자고 손을 내민다. 




십대 소녀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사건, 십대 소녀들이 성매매 현장에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은 어느 나라에서건 큰 문제로 인식된다.  그러나 ‘십대 소녀들의 성매매 문제와 성폭행 문제’를 산적해있는 다른 문제들 보다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그 심각성을 절감하는 사람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해진다.  내 주위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이 책은 캄보디아의 어린 소녀들이 처한 현실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단지 캄보디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인 ‘소말리 맘’은 캄보디아 태생이며 창녀 출신으로 현재는 아동 및 여성 쉼터인 「아페십」 리더로 활동 중인 여성 인권운동가이다.  이 책을 통해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캄보디아의 십대 소녀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알 수 있고, 둘째, 「아페십」활동을 펼쳐나가는데 얼마나 큰 장벽들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소말리 맘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그녀의 비참했던 어린 시절, 공포를 느꼈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두려움 앞에서도 「아페십」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가장 감추고 싶은 부분, 가장 치욕스런 부문을 공개하면서 절망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캄보디아에서는 매춘사업이 점점 거대화 되어간다고 한다.  동정인 어린 소녀와 관계를 가지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믿음은 어디서부터 기인한 것일까 궁금해진다.  아페십에 오는 아이들 중 열 살 미만의 아이들도 있다는 말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부모는 어린 아이를 매춘업소에 팔고, 매춘업자는 어린 아이를 납치하거나 사거나 하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기 힘들 지경이다. 




이런 불행한 사건을 접하면 사람들은 대개 정말 안 된 일이라며 쯧쯧쯧 혀를 찬다.  그리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사실 조금만 눈길을 돌려보면 우리 주위에서도 「아페십」과 같은 쉼터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단지 관심이 없을 뿐이다.  불쌍하다고 혀만 찰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이 사회에서 밝은 희망만을 바라보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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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자란다 - 아라이 연작 소설
아라이 지음, 양춘희 외 옮김 / 아우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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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이’는 티베트 출신의 작가이다.  소설 《소년은 자란다(2009.9.15. 아우라)》가 소개될 때마다 저자 아라이가 ‘중국 소수민족 작가’ 중 한 명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는 아라이의 소설이 티베트의 모습을 담고 있기에 강조되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는 알지 못하는 티베트인들의 삶을 담고 있기에 더욱 더 강조되는 것이리라.




‘티베트’하면 독립을 원하는 시위를 벌이는 티베트인들을 중국 군인들이 강제 진압한 사건이 맨 처음 떠오른다.  그리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라 불리고 티베트의 독립을 위해 비폭력 운동을 펼치고 있는 달라이라마가 떠오른다.  내가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으로 저자가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티베트를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소년은 자란다》를 읽은 후 그런 걱정은 괜한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소설은 국경도 초월하고, 나이도 초월할 만큼 커다란 힘을 갖고 있음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 《소년은 자란다》는 열세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열세 편 중 표제작이 「소년은 자란다」이며, 작품의 배경은 티베트인들이 모여 사는 지촌마을이고 등장인물은 소박하고 순수한 티베트인들이다.




「활불과 박사친구」에서는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변치 않는 우정을 보여주며, 「마지막 마부」에서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해 버린 마차와 마부의 이야기를, 「라마승 단바」에서는 중국의 불교 억압 정책으로 환속했다가 세속에 물들지 않고 다시 라마승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등 열세 편의 이야기에서는 티베트인들이 변화 속에서도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는 표제작인 「소년은 자란다」와 「스스로 팔려간 소녀」이다.  이유는 이 두 편이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애처롭고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비통함도 느끼도록 하기 때문이다. 




《소년은 자란다》는 소설이기에 허구라고 말해야겠지만, 저자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고향인 티베트를 보여 주고 싶었다는 마음을 보여주므로, 열세 편의 이야기는 티베트 사회가 겪고 있는 일면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쳐 진실성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잘 모른다고 생각했던 티베트가 이 소설로 인하여 부쩍 가깝게 느껴진다.  소설의 힘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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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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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2009.9.15. 창비)》는 잡지기자로 활동하다가 요리에 흥미를 느껴 요리와 와인 공부를 위해 이딸리아로 유학을 떠난 저자의 이력이 호기심을 발동시켜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유학을 떠난 시점이 30대였다는 사실이 현재 30대를 살고 있는 ‘나’ 그리고 이직을 간절히 원하지만 행동하지 못하는 ‘나’에게 자극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되어 읽게 되었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는 이딸리아에서도 시골인 씨칠리아의 식당 ‘파또리아 델레 또리’에서 저자가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경험했던 일화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당연히 이야기의 배경은 주방이고, 시장이며, 등장인물로는 다양하고 요란한 제스처로 감정을 표현하는 씨칠리아 사람들이다.  저자는 주방에서의 각종 실수담으로부터 시작해서 이딸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을 소개하고, 이딸리아의 음식과 우리나라 음식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들을 설명한다.  특히 우리나라 식습관과 신기할 정도로 꼭 닮아있는 이딸리아 식습관 문화가 흥미로웠고, 요리에서 마늘을 쓰는 법의 차이점이 신기했으며, 돼지고기와 참치의 좋아하는 부위가 다른 점을 보면서 언젠가 씨칠리아에 가서 싸고 맛있는 먹을거리를 시식한다면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딸리아와 우리나라가 같지만 다른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이딸리아, 그리고 씨칠리아가 가깝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는 ‘파또리아 델레 또리’의 주방장 쥬제뻬의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식재료를 구입하고 다듬고 요리하는 과정에서 요리사들을 닦달하는 쥬제뻬의 모습은 괴팍한 상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요리사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한 그릇의 요리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통제하고 감시하는 관찰자여야 한다.(p138)는 「요리에 대한 철학」과 음식에 쓸 재료는 오랫동안 씨칠리아 땅에서 재배하고 기르던(p123) 것과 자기가 직접 재배나 사육, 사냥에 관여한 걸 최고로 치는(p233) 「먹을거리에 대한 신념」에서 기인하였기에, 그가 얼마나 요리에 정성을 쏟는지, 요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주방장 쥬제뻬는 자신만의 요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이딸리아 고급식당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요리하는 그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쥬제뻬를 저자가 얼마나 존경하는지 그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는 부록으로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이딸리아 요리법’이 담긴 DVD를 제공한다.  이딸리아 요리는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 물론, 우리나라 요리도 내게는 굉장히 어렵지만 - 어쩌면 나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책을 읽고 요리에도 철학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떤 일을 하든지 프로 정신으로 임해야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진정한 프로 쥬제뻬를 알게 돼서 기쁘고, 저자의 발랄하고 유쾌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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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1 러브크래프트 전집 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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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문학의 아버지로 불린다는 『러브크래프트』는 처음 접하는 작가이다.  공포 문학을 좋아하고 관심도 갖고 있었기에 러브크래프트가 어떤 작가이며, 어떤 작품을 썼는지 궁금해서 읽게 된 이 책 《러브크래프트 전집(2009.8.14. 황금가지)》은 1, 2권으로 분철하여 총 20편의 작품을 공개한다.  우선 러브크래프트를 소개하는 것으로 두 권의 책은 시작한다.  러브크래프트를 제대로 알고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에는 작가에 대한 소개 글이 미비한 수준이어서 약간의 궁금증은 해소할 수 있지만, 작가에 대해 알고 싶다는 호기심은 더욱 더 커진다.




뛰어난 예술가나 과학자 등이 생존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것과 같이 러브크래프트 역시 살아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했나 보다.  그의 작품은 사후 재평가되어 공포 문학의 아버지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작가의 삶이 행복 보다는 불행에 더 가까웠다는 정보는 왠지 그의 작품들이 더 으스스하다는 느낌에 빠지도록 만든다.




러브크래프트는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라 말했다고 한다.  인류는 그동안 처음 보는 공포의 대상을 얼마나 많이 창조해냈는지 떠올려 본다면, 이 모든 공포의 시초는 러브크래프트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만큼 그가 창조해 낸 ‘데이곤’, ‘니알라토텝’, ‘크툴루’등은 실물을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공포의 대상이기에 그러하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가 원했던 것이 바로 대상이 없는 공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어둠이 두려운 건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는 것으로부터 기인하며, 그것은 또한 어떤 대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이다. 




《러브크래프트 전집》1권과 2권은 「러브크래프트의 생애와 문학」 그리고 「러브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두 권의 책을 끝맺는다.  이 두 권으로 나는 러브크래프트를 알게 되었고 그의 세계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앞으로 그의 또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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