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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읽는다.
책장을 넘겨 눈에 들어온 첫 문장이 가슴에 콱 박혔다.
책여행은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산책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며 ‘여행자’로서만이 아니라 삶을 가꾸는 ‘창조자’로 살아보는 일이다. 사실이건 몽상이건 이런 여행을 통해 세계와 좀 더 가까워진다면, 다른 삶을 보면서 내가 되고 싶은 존재에 근접해간다면, 세상에 이만한 여행은 없다.
맞아, 이것이 바로 내가 꿈꾸던 여행이란 말이야!!!!
‘여행에세이’로 분류되는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떠나지 못하고 발목잡혀있는 현실의 시간에서 잠시나마 탈출하기 위해서다. 지은이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책 속 세상을 나만의 시각으로 보고 듣고 느낀다고 상상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오롯한 나 자신의 책으로 그리고 나만의 추억으로 간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두 다리를 움직여서 멀리 가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책 속으로의 여행 아니 책과의 여행이 있기에 삶은 언제나 달콤하고 짜릿하다.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의 저자이며, 정기구독 중인 〈좋은 생각〉에서 매달 ‘간이역 이야기’를 들려주는 박 준 작가의 신작 《책여행책(2010.10.5. 웅진윙스)》은 나의 이런 생각에 ‘정답입니다’라는 글이 새겨진 도장을 쾅!!!하고 찍어주는 것만 같았다. 박 준 작가가 들려주는 책으로 떠나는 여행 혹은 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어떤 느낌일까, 설렘을 가득 안고 《책여행책》을 읽기 시작했다.
‘휴가 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 일주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달린 《책여행책》은 책을 통해 온 세상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여행’과 ‘여행책’으로 구분하였으며, ‘책여행’이란 소제목으로는 16권의 책을 소개하고 ‘여행책’이란 소제목으로 13곳의 도시와 그곳을 추억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무척 혼란스러웠다. 미국 북동부 케이프코드 끝자락에 위치한 프로빈스타운에 직접 다녀온 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의 코로도바에서 칠레, 페루, 콜롬비아를 거쳐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 이르기까지, 청년 체 게바라가 떠났던 그 길을 다녀온 뒤 이 글을 쓴 건 아닐까? 샌프란시스코, 몽골의 아르항가이 초원, 산티아고 순례길, 알래스카 등 책 속에서 소개하는 책여행의 이야기는 직접 여행 한 후 쓴 게 아니라 ‘책’을 읽고 쓴 것이라면 이토록 실감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 생각났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소개하는 그 곳이 온전히 나만의 여행지가 되어버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떠오를 게 뭐람. 괜히 책을 읽는 내내 아무 죄도 없는 박 준 작가를 의심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이 책을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읽는다』라는 짧고 강력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책과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비해서 푹신하고 안락한 의자에 몸을 기울이면 여행 준비 끝!! 이보다 더 매력적인 여행이 있을까. 이제부터는 떠나고 싶을 때, 읽을 책을 준비해 보는 게 어떨까. 책을 통해 온 세상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