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회사에서의 생활이다.  회사에서의 업무 처리로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흘려보내고 업무의 과중이 심할 때는 집에 와서도 줄곧 일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어느 때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한가로운 저녁 시간을 보낼 때도 있지만, 또 어느 때는 나만의 시간을 갖거나 개인적인 생각은 해보지도 못하고 일주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때도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젊은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보내지만, 가끔은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을 상상하면 끔찍하게도 싫은 벌레가 내 눈앞에 기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몸서리쳐진다.




영화로 먼저 만난 작품의 느낌을 이야기한 지인의 말을 듣고 읽기 시작한 이 소설 《남아 있는 나날(2010.9.17. 민음사)》의 전체적인 느낌은 황혼이 저물어갈 무렵, 그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광경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탄생과 죽음, 이별과 만남 등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듯이 인생이란 녀석은 웃음과 눈물, 만족과 후회 등의 감정들을 모두 겪어내고서야 일종의 깨달음과도 같은 삶의 의미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찾게 되는 시기는 내 인생의 황혼녘이 될지도 모른다는 슬픔 예감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달링턴 홀의 집사로 평생을 살아온 스티븐스에게 달링턴 홀을 인수한 새로운 주인, 미국 신사 패러데이가 6일간의 여행을 권유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집사의 직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뼛속까지 집사인 이 소설의 주인공 스티븐스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소설은 여행 중인 현재와 집사로서의 삶에 충실했던 과거를 교차시키면서 보여주는 것으로 진행된다.




뒤돌아보면 누구에겐들 후회되지 않는 삶의 일부분이 있을까마는, 스티븐스의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수긍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섰다.  이해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달려 온 걸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는 모두 잃은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걸까?  씁쓸해진다.




그러나 여행의 끝 무렵 달링턴 홀의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는 스티븐스의 모습에서 지나간 과거보다 남아 있는 나날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깨닫게 된다.  힘들고 어려워도 살아볼만한 이유가 바로 미래가 있다는 말을 저자는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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