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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야 고백하지만 대통령 노무현은 내게 특별한 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내가 지지한 첫 대통령 당선자였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는 노무현 대통령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래서 그 분이 검찰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많이 실망했고, 더 이상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는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기에 그 분이 떠나셨다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판단할 수 없었다. 벌써 1년하고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나는 이제 그 분을 책으로 만나 뵙고 있다.
《운명이다(2010.4.26. 돌베개)》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이해 고인이 남긴 저서, 미발표원고, 메모, 편지 등과 각종 인터뷰 및 구술 기록을 토대로 출생부터 서거까지를 일목요연하게 시간 순으로 정리한 책이다. 이 자서전은 총 4부로 나뉜다. 「1부 출세」에서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부산상고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판사, 변호사로 활동했던 때의 이야기를 담았다. 「2부 꿈」에서는 부림 사건을 맡으면서 인권변호사, 민주화운동가로 변신하기까지의 이야기와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이 되고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았고, 「3부 권력의 정상에서」는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승리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부터 대통령 재임기간의 일을 담고 있다. 「4부 작별」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가 새로운 꿈을 꾸면서 시도했던 많은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접어야만 했던 꿈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다.
나는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오기 전까지의 경력은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귀동냥으로 들어 전혀 모르는 수준을 벗어나 있을 뿐이었다. 이 자서전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그리고 정치에 입문해서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 분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강해졌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대통령의 언어 습관도 꼬투리 잡히기 일쑤였고,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과거의 우리 사회를 보았을 때 언감생심 감히 누구를 탄핵한다고 나설 수나 있었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시기에도 퇴임 이후에도 마음고생이 심했으리라고 짐작해 본다.
2009년 5월 23일, 해가 떠오르는 시각, 한 남자가 몸을 던져 바위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 남자는 한 때 꿈 많은 청년이었고, 꿈꾸는 정치인이었으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던 대통령이었다. 그 남자는 꾸던 꿈을 접었고 좌절을 맞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남자였다. 운명을 받아들인 남자가 떠난 후 많은 사람들은 그의 꺾여 버린 꿈을 알기라도 하는 듯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오열을 했다. 살아생전 그에게 이런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운명이다》는 인권변호사, 민주화운동가, 정치인, 장관, 대통령으로 활동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겪었던 많은 고민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오해는 벗게 도울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해는 더하게 도울 것이라 예상한다. 이 땅에 와서 살다간 한 사람으로서 생의 마지막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하는 비극으로 마감되었다는 점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지만, 살아생전 최선을 다해 꿈을 향해 매진했음을 알았기에 가는 마지막 길이 슬프지만은 않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꿈 많았던 한 청년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