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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요일 아침, 따뜻한 차 한 잔을 만들어서 책상위에 올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메일을 확인하고 블로그에 올릴 글을 작성하는 이 시간은 참으로 편안하다. 하지만 내가 안락한 시간을 누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디선가는 총성이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전쟁터에서 고통 받을 사람들을 떠올리면 내가 지금 마시는 커피 한 잔, 책상위에 올려져있는 읽다 만 책 등등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사치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는 단연 ‘리비아’다. 리비아 사태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매일 매시간 전해지고 있으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리비아뿐만 아니라 중동 산유국들의 잇단 정세 불안으로 석유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으니 이 또한 국제 경제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비아 사태는 1969년 쿠데타 성공으로 권력을 잡은 후 지금까지 42년 동안 최고 권력을 누리고 있는 카다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시작되었다. 반카다피 세력이 늘어나면서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으로 양상이 확산되자 국제연합(UN)의 ‘국민보호책임’을 앞세워 다국적군이 개입하였다. 다국적군 개입은 찬성과 반대 입장의 목소리가 대립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민간인 피해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리비아에서의 군사작전이 장기화될 것을 예측하는 기사를 며칠 전 읽었는데, 불행하게도 리비아에서의 전쟁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김영미 세계 분쟁 지역 전문 PD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분쟁의 진실’이란 부제가 붙은 《세계는 왜 싸우는가?(2011.3.3. 추수밭)》를 읽으면서 나는 그들에게 ‘왜’냐는 질문대신 ‘무엇’때문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후계자 문제로 싸우고 있는 이슬람 종파, 명예살인이란 명목아래 아내와 딸, 여동생을 죽이는 이슬람 남자들 등 그들의 행동은 그들만의 믿음과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소모적이고 무모해 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구촌이라는 세계에서 한 사람의 고통과 희생은 한정적으로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에서는 내전과 전쟁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을 시작으로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동티모르,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등의 분쟁지역의 실상을 이야기한다. ‘검은 미망인’으로 불리는 체첸 분쟁의 미망인, “아빠처럼 해적이 될래요.”라고 말하는 소말리아의 어린이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지역에서 자살폭탄테러에 나서는 청소년들 등 저자가 발로 뛰며 취재한 전쟁의 진실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지구촌에서 총성이 들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전쟁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들도 두 손을 맞잡고 미소 짖는 미래를 꿈꾸지 않고서는 이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세계 평화가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