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우울 - 김영찬 비평집
김영찬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책머리에서 ‘딴에는 한국소설의 현장 한가운데에서 문학의 안팎을 둘러보고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자 했던 나름의 비평적 숙고의 결과다(p5)’라고 책의 성격을 밝히는 《비평의 우울(2011.2.25. 문예중앙)》은 변화의 시기를 맞은 2000년대 한국소설을 조명한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자면 해외소설을 즐겨 읽다가 한국소설을 읽기 시작한지 몇 년 되지 않았고, 우리나라 소설가 중 좋아하는 작가를 가슴에 품은 시기 또한 오래지 않았기에 그동안 한국소설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게다가 애석하게도 책에서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작품 중에서 내게 친숙한 작가는 김훈 작가와 천명관 작가뿐이었기에 더더욱 이 책에서 거론하는 한국소설에 대한 비평이 내게는 낯설었다고 하겠다. 그래서 비평서 입문자인 내게는 이 책이 넘기 힘든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비평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국소설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글로 책을 연다. 문학이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급변하는 정치와 경제의 사회 이슈들과 절대로 무관할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겪었던 변화의 바람이 문학에도 옮겨 붙었고 이로 인하여 과거와 다른 문학적 특징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김훈 소설을 시작으로 2000년대 한국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비평이라고 하는 도마 위에 올랐다. 도마 위에 오른 현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소설은 우울이란 칼로 조각으로 썰린다.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무엇이 더 좋고 나쁜가를 고르기 어려운 것과 같이 현 시점을 대표하는 문학을 과거의 문학과 비교했을 때 좋은 점과 나쁜 점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단지 그 차이를 확인해볼 뿐이다.


‘소설은 결국 실패의 기록이며 그 실패를 음미하는 우울의 고백이다. (...) 루카치를 빌리자면, 날 때부터 소설은 잃어버린 의미를 찾아 헤매는, 하나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불행한 의식의 모험이었다. ‘의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소설은 그것을 차마 떠나보내지 못한다. 그리고 그 의미의 결여와 상실을, 소설은 제 몸으로 앓는다. 우울이란 바로 그런 증상의 이름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울은 소설의 존재를 떠받치는 불가피한 증상이다.p6‘


책을 받아들고선 제일 먼저 든 의문이 바로 ‘우울’이란 단어였다. 비평과 함께 쓰인 우울이란 단어가 과연 자연스러운지를 놓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이 위 문장이다. 여기서 저자가 바라보는 한국소설, 통틀어 한국문학의 관점이 묻어난다. 그리고 우울이란 단어가 얼마만큼 한국소설과 잘 어울리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첫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아직 읽지 못한 한국소설이 많기에 《비평의 우울》을 읽으면서 난감할 때가 많았다. 작품을 알아야만 글(저자의 비평)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평이란 낯선 분야의 첫 도전이 힘겹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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