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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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읽은 후 느낌을 기록하는 서평이란 작업을 몇 년 동안 계속 해 오면서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져갔다.  또한 서평은 타인에게 읽히는 글이기 때문에 어떤 글을 써야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 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깊어져갔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조언은 유심히 보게 된다.  그 중 언제나 기억하고 실천하려고 하는 글쓰기 노하우가 있는데, 특히 “글 첫머리는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는 문장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글 첫머리는 읽고 싶은 욕구를 자극시켜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7년의 밤(2011.3.30. 은행나무)》은 이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글이다.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2004년 9월 12일 밤, 즉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밤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작품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된다.  저자 정유정의 문체는 읽는 사람의 정신을 마비시켜 소설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소설은 살인마 최현수의 아들 서원과 그의 룸메이트 승환이 등대마을에서 지내는 현재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재의 시간은 등대마을까지 쫓겨 온 과거의 시간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는 것과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열두 살 서원은 아버지가 세령봉 사이에 있는 세령댐의 보안팀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세령마을로 온다.  그리고 서원은 보안팀에서 일하고 있는 승환과 룸메이트가 된다.  서원이 세령마을에서 살았던 시간은 단 2주, 2주 동안 쫓고 쫓기는 추격이 숨 막히게 만든다.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얼마나 나약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끝없는 잔혹성도 볼 수 있다.




《7년의 밤》은 힘 있는 ‘강렬한 문장’이 눈부시다.  이 강렬한 문장은 잠시라도 멈출 줄 모르고 끝을 향해 달린다.  그래서 단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7년 전 세령마을에서의 그날 밤, 내가 그곳에 머무르는 것처럼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든다.  그리고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한다.  그들에게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들킬 것만 같기 때문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 작품을 읽게 되어 무척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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