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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5월 중순 즈음 이었던가 봅니다. 며칠째 지루하게 비가 계속되던 어느 날,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에서 타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재미로 시작했지만 그 순간 내게 가장 절실한 ‘그것’을 간절하게 빌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빌었던 ‘그것’과 아주 동떨어진 결과물이 등장해서 잠시 당황했었습니다. 매일 느끼지만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제 속마음이 타로를 통해 고스란히 들어나 있었거든요.
타로는 현재 제가 느끼는 감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나치게 신중한 성격과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는 나,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지금과 똑같은 위치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내가 현재 상황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 걱정거리는 사라질 수도 있고 지금과 다르지 않게 쭉 답답함을 느끼면서 살아가야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타로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진지하게 믿는 건 아니지만 제가 의식하지 못했던 ‘답답한’ 감정을 깨우친 부분은 놀라웠습니다. 제 감정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생각만 했던 계획들을 이리저리 따져보지 말고 시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답답한 마음이 좀 홀가분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보면서요.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홀가분(2011.5.16. 해냄)》은 사실 정말 우연하게 읽은 책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정혜신 님의 〈마음 미술관〉을 인상 깊게 읽었었고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배달되는 메일을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출간된 에세이집도 당연히 읽어야만 했을 책입니다. 게다가 제목까지 『홀가분』이라니 어찌 읽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이란 부제가 달린 《홀가분》은 삶의 가치와 의미, 나의 존재성에 대해서 짧은 글과 그림으로 통찰하여 보는 에세이입니다.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쓴 글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깊은 여운이 물밀듯이 밀려와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나의 삶과 존재’의 문제와 당당히 마주할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하얀 여백에 변화된 나의 모습을 그려 나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잣대, 타인의 잣대에 맞춰 살아갑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라는 논리로 대학교를 진학하고, 큰 차와 큰 집을 마련하지요. 하지만 그런 선택이 나를 행복하게 할리 없습니다. 오히려 작은 공격에도 큰 상처를 입을 만큼 나를 허약하게 키울 뿐이지요. 《홀가분》은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나』라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나』라고 말합니다. 지키고 보살펴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아프지 않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홀가분의 여정’은 나를 찾는 여행입니다. 그리고 이 여행에 믿음직한 마음주치의가 동행합니다. 그래서 실패는 없습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을 왜곡하는 일을 멈출 때, 그리고 실패를 경험한 후에도 자신을 탓하지 않을 때, 그럴 때. 인간은 비로소 온전히 혼자 서게 된다는 것이지요. p199
가까이 두고 계속 읽고 싶은 책을 만나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홀가분》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손때 묻어 새까맣게 될 때까지 보고 또 볼 생각입니다. 《홀가분》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의 친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