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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여행, 길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얻다
정인수 글.사진 / 팜파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변화 없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아마도 『휴식』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단어가 있을까 싶다. 매년 초 새 달력을 받으면 휴일이 며칠이나 되는지 체크하는 게 연례행사인 사람이 많지 않은가. 그리고 소중한 휴일을 이것저것 챙겨야하고 신경 쓸 일이 많은 집, 회사를 떠나 마냥 태평하게 느릿느릿 여행을 떠나는 것이야말로 누구나 꿈꾸는 달콤한 휴식이 아닐까.
간혹 텔레비전에서 아무 이유 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광고와 마주칠 때가 있다. 나는 요즘 모 카드사 광고를 보면 떠나고 싶은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인다. 광고 속에서 세계 여행을 떠난 주인공을 따라 함께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광고 속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조용하고 편안한 곳에서 지친 마음과 정신을 다독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데 북적이는 도심을 떠나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해도 막상 떠나려고 하면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가 고민될 때가 많다. 모든 일은 계획을 세운 후 시작하는 성격인 내게는 더더욱 떠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주변에서는 생각부터 하지 말고 훌쩍 떠나보라는 말을 많이 해 주지만, 성격상 계획을 세우지 않고서는 출발 자체가 어렵다. 그런데 그 고민을 약간이나마 줄여주는 책을 한 권 만났다. 제목만 들어도 왠지 마음속에 쌓여있는 먼지가 씻겨 나가는 것만 같아서 상쾌해진 느낌이다.
‘길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얻다’라는 부제가 달린 《쉼표여행(2011.6.7. 팜파스)》은 우리나라 길과 숲, 물과 마을로 안내하는 책이다. 쉬엄쉬엄 느리게 걸을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그곳에서는 쉼표를 찍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짧지만 교통, 숙박 등 여행 정보도 함께 수록해서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을지 등의 자질구레한 걱정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여독’이란 단어가 있다. 여독이란 여행으로 인해 생긴 피로나 병을 뜻하는데, 일상을 떠나 쉬기 위해 떠난 여행을 다녀온 후 오히려 일상생활에 쉽게 적응하기 어려울 만큼 피곤할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여행은 떠났다가 돌아온 후 더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쉼표여행》에서 느긋하고 차분한 여행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아직 강원도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쉼표여행》에서 소개하는 곳 중에서도 특히 강원도에 관심이 갔다. 그곳으로 쉼표여행, 떠나고 싶은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