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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1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영화 <레미제라블>을 영화관에서 두 번 봤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쌓여 영화관 전체를 울리는 함성소리로 커져나가는 장면에서, 나는 눈물이 났다. 영화의 제목처럼 그들을 '불쌍한 사람들' 이라 보며 흘린 동정의 눈물은 아니었다. 그 노래를 듣기 위해 다시 한 번 영화관을 찾았고 또 울었으며 요즘도 종종 그 노래를 찾아듣는다. 도저히 변할 것 같지않은 세상에, 개인이 맞서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세상에, 목소리들이 한데 뭉쳐져 큰 울림을 준다는 것에 희망과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프랑스 혁명은 그들이 원하던 성과를 이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 혁명의 피가 물든 바닥을 청소하며 아낙네들은 그들을 기억하며, 그들이 바라던 세상을 마음 속에 담는다.
제르미날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메타포는 '싹'이었다. 제르미날은 '파종의 달, 싹트는 달'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germinal' 에서 'germer' 싹이 튼다는 의미이며, 'mine' 탄광, 'al' 공화력을 나타난다. (해설 398p 참조) 제목에서부터 작가가 책에 담으려했던 메시지들이 드러난다. 탄광이라는 장소에서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낸 혁명의 싹. 에밀 졸라는 제목을 짓기 위해 꽤 많은 고심을 했다고 한다. 거대한 서사를 담아내는 데 그 어떤 것보다 탁월한 제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득한 지평선 그 어디에도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고, 어둠의 바다가 일으킨 물보라가 시야를 가리는 가운데 방파제처럼 보이는 직선도로만 길게 뻗어있었다. (10p)
책의 첫문단에 있는 문장이다. 나무 한 그루 없었던 피폐한 지평선을 바라보며 에티엔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문단을 보면 이 책의 시작과 끝이 대비됨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복수를 꿈꾸는 검은 군대가 발고랑에서 서서히 싹을 틔워 다가올 세기의 수확을 위해 자라나고 있었다.그리하여 머지않아 그 싹이 대지를 뚫고 나올 것이었다. (370p)
800페이지를 넘는 방대한 분량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흡수시켜 전달하는 듯 했다. 탄광의 혁명은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에티엔이 사랑하던 카르텐마저 숨진 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에티엔은 '싹을 틔워 다가올 세기의 수확'을 기대한다. 소용없어 보였던 일의 가치를 부여하는 일, 그리고 그 시간들을 또 다른 혁명의 잠재성, 씨앗으로 바라보는 일. 어찌보면 너무도 현실적인 결말에서 에밀 졸라는 희망을 그려낸다.
책을 읽으며 굳이 맑스의 자본론과 사회주의 이론들을 떠올리지않으려 했다. 그저 서사를 따라가고 인물들의 대화와 시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굳이 '이론'을 따지지않더라도 이들의 삶이 지녀야마땅했을 권리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내 안에서 확립된 생각으로 싹을 틔우기엔 아직 책이 소화되지 않은 것일수도 있다. "빵을 달라! 빵을 달라!". 하지만 책을 덮고도 잊혀지지않는 단순한 대사를 담아두며 언젠가 이 책을 다시 한번 곱씹고 싶다. "제르미날! 제르미날!"에밀 졸라의 장례식날 울려퍼졌다던 함성을 떠올리며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