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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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문체가 인상적인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에세이 『여행 드롭』. 일본을 대표하는 여류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대표작은 무척이나 많지만 처음 그녀의 글이 짙게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 에세이여서 그런지 지금도 나는 에쿠니 가오리 소설보다 에세이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울어진다.


팬데믹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찾아 읽어보는 '여행' 에세이. 예전에는 타인의 여행 이야기가 담긴 글을 읽다 보면 내가 가지 못한 곳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가 한구석에 실려있었는데 요즘에는 여행에 대한 욕구가 조금 사라져서 그런지 부러움보다는 작가의 감정과 이야기에 집중해서 읽어볼 수 있었던 거 같다.


『여행 드롭』 에는 시와 짧은 여행에 관련된 단편 그리고 번외 한 편이 실려있다. 마치 애플 서비스의 '에어 드롭'이 연상되는 타이틀은 이어지지 않는 글들이 모여있어서 그런지 단편 하나하나를 에어드롭으로 툭 툭 던지듯이 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당연히 작가의 말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프롤로그에는 생각지 못한 시 세 편이 연달아 실려있어서 순간 당황하기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마치 이제부터 시작될(이야기가 펼쳐질) 책의 분위기를 '시'를 통해 전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보다는 짧은 소감이 담겼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녀가 다녀온 여행지 혹은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소소하게 담긴 에세이 『여행 드롭』. 대체로 한 편당 두 장 남짓한 가벼운 페이지들로 이루어져 휘리릭 읽어보기 좋은 편이다.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들.






"내가 메워야 할 네모 칸은 다른 것인데, 그 네모 칸에는 정답이 없어 괴로운 나머지 깊은 밤의 작업실에서 정답이 있는 쪽 네모 칸을 숫자로 메우고 있다."


정작 채워야 할 빈 공간은 채우지 못하고 스도쿠의 빈칸을 채우고 있는 상황에 대한 글인데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와닿는 문장이었다. 뭔가를 꼭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해야 할 일은 미뤄둔 채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스위스의 산악 열차에서 사용된다는 30도 기울어진 잔 이야기.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에 수평을 유지할 수 있는 신기한 잔은 여행에서 가끔 신기한 걸 보았을 때 더욱 기억에 오래 남는 경험을 상기시켜주었다. 실생활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을 거 같은 와인 잔. 하지만 왠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떠나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일시적이나마 마음도 떠났고, 순간적으로는 잊기조차 했을 텐데. 그런데도 '아직'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반갑고 안도하는 것은 매번 그 사실에 감동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다녀오면 언제 또다시 갈 수 있을까 아쉬움이 많은 나로서는 백퍼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한편으로 돌아올 곳이 있기에 여행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살짝 글에 담긴 마음이 이해가 되는 거 같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돌아갈 장소' 생각해 보면, 꼭 당연한 것만은 아닌데- 가끔은 글을 통해 내가 믿는 모든 것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뭔가 무덤덤하면서도 고독해 보이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에세이에서도 대체로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거 같다. 마치 어딘가에도 휘둘리지 않는 어른의 여행 같다고 해야 할까, 뭔가에 통달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설레는 여행이야기를 원했다면 기대했던 것과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문체를 좋아한다면 그녀의 글에 녹아들어 편안하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 될 거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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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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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문체로 이어지는 글. 어딘가에도 휩쓸리지 않는 한 어른의 여행 기록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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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카메 조산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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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카메 조산원』


따뜻한 감성을 담은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작가 '오가와 이토'가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모처럼 오가와 이토 작가의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설렜는지.

그만큼 애정 하는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오가와 이토는 '달팽이 식당' 작가이다.)



오가와 이토 작가 책을 읽다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느껴진다.

슬픔에 잠긴 주인공,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사람들,

어디에서 볼 수 없는 따뜻한 음식들,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

분명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글을 읽다 보면 작가 특유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문체라던가 분위기를 통해

이게 바로 '오가와 이토'라는 게

점점 선명해지는 기분이 든다.

『츠루카메 조산원』은 오가와 이토의 전작들처럼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성장해가는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갑자기 사라진 남편을 찾아 떠난 남쪽의 하트 모양 섬.

그리고 만나게 된 츠루카메 조산원 사람들.

어린 시절 받은 상처로 사람들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주인공 마리아는

조산원에서 만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통해 서서히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는 힐링 스토리.

어떤 이야기든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는 점에서

오가와 이토의 책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따뜻함을 색을 표현할 수 있다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기에

그녀의 책을 읽고 나면 매번 마음이 뭉클해지는 거 같다.


책을 읽으며 유난히 기억에 남는 문장을 골라보았다.





"나만 특별한 게 아니다.

누구나 마음속 어딘가에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상황 혹은 상처가 크기가 다르더라도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기에 더욱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





"밥을 지을 때는 항상 웃는 얼굴과 밝은 마음으로 지어야 해.

요리라는 것은 그걸 만드는 사람의 자식 같은 것이야.

슬픈 마음으로 만들면 먹는 사람도 슬퍼진다고."

요리하면 빠지지 않는 오가와 이토의 글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문장이 아닐까.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치유해주는 이야기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를 읽어보고 싶다면

오가와 이토의 『츠루카메 조산원』 추천한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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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색 스타일 핸드북 2 - 색에 대한 감각을 깨우는 계절별 컬러 팔레트 퍼펙트 팔레트
로런 웨이저 지음, 조경실 옮김, 차보슬 감수 / 지금이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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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대한 감각을 배울 수 있는

계절별 컬러 팔레트 『배색 스타일 핸드북 VOL.2』

다양한 분야 아티스트들 그리고 유명 패션지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색 조합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디자이너이자 컬러 컬렉티브 운영자인

로런 웨이어의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VOL.1은 색에서 느껴지는 온도감을 통해

감정과 인상, 표현으로 보여주는 콘셉트였다면

VOL.2은 계절의 컬러 배색을 보여주어

패션 혹은 인테리어 등에 활용하면 좋은 컬러북.





여름에서 시작되어 봄으로 끝나는 계절별 컬러 팔레트

클래식, 뉴트럴, 볼드 컬러의 3가지 타입별로

계절에 어울리는 컬러 배색과 사진

그리고 계절에 어울리는 문장들까지

고루고루 계절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조합들이

페이지마다 한가득 담겨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패션 산업은 각 시즌에 어울리는 컬러를 선택할 때

여전히 전통적인 흐름을 따른다. - p10"

책에 나온 것처럼 나 역시

계절에 어울리는 색을 떠올릴 땐

한정된 몇몇 컬러를 생각났었는데

『배색 스타일 핸드북 VOL.2』을 읽으며

예상치 못한 다양한 컬러들이

계절 팔레트로 나누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배색 스타일 핸드북 VOL.2』은

내가 생각지 못하는 색다른 컬러 팔레트를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단순히 컬러 배색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 패션, 인테리어 등 다양한 사진을 통해

어떤 분위기를 갖고 있는지 느낄 수 있어서

앞으로 컬러를 활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더불어 내가 어떤 색 조합을 좋아하고

매력을 느끼는 지도 알게 되어서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컬러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절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알게 해 준

『배색 스타일 핸드북 VOL.2』

앞으로 다가올 계절들이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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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색 스타일 핸드북 2 - 색에 대한 감각을 깨우는 계절별 컬러 팔레트 퍼펙트 팔레트
로런 웨이저 지음, 조경실 옮김, 차보슬 감수 / 지금이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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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 컬러코드를 통해 신선한 컬러 조합을 배울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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