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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나라가 무너진 후 중화민국이 들어선 첫 해(민국 초)부터 일제 강점기, 국공 대립, 문화대혁명까지 50여년의 복잡한 현대사를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반세기에 걸친 정권 교체 과정과 그 과정에서 흘린 피를 썼다고 표현하였다.

 

  류전윈은 중국 신사실주의 작가로 불린다. “닭털 같은 나날”, “핸드폰등의 대표작이 있으며, 영화 국두”, “귀주이야기는 그의 소설이 원작이다. 이 책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은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작가는 파란만장한 중국 현대사와 그 속의 잔인한 죽음을 무덤덤하게 써냈다. 슬픔, 비통함과는 거리가 먼, 일상의 대수롭지 않은 일 인양 표현하였다.

  “무슨 놈의 말을 지켜? 말 지킨 것도 살인이나 마찬가지야!……

  그리하여 불쌍한 마부 펑씨와 부엌 일꾼 라오더는 죽임을 당했고, 머리는 성문 누각에 내걸렸다. 날씨가 갈수록 무더워졌던 탓에 파리가 많이 꼬였다. 사흘이 지나자 머리는 조금 거무튀튀한 빛을 띠었고 구린내도 풍겼다. (p146)

 

  그는 쑨마오단이 고의로 자기를 농락한다고 여기고는 당장에 지휘도를 뽑아 쑨마오단을 가리켰다.

  “황군을 속이는 놈이 있음이다. 죽음, 죽음 해 버려!”

  쑨마오단이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이었다. 일본군 병사 하나가 달려들어 총검으로 그의 배를 찔렀다. 총검을 뽑아내자 창자까지 함께 쏟아져 나왔다. (p287)

 

제목의 노란 꽃에 대해선 옮긴이가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노란 꽃은 중국 장례 풍속이 간소화 되면서 망령을 추모하기 위해 왼쪽 가슴에 작은 노란 꽃 한 송이를 다는 풍습이 생긴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때문에 노란 꽃은 죽음의 꽃으로도 볼 수 있다. (옮긴이의 말)

 

  권불십년이라고 했다. 누구도 절대 권력을 오래 누리지 못한다. 인간사의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작가 소개 : 류전윈

류전윈(1958~)은 중국 허난 성 옌진 현 출생, 베이징 대학교 중문과에서 중국 현대문학을 공부했으며, 1982년 졸업 후 농민일보에 근무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 중국 베이징 사범대학 내 루쉰문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했으며, 중국작가협회 전국위원회 위원 및 베이징청년작가연맹 위원을 역임한 후, 현재는 국가가 인정하는 일급 작가로 대우 받으며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류전윈은 중국 내의 유명한 4대 문학상을 모두 섭렵했고, 그의 장편소설은 대부분 영화나 연속극으로 만들어졌으며, 영어, 불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일본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일약 중국 최고의 지적인 작가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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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어빠진 교육 현실을 비판한 소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안 갈 수 없었다. 대만의 교육 현실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 보다. 입시를 위한 교육, 당장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사치이며 성적 향상이 교육의 목적인 상황. (이런 점은 동아시아가 공통적인가 보다.)

 

  주인공 시에정지에는 장난기 있는 학생이다. 교실에서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했다. 수업 중 몰래 만화를 보는 것. 교사에게 들켜서 교실 밖으로 쫓겨나 수업을 듣는다. 학교에서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매우 사소한 이 상황에서 일은 시작된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학교 측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한다. 언론, 진보적 교육가 등이 개입하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을 이어간다.

 

옳지 못한 게 분명한 일을 왜 그렇게 고집하는 걸까. 정말로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 걸까. (p323)

 

  같은 학교의 다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정지에의 행동이 옳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은 옳은 것을 찾을 때가 아니라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한다. (3 학력고사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어른으로서 비단 교육에서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건 이런 일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그리고 알면서도 그냥 넘어간 적도 많다. ‘옳지 않은 걸 누가 몰라? 이게 현실인걸 뭐 어떡해?’하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면서 말이다. 나 또한 썩은 현실이 유지되도록 기여하는 하나의 공범구조 속 부속품인 것이다.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 학교, 학생, 학부모만의 노력으론 불가능하다. 고치기 힘든 부분이지만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8곱하기 432, 어떻게 33이 돼?”

오빠 정말 잘한다. 어떻게 답을 금방 알았어?”

구구단만 잘 외우면 금방 할 수 있어.”

선생님이 그러는데 우리가 배우는 건 신수학이래. 신수학은 아주 대단해서 구구단을 외우면 안 된대.”

……

그럼 네가 계산해봐. 네 신수학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디 보여 줘봐.”

여동생이 먼저 8더하기 8을 해서 16, 여기에 다시 8을 더해서 25, 여기에 다시 8을 더하니까 33이 되었다.

정말 대단하네.” 내가 말했다. “넌 매번 이렇게 대단한 방법으로 곱셈을 하냐?”

선생님이 이렇게 써가며 하지 않으면 점수를 깎는대.” (p36)

 

누에라니?”

자연관찰을 하려는 거야.”

나는 속으로 아, 또 무슨 신교육이니 뭐니 하는 거로군, 생각했다. 누에게 허물을 벗든, 실을 토하든, 변태가 되든, 뭐든 그냥 책에 써놓으면 되지 무슨 관찰을 한다는 거야. 며칠을 관찰한들 시험에는 나오지도 않으면서.

누에는 어디서 구했어?”

매점에서 샀어. 매점에 뽕잎도 팔아. 한 봉지에 십 위안이야. 근데 2주 동안만 팔고 안 판대.”

?”

왜냐면 관찰이 끝나면 진도가 끝나서 그렇대.”

끝내주게 현실적이군.”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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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접한 쑤퉁의 작품은 이혼지침서였다.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낀 남자가 이혼을 요구하지만 물러서지 않는 아내 때문에 점차 지쳐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야기가 독특해서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마씨 집안 자녀교육기는 또 어떤 이야기일까?

주인공 마쥔의 직업부터 특이하다. 돈 받고 같이 술을 마셔주는 프로 드링커가 직업이란다. 마쥔은 맹인인 아버지 마헝다, 아내 장비리, 다섯 살 아들 마솨이와 함께 산다.

 

  이 마씨 집안의 독특한 규칙이 있으니, 잘못을 하면 따귀를 맞는다는 것이다. 밥을 먹은 뒤 그릇에 쌀알을 남기면 한 대, 늦잠을 자면 두 대, 다른 아이의 사탕을 뺏으면 열 대. 마쥔은 어려서부터 이어진 아버지의 이런 훈육 방식에 반발하면서도 자신은 수틀리면 다른 사람의 따귀를 때리곤 한다. 심지어 마쥔의 다섯 살 난 아들 마솨이는 아이 뺨 때리고 깔깔대기, 어른 뺨 때리고 달아나는 것이 특기이다.

 

  책에선 마쥔과 아내의 갈등, 마쥔과 아버지의 갈등을 주로 다룬다.

  마쥔의 아내 장비리는 마작, 카드놀이 등 노름을 즐기는 여자이다. 그녀는 시장에서 춘권피를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과 카드놀이를 하였고, 이를 알게 된 마쥔이 장비리의 뺨을 세 대 때렸다. 이 일로 인해 둘은 이혼을 했다. 이혼한 부부라다시 이혼지침서가 떠오른다.

  마쥔의 아버지 마헝다는 보수적인 인물로, 돈 받고 술 마신다는 마쥔의 직업을 이해할 리가 없다. 때문에 마쥔은 어떻게든 이 사실을 숨기려 한다. 하지만 마헝다는 앞을 못 보는 대신 청각, 후각, 촉각이 매우 뛰어나다. 술 마신 것을 안 들키기 위해 애쓰는 마쥔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희한한 직업, 독특한 상황, 개성 넘치는 인물들. 이 책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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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화는 우리에게 꽤 유명한 작가다. 나도 중3 때 그를 처음 알았고, 1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 교사가 된 후 7을 읽었다. 기억을 곰곰이 되짚어 봐도 그 외엔 위화의 작품을 읽은 게 없다. “형제도 많이 알려진 작품인데 왜 여태 안 읽었지? 아무튼 올해 기회가 되어 추석 연휴를 이용해 드디어 읽은 형제.

     

  작가는 말했다.

  “형제에서 우리 삶의 거대한 간극에 대해 썼다고.

  형제 이광두와 송강은 너무나도 다르다.

  이광두의 친부는 아내 이란이 임신 중일 때, 공중변소에서 몰래 여자를 훔쳐보다 그만 빠져 죽었다.

  송강의 아버지 송범평은 우연히 이광두 친부의 사고(?)를 목격하고 똥통에 빠져 죽은 그를 건져내 이란의 집까지 데려다 주고 씻겨 주는 등 봉사를 한다. 이후 아내와 사별한 송범평은 이란과 가까워져 재혼을 한다.

 

이광두의 친부는 그녀에게 한과 치욕을, 그리고 송범평은 사랑과 존엄을 가져다주었다.(1p251)

 

  임신 중인 아내를 두고 여자 화장실을 훔쳐보다 빠져 죽은 남자. 건장한 체구에 말주변도 좋고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중학교 교사인 남자. 이렇게 극과 극의 아버지를 둔만큼, 이광두와 송강도 전혀 다른 형제였다.

 

  두 꼬마는 단숨에 서른일곱 개의 캐러멜 가운데 네 개만 남긴 채 다 먹어치웠고, 송강은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송강은 눈물을 닦으며 엄마, 아빠가 돌아오셔서 캐러멜을 몰래 훔쳐다 먹은 걸 아시게 되면 어떡하느냐고 중얼거렸다. 송강의 말에 이광두도 놀라 움찔했지만 한 번에 불과했을 뿐, 남은 네게의 캐러멜을 한꺼번에 입에 넣어버렸다.(1p98)

 

  격동의 현대사 속에 두 형제의 삶은 큰 변화를 맞이한다. 원래 달랐던 성격처럼 형제의 생활도 간극이 커진다. 사랑에서도 돈에서도 두 사람은 다르게 살아가지만, 그리고 비록 친형제는 아니지만 끝까지 서로를 생각하고 아낀다. 이광두가 훗날 우주여행을 하면서도 생각하는 사람은 송강이다.

    

  문화대혁명과 이후 경제발전까지 중국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나라가 겪었던 상황과도 꽤 비슷하다. 반면 문혁의 광기는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서적으로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중국의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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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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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호께이의 '13.67'을 우연히 읽었고, 너무 재미있었기에 나의 글 작업의 첫 작품으로 꼽았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고, 시마다 소지 상 수상작이라기에 망설임 없이 읽게 되었다.

 

 눈을 떴다. 숙취로 머리가 너무 아프다. 전날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최근에 맡은 사건은 기억난다. 경찰서로 출근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경찰서의 모습이 기억과 다르다. 로비로 들어서서 날짜를 보니 2009년. 지금은 2003년 아니었나?

나는 6년 동안의 기억을 잃은 것이다.

 

 '13.67'은 6편의 단편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각각의 단편에서도 반전이 돋보이고, 전체 흐름에서도 읽는 사람의 뒤통수를 친다.

 이 작품의 반전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 반전이 '다행이다'라고 느껴지는 신기한 책이다.

 

...앞부분을 읽는 동안 기억 혼란 상태의 '나'와 독자가 함께 느낀 미묘한 불편감이 왜 그리

느끼게 되었는지 딱딱 들어맞아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합니다.(p306, 옮긴이의 말)

 

 두 작품 읽어봤을 뿐인데 찬호께이의 팬이 된 것 같다. 앞으로 나올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둥청아파트는 2년 전에 철거됐잖아요. 그걸 왜 몰라요?"
아친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서 대답했다.
"뤼후이메이 씨는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산까이 지역으로 이사했어요. 어쨌거나 둥청아파트는 끔찍한 기억이 있는 곳이니까요."
"그래요? 시간이 많이 지나서 기억이 잘 안 나네요."
6년 전의 사건이니 기억을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게다가 거짓말도 아니다. 나는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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