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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장 - 개정판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수첩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대학교 때, 어머니께서 동네 책방에서 빌려온 “브로커”라는 책이 거실에 있었다. 어머니는 재미있다고 추천하셨고, 나는 다음날 알바를 갈 때 그 책을 챙겨갔다. 일하는 틈틈이 책을 읽은 건지 책을 읽는 틈틈이 일을 한 건지 모를 정도로 빠져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존 그리샴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다. 알고 보니 굉장히 유명한 작가라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지난여름 알라딘 노원 매장을 방문했다. 특별한 목적은 없었는데, 존 그리샴이라는 이름을 보고 나니 절로 손에 “소환장”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이미 사 놓은 다른 책들에 밀려밀려 미뤄지다 최근에서야 이 책을 읽었다.
레이 애틀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려다 우연히 출처를 알 수 없는 현금 300만 달러를 발견한다. 유언장 재산 목록에도 없고 어느 서류에서도 이 돈의 출처를 찾을 수 없다. 국세청에 신고하면 50%를 바쳐야 한다. 동생과 나눠 갖자니, 마약과 알콜에 중독된 동생에게 현금이 생기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불안하다. 혼란한 가운데 일단 돈을 챙겨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사람에게서 협박 카드를 받는다. 그 돈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는다는 식의.
읽으면서 ‘누굴까, 이 돈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궁금해 하며 나름 추측도 해본다. 그러면 등장하는 사람들 전부가 의심스럽다. 몇 년 전에 읽은 같은 작가의 “사기꾼”과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남들에겐 알려지지 않은 큰돈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양심 있게 사는 것이 멋진 것이긴 한데, 막상 적법하게 신고하고 절반을 빼앗긴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아깝다. 나라고 주인공과 크게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진 않다. 내가 이렇게 ‘양심리스’한 사람이었나?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상상으로 괜히 부끄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