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빠진 교육 현실을 비판한 소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안 갈 수 없었다. 대만의 교육 현실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 보다. 입시를 위한 교육, 당장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사치이며 성적 향상이 교육의 목적인 상황. (이런 점은 동아시아가 공통적인가 보다.)
주인공 시에정지에는 장난기 있는 학생이다. 교실에서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했다. 수업 중 몰래 만화를 보는 것. 교사에게 들켜서 교실 밖으로 쫓겨나 수업을 듣는다. 학교에서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매우 사소한 이 상황에서 일은 시작된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학교 측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한다. 언론, 진보적 교육가 등이 개입하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을 이어간다.
옳지 못한 게 분명한 일을 왜 그렇게 고집하는 걸까. 정말로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 걸까. (p323)
같은 학교의 다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정지에의 행동이 옳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은 옳은 것을 찾을 때가 아니라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한다. (중3 학력고사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어른으로서 비단 교육에서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건 이런 일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그리고 알면서도 그냥 넘어간 적도 많다. ‘옳지 않은 걸 누가 몰라? 이게 현실인걸 뭐 어떡해?’하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면서 말이다. 나 또한 썩은 현실이 유지되도록 기여하는 하나의 공범구조 속 부속품인 것이다.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 학교, 학생, 학부모만의 노력으론 불가능하다. 고치기 힘든 부분이지만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8곱하기 4는 32지, 어떻게 33이 돼?”
“오빠 정말 잘한다. 어떻게 답을 금방 알았어?”
“구구단만 잘 외우면 금방 할 수 있어.”
“선생님이 그러는데 우리가 배우는 건 신수학이래. 신수학은 아주 대단해서 구구단을 외우면 안 된대.”
……
“그럼 네가 계산해봐. 네 신수학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디 보여 줘봐.”
여동생이 먼저 8더하기 8을 해서 16, 여기에 다시 8을 더해서 25, 여기에 다시 8을 더하니까 33이 되었다.
“정말 대단하네.” 내가 말했다. “넌 매번 이렇게 대단한 방법으로 곱셈을 하냐?”
“선생님이 이렇게 써가며 하지 않으면 점수를 깎는대.” (p36)
“누에라니?”
“자연관찰을 하려는 거야.”
나는 속으로 아, 또 무슨 신교육이니 뭐니 하는 거로군, 생각했다. 누에게 허물을 벗든, 실을 토하든, 변태가 되든, 뭐든 그냥 책에 써놓으면 되지 무슨 관찰을 한다는 거야. 며칠을 관찰한들 시험에는 나오지도 않으면서.
“누에는 어디서 구했어?”
“매점에서 샀어. 매점에 뽕잎도 팔아. 한 봉지에 십 위안이야. 근데 2주 동안만 팔고 안 판대.”
“왜?”
“왜냐면 관찰이 끝나면 진도가 끝나서 그렇대.”
“끝내주게 현실적이군.”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