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살자 작가 시인선 22
김홍신 지음 / 작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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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인상 깊게 읽었던 《인간시장》, 잊고 있던 김홍신 작가를 다시 만난 건 한 토크 예능이었다. 무엇보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때의 일들과 정치적 소신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살이에 시달리는 어른도 저렇게 맑고 곧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던 작가의 신간 시집. 자연, 엄마, 사랑, 청춘, 인생... 소재를 가리지 않은 60여 편의 시를 한 편 한 편 꼼꼼하게 읽었다. 꾸밈없이 수수한 시들에 여든을 바라보는 '시인'의 연륜과 지혜, 품격이 구절마다 묻어난다. 마치 시인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나를 보며, 더 멀리를 보며 괜찮다, 괜찮다, 다 지나가더라 말해주는 느낌이다.

 

나도 시간이 지나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청춘에게 용기를 주고 메마른 이들에게 사랑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지친 이들에게 아등바등 살지 말고 그저 마음 편하게 살면 잘 산 인생이라고 따뜻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어렵다(혹은 오글거린다)는 핑계로 시를 잘 읽지 않는데, 오랜만에 '청산별곡', '신부', '승무' 읽던 중고등학교 문학시간으로 잠시 돌아간 것 같아 좋았다. 어려서 그저 푸르러서 안 보이고 안 들리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은 보이고 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오늘 문득 든다.

 

오래도록 좋은 글들을 남겨 주시길. 



문화잡지 쿨투라(CULTURA)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cultura_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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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한여름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1
최이랑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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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전히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소설 안에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이 담겨 있지는 않다고 해도 모든 아이는 소중하고 모든 아이는 좋은 어른의 영향으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믿는 내 믿음에 십 대의 마음을 담은 풋풋한 이야기들이 어떤 거름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중3 여름 방학 유미와 혜리, 우수는 각자 다른 고민을 안고 각자 다른 모양의 시간을 보낸다. 이번 방학이 얼마나 중요한 줄 아냐며 엄마가 강요하는 학원 스케줄표를 따라야 하는 유미, 양양에서 서핑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를 도우며 바다에서 방학을 지내겠다는 혜리, 경험을 쌓고 싶다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우수.

유미는 당연히 언제나처럼 붙어 다니며 방학을 함께 보낼 줄 알았던 혜리가 양양 이모네에 가겠다고 하자 서운함이 앞서지만, 자주 연락하고 매일 바다 사진을 보내겠다는 혜리의 약속에 마음을 푼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빡빡하게 학원 수업을 들으면서도 혜리와의 통화를 낙으로 삼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혜리의 연락이 끊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혜리가 그곳 생활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를 잊었구나 생각하던 유미는 학원에서 혜리에 관한 이상한 소문을 듣고, 혜리의 연락이 끊긴 게 심상치 않은 일 같다는 위기감이 든다. 혜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고서야 내가 걱정하고 서운해할 걸 알면서 이렇게 사라져 버릴 수는 없다. 종일 혜리의 연락만을 기다리던 유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혜리를 찾아낸다. 그리고 혜리의 도와 달라는 한 마디에 엄마의 걱정과 꾸중을 뒤로 하고 혜리를 만나러 부산으로 떠난다.

 

오로지 공부, 공부, 엄마의 성적 압박에 짓눌려 사는 유미, 오래전 이혼하고 각자의 삶에 충실한 엄마 아빠 어느 쪽에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마음이 새카맣게 타 버린 혜리, 집안에 갑자기 닥친 곤란으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삶을 그리게 된 우수.

세상 혼자만 무거운 고민을 지고 있는 줄 알았던 아이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를 도닥여 준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마냥 어리게만 보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믿으며, 서로에게 기대며 성장해 나간다. 이들이 가진 어떤 고민은 결코 별것 아니라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일이지만, ‘친구’라는 존재가 어둠을 헤쳐 나가는 데 정말 커다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아이들에게 닥친 시련에 그들의 고민에 함께 마음이 찡했지만, 어디에나 내 편은 있다는 생각에 그래도 흐뭇하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 그들의 여름이 찬란하기를.


출판사(미래인)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mirae_i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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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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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행복한 삶은 가능하다'. 맺음말의 제목이 결국 책 전체를 관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그동안 행복에 이르기 위해 지나야 할 당연한 길이라 여겼던 절대 긍정, 목표 지향, 성공 추구 등이 사실은 행복을 방해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실패, 불안, 분노, 슬픔 등 ‘부정적’ 사고를 ‘부정’하며 행복에 집착할수록 더욱 불행해진다고 이야기한다.

 

현대의 수많은 책에서, 광고에서, 모든 매체에서 하나같이 행복, 행복해지는 법을 키워드로 삼기에 '행복'이라는 두 글자가 그 어떤 감정보다, 상황보다 익숙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여전히 생각해 보는 중이다. 행복은 목적일까, 과정일까, 상태일까. 큰 걱정 없이 불안 없이 평안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지내면 그 자체가 행복이라 막연히 여기곤 했는데 책은 마치 이런 내 생각을 읽은 듯 그게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 조목조목 반박해 낸다. 

 

저자는 수천 년을 이어져 온 이야기들 속에서, 여러 전문가와의 인터뷰에서 행복에 대한 진실을 찾아 헤맨 시간과 정리한 결론들을 책에 담았다. 책에는 행복해지지 못한 이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장 큰 줄기는 긍정과 행복이 절대 선이고 그것을 반드시 이루어야만 한다고 집착할수록 오히려 행복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 부정적인 생각을 그대로 인정하고, 현실이나 사건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그저 낙관하며 상황을 회피하기보다 용기 있게 직면할 때 오히려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단다.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울림을 주었던 메시지는, 애초에 안정적인 삶은 불가능하고 삶이라는 건 처음부터 불안정하다는 것. 그리고 고통과 괴로움, 부정적인 감정은 타인이나 상황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에 대한 나의 판단 때문에 생겨난다는 것.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생각해 보란다. 

 

무엇이 행복인지도 모르며 맹목적으로 행복을 좇지 말고 하루가, 삶이 행복하고 안정이 당연하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는 직설적인 통찰이 아이러니하게도, '뭐든 다 해낼 수 있다.', '바라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다.'하는 긍정의 문장들보다 더 희망적으로 느껴지고 묘한 위안이 된다. 수많은 부정 가운데에서도 꼿꼿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자연의 질서, 있는 그대로의 삶, 자기통제와 수용... 스토아학파의 핵심 사상에 다시 한번 매력을 느끼게 해준 책. 

《행복 강박》, 오래오래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출판사(북플레저)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_book_ple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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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정기예금-적금-정기예금, 은행이 가장 안전하게 자산을 지켜 주는 곳이라고 믿는 이들의 목돈 굴리기 패턴. 예금 이자율이 몇십 퍼센트, 아니 적어도 십몇 퍼센트는 되던 오래전에는 예금만으로도 재테크가 가능했다지만 고물가·예금 저금리·대출 고금리의 지금 시대에는 은행에 돈을 묶어 수치적으로 원금 손실이 없다는 것이 곧 잘 자산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으로 통장의 돈의 가치가 하락해 돈 맡긴 이는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고 그 돈을 맡은 은행만 배를 불리고 있다.

20년도 전부터 《부자가 되려면 은행을 떠나라》 말하던 저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고객의 자산 증식을 위해 애쓴다 말하며 저금리 예금, 고금리 대출, 높고 잦은 수수료, 디지털 약자 소외 등으로 자신들의 더 큰 수익을 꾀하는 은행의 행태를 또 한 번 꼬집는다.

현명하게 자산을 불려 가는 사람은 이미 은행의 실체를 알고 떠났다며. 책을 읽으며, '위기일 때는 금융기관이라며 국가적 도움을 바라고, 호황일 때에는 금융회사라며 간섭을 거부한다'고 은행을 형용한 표현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은행의 배신》이 다른 재테크 책보다 좋았던 부분은, 단순히 실전 투자 방법이나 종목 등을 짚어 설명하지 않고 은행을 벗어난 현실적인 자산 관리 전략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대안으로 제시한 것, 재테크와 투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끝없이 공부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반복해 강조한 것.

은행 예적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느꼈던 ETF, 가상화폐, 금 등의 가치 변동 추세나 전망 등을 어렵지 않게 풀어낸 설명에, 호기심도 생기고 나만의 지식을 갖추어 주도적으로 자산 관리를 해 보고 싶은 동력을 얻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산을 꼼꼼히 따져볼 시점. 은행이 알려 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알아보려다 투자 전략 수립에까지 다다르게 한 책.



출판사(테라코타)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terracotta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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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 - 소란한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는 가장 고귀한 방법
나태주 지음, 보담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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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간결하고 가벼워도, 언제나 엄청난 통찰이 담겨 있는 시인의 짧은 시들. 길고 복잡해야만 좋은 글이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깨닫는다. 어렵지 않아 좋았다. 나보다 앞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선한 어른의 먼저 알아챈 아쉬움, 먼저 했던 다짐, 먼저 한 성찰... 내게도 생각거리를 던져 주어 좋았다.

많은 이들이 어떤 책 필사가 인생 변혁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극적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등 대단한 효능을 말하지만 적어도 나는 필사로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거나, 자신을 깊이 돌아본다거나 하는 단계는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변화 이전에 하루 단 5분이라도 책상 앞에 펜을 들고 앉아서 (어느 때보다) 정성 들여 글자를 적어서 내려가는 그 시간과 그 의식 자체가 산뜻한 환기, 힐링이 된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찌들었을 때 오롯이 혼자 있는 그 시간이 얼마나 활력이 되는지, 해본 사람만 알 듯.

조금씩 나이를 먹어 가면서 '결국 다정하고 따뜻한 것이 제일'이라는 걸 진심으로 깨달아 간다. 적어도 나 스스로와 내 가까운 이에게는. 상대에게 다정한 말,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은 시들에 마음이 말랑해진다.

참, 파트 마지막마다 담긴 '시인의 필사'. 평생을 글과 펜을 안고 살아온 어른의 글씨체가 이렇게 때 묻지 않을 수 있구나. 좀 신선했다. 또, 어차피 아까워서 책에 바로 펜을 대지도 못할 거면서, 괜찮은 필사 콘텐츠를 찾으려 필사책을 꾸준히 접해봤는데 줄노트나 백지로만 남겨 둔 많은 책과 비교해 필사 페이지 디자인에 많은 정성을 들인 느낌.

책 소개 글처럼 '세상과 내면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좀 더 나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어서', 책을 펴고, 시를 따라 적는다.


출판사(북로그컴퍼니)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booklog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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