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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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매일 크고작은 상처를 맞닥뜨리고, 아무리 강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쉼과 공감과 위로는 필요하다. 따뜻한 문장으로 건네는 위로.

작가는 우리가 생각은 하지만 쑥스러워 차마 말로 꺼내놓지 못하는 마음들을 대신 글로 적어내려간다.

감성에서 등 돌리고, 세상 살아가는 데에는 차가운 이성만이 중요하다 이야기하는 누구라도ㅍ책의 한 페이지쯤에서는 감성의 따뜻함에 숨어서 찡할 수도 있겠다 싶다.

뻔한 마음이라도 뻔한 문장이라도, 누군가는 그것을 밖에 내 놓아야 한다. 그 커다란 역할로 작가와 글이 많은 사랑을 받은 듯.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나를 자랑스러워했지, 내가 언제 나를 아껴 주었지.

못난 나라도, 느린 나라도 내가 스스로 사랑해 주어야지.

옆에 있어주는 내 사람도 늘 예쁘게 보아야지.

모두가 세상의 번뇌를 겪느라, 겉으론 웃고 있는 저 사람의 마음도 안은 멍 들어 있을 수 있겠지. 알아주고 다독이며 함께 좋은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딱 한 문장, 한 페이지, 멈춰가는 그 한 순간만 있다면 책을 읽길 잘 했다 생각이 들 것 같다. 좋은 친구가 마음 담아 건네는 편지 같은 글.



출판사(북로망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_book_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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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
리처드 바크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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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칠순을 바라보는 엄마, 엄마의 젊은 날 책장에 꽂혀 있던 《갈매기의 꿈》, 그 쨍한 파란 표지와 내지의 질감과 냄새까지 기억한다. 조나단의 비행과 이상을 응원하던 어린 나도.

그 당시에도 이미 오래된 책이었기에 작가가 생존해 있을 거란 생각을 꿈에도 못 했다.

그런데 리처드 바크가 살아 있다니, 구순의 나이에도 에세이를 펴 냈다니.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경비행기 5,000 킬로미터의 비행 여정을 담은 수기라니, 조금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책은 작가가 직접 '퍼프'라 이름 붙인 수상 경비행기를 타고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주까지 5,000킬로미터 넘는 거리를 비행한 이야기를 담은 여행기이다. 작가는 작은 비행기를 사람 대하듯,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하며 소통한다.


만남부터 운명 같았던 '시레이' 기종, 거기서 이어진 '퍼프'. 공군 제트기를 몰았던 작가에게 비행기는 친숙한 존재였지만, 첫 만남에서는 퍼프가 작가를 밀어내는 느낌을 받는다. 이전 주인들이 비행기를 소중하게 다루지 않았다더니 비행기가 상처를 받았나 보다.

나는 너를 아껴줄게. 작가는 비행기에 영혼이 없을 리 없다고 믿고, 그가 느낄 만한 감정을 읽는다. 비행기도 자신을 조종하는 귀한 친구의 마음을 차분하게 다독인다.


이렇게까지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싶게 작가는 엄청난 이벤트들을 계속 맞닥뜨린다. 기상 문제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고 착륙 예정이던 공항이 폐쇄되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태도와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에 난관은 즐거운 놀이가 된다.


풍부한 사진과 상세한 수기에 함께 비행기를 타고 대륙과 바다를 내려다보며 비행하는 기분을 느꼈다.

젊고 푸르기만 한 날은 지났다며 모험 같은 건 다시없을 거라던 내 생각이 좀 심심하고 답답한 것일 수 있다는 반성.


출판사(문학수첩)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moonhaksooch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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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대로 길이 되는 - IT 비전공자의 처절한 병원 시스템 구축 생존기
비수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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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겠지.

개발자의 삶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상 속 모습 그대로인가 보다. 못 자고, 못 쉬고, 퇴근이 없는 삶. 저녁이 없는 삶. 요즘 취업난에 비전공자들도 학원 등을 통해 개발을 배워 해당 업계로 취업하는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책을 읽고 나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 대학 전공 살려 취업할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되겠냐 자조하지만 그래도 여기는 전공이 타 분야보다 좀 많이 중요할 것 같은데, 너무나 문외한이라...

실제는 모르지만, 책에서 본 스스로를 갈아 넣어야 하는 업무 환경에, 개발자를 꿈꾸던 이들도 지레 겁먹고 선택에 조금 더 망설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


《가는 대로 길이 되는》 주인공은 1997년 IMF의 여파로 심각한 취업난에 IT 회사에 입사한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 태섭.

대형병원 전산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투입된 태섭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일에 몰두하며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담은 소설이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까지 이어지는 시스템 구축 작업, 개발자들은 끝날 줄 모르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그 요구사항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는 소속 회사의 압박 사이에서 매일 갈등한다. 일은 할수록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늘어나는 것만 같다. 매일이 야근이다. 얼른 더 많이 배우고 더 잘 해내고 싶은 욕심과 물리적으로 주어진 시간의 한계 때문에 여유로운 저녁 시간은 사치다. 휴식과 잠과 제대로 된 밥이 부족한 하루하루는 고되지만 본받을 만한 좋은 선배와 동료를 만나 마음을 나누게 되었고, 나날이 나아지는 업무능력에 성취감도 대단하다.

월화수목금금금의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으로서, (계속 저렇게 살다간 큰일 난다는 것을 안다) 퇴근하지 않는 하루가 당연하게 된 인물들의 고단한 하루에 공감하기도 하고, 흥 저렇게 살아서 과연 뭐가 남았을까 차가워지기도 하고, 복잡다단한 감정.

나는 늘, 일은 열심히도 해야 하고 잘하기도 해야 하고 사람이 좀 옆 사람 힘든 것도 알아볼 줄 알아야 하고 따뜻하기도 해야 하고, 그런 게 이상적이라 생각해 왔는데 그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이 이 소설에 있다. '두 대리'. 그의 지금이 궁금해진다.

학급 문고에 꽂혀 있는, 감상에 젖은 옛날 소설 느낌. 좀 촌스럽고 문체가 아련하고 뿌연 느낌. 작가가 나랑 연배 차이 나봤자 십오 년이 안 날 텐데 예스럽다는 수식은 너무한 것 같고 그러나 아무튼 좀 오래된 글 느낌이다.

딱히 재미나지는 않지만 개발업무나 병원업무, 관련 용어가 잔뜩 나오니 개발이나 병원 종사자들은 한번쯤 휘리릭 읽어볼만할 듯.



출판사(하움)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haum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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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뭘 해봤다고 창업이니? - 창업의 두려움을 기쁨으로 바꾸는 ‘오늘 하루’를 사는 법 좋은 습관 시리즈 52
구교찬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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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다. 꾸밈없다. 긍정 만점 청년 사업가의 창업 도전과 사업 확장기.

제목, '니가 뭘 해봤다고 창업이니?'는 작가가 처음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을 포함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란다.

국립대 공대 졸업 - 대기업 취업이라는 정해진 길을 갈 줄 알았던 작가의, 학교 졸업도 하기 전 창업 선언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을 거다.


사회 경험으로 쌓은 노련함이나 넉넉한 자금 없이 젊음 하나로 시작한 사업.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나이 서른에 15개 매장 대표까지, 대단하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알아보았다. 심상치 않다고. 어린 나이에 벌써 살아가는 데 있어서 '컨디션'의 중요성을 간파한 사람, 일하는 하루를 크게 '컨디션, 일터, 동료, 쉼'의 집합체로 생각하고 각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긍정과 성실을 더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남다른 삶을 살게 될 거라고.


가게 입지 선정, 인테리어 공사, 메뉴 개발, 가게 브랜딩, 고객과의 소통 등에 대해 마치 스스로 보기 위해 적어놓은 일지를 다시 정리해 보여주는 듯 전하는 소소한 팁들도 좋았지만, 사업에 대한 마음가짐과 사업에 임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담백한 이야기가 더 와 닿았다.

하루가 쌓여 삶이 된다는 생각, 그래서 오늘을 잘 보내기 위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잠을 잘 자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직장은 꼭 불행한 곳이 아니라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직장에 나가 일을 한다면 스스로도 만족하고 성과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 모두가 아는 내용이지만, 특별할 것 없지만 그 실천은 특별하다. 이렇게 자기를 아끼고 좋아하는 사업, 일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기에 직원과 고객도 소중히 대할 줄 아는 거겠지, 진심이 느껴졌다.

내가 본 저자의 강점은 꾸준함과 성실함, 적극성과 따뜻함. 창업 전 아르바이트하던 회사에서 대표와 동료가 곤란을 겪고 있는 걸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분야나 할 일이 아님에도 선뜻 나서 도운 일, 그러면서 '능력이 드러나 일이 늘어날 것을 걱정하지 말라'는 적극적인 태도. 뭐 하나 할 줄 아는 것 '들키면' 고생길 열린다고들 생각하는 마당에 아직 저런 생각이 남아 있다니! 또, 편의점에서 일을 할 때 깡소주를 마시는 편의점 손님이 안쓰러워 안주를 건네다 손님의 고민을 들어주는 따뜻함.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관심이 많고 적극적이며 삶에도 일에도 긍정적인 듯하다.


나 이 나이에 이만큼이나 해냈다, 나 너무 잘났지, 하는 자기 자랑의 모음 글이 아니라

그저 진솔하고 담백한 자기 기록 속에서, 작가가 사업을 시작하고 꾸려 나가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노력했는지가 보이는 책.

오래지 않아 지역을 벗어나 더 엄청난 브랜드를 만들어낼 것 같다는 기대가 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build_hab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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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로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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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처럼 아름다운 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미소년 신주로(真珠郎).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 안에 살인귀의 본성을 숨기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나는 동료 오쓰코쓰와 함께 신슈의 호반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한다. 평소 성격대로라면 그렇게 휴가를 떠나는 것도, 가깝지 않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망설였을 텐데 지나고 나니 이 모든 사건들을 겪어낼 운명이었나 보다.

그들에게 방을 내어 준 의사 우도는 조카딸 유미와 둘이 살고 있다.

그렇게 저택에는 당연히 이들 넷만이 있는 줄 알았는데,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던 어느 날 시나와 오쓰코쓰는 우연히 물에 젖은 신비로운 미소년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우도와 유미는 심하게 동요한다. 유미는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듯하지만 곧 얼버무린다.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했나 싶은 그 찝찝함과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하는 강한 호기심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다.


얼마 후, 호숫가에 나갔다 돌아온 시나와 오쓰코쓰는 그때 보았던 소년이 우도의 목을 베어내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다. 분명 살인 장면을 보았는데 경찰 수사에도 소년이 물에 던져 버린 우도의 머리도, 시체도 찾을 수 없고 소년의 행방 역시 알 수 없다.


우도 사건 후, 시나는 유미에게 신주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신주로는 출생부터 성장까지, 우도가 만들어 온 '괴물'이었고, 우도는 '신주로 일기' 라는 이름으로 매일 소년의 관찰 일기까지 써 가며 괴물에게 애정을 쏟았다. 그러다 결국 우도 자신 역시 신주로의 손에 목숨을 잃었던 것.

유미가 저택에 오기 전 십수 년 간 우도의 집사 역할을 했던 노인은 신주로의 부모와 출생 배경, 우도의 기이한 보살핌까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순수하게 악으로 똘똘 뭉친 신주로에 대해 알게 될수록 공포는 깊어지고, 도시로 돌아온 뒤에도 시나는 신주로가 벌이는 여러 건의 살인 사건을 마주한다.


80년은 된 오래된 일본 추리소설. 일본 작가에 무지한 나도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으로 알고 있는 에드가와 란포와 같은 시대 활동한 작가란다.

특히 이 작품은 국내 초역이라는 정보에 읽어보고 싶었다. 감탄할 정도로 엄청난 스토리나 깜짝 놀랄 만한 대단한 추리는 없어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만큼 흡인력은 있는 책. 신주로에 대한 묘사 때문인지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소설생산머신 히가시노 게이고의 (계속 쏟아져 나오는) 신작들보다 몇십 년 전 《신주로》에 더 후한 평을 주고 싶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조금 어설프지만 다른 의미로 신선했다. 악인은, 만들어지는가 태어나는가.



출판사(시공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sigongs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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